손흥민의 희생! 엔지볼의 핵심!
"손흥민이 최근 몇 경기와 이번 시즌 일부 시간 골문 앞에서 조금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같습니다. 손흥민이 자신감을 회복하게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요?"
참을성 없고, 호들갑은 넘치는 영국 언론이 또 다시 시작했다. 물어뜯을 거리를 이번에도 놓치지 않았다. 손흥민을 다시 도마에 올렸다.
12월 1일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 토트넘과 풀럼의 프리미어리그 13라운드 경기가 1-1로 끝났다. 손흥민은 원톱으로 출격했지만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지 못했다. 전반 52초. 상대 실수로 볼을 낚아챈 손흥민은 골키퍼와 일대일 상황에서 슈팅했다. 그러나 레노 골키퍼의 선방에 걸리고 말았다. 그 이전에 열렸던 AS로마와의 유로파리그 경기에서도 손흥민은 찬스를 잡았지만 슈팅이 골로 연결되지 않으면서 아쉬움을 남겼다.
이 때문에 기자회견장에서 이와 같은 질문이 나온 것이다. 그리고 본머스와의 원정 경기를 하루 앞둔 4일에도 분명히 같은 성격의 질문이 나올 것이 뻔하다. 스타 선수를 끌어내리려고 하는 영국 언론의 본질은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분명 현재 손흥민의 골은 여느 시즌에 비해 줄어들었다. 현재 손흥민은 프리미어리그에서 10경기를 뛰었다. 3골-4도움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 시즌과 비교해보자. 손흥민이 리그에서 10경기를 뛰었던 시점에 그는 8골-1도움을 기록했다. 리그 13라운드까지의 기록 역시 8골-1도움이었다. 8골에서 3골로 반 이상이 줄어들었다. 그렇기 때문에 영국 언론들은 손흥민을 다시 물어뜯으려고 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들이 간과하고 있는 것들이 있다.
#포지션
첫번째 손흥민의 포지션 변화이다. 지난 시즌 손흥민의 주로 원톱으로 나섰다. 리그에서 35경기에 출전했다. 그 중 원톱으로 23번을 뛰었다. 왼쪽 날개로는 12번만 뛰었다. 23번 원톱 포지션에서 14골-5도움을 기록했다. 반면 왼쪽 윙어로 나섰을 때는 3골-5도움을 올렸다.
올 시즌 손흥민은 완전히 왼쪽 날개로 전향한 모습이다. 리그 10경기 가운데 왼쪽 윙어로 8번 나왔다. 최전방으로는 딱 2번 출전했다. 도미니크 솔랑케가 영입됐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원톱에 나섰을 때와 측면 날개로 나섰을 때 찬스를 맞이하는 기회 자체가 크게 차이날 수 밖에 없다. 줄어든 슈팅 찬스만큼 골 수도 줄어들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영국 언론들은 이에 관심이 없다.
#엔지볼
엔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후방 빌드업을 통해 볼점유율 극대화와 다양한 공격 루트를 만들고자 한다. 여기서 윙어의 역할은 '골' 보다는 '연계'이다. 풀백의 활용법에서 잘 드러난다. 현재 토트넘의 풀백은 지공시 미드필더 자리로 들어가는 인버티드 윙백 형태이다. 윙어들은 풀백들이 들어가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 측면으로 벌릴 수 밖에 없다. 바깥으로 나가기 때문에 슈팅보다는 크로스, 그리고 공간을 창출하는 연계에 중점을 둔다. 공격 마무리의 중심은 원톱 혹은 공격형 미드필더나 섀도 스트라이커이다. 중앙 자원이다. 셀틱 시절 최전방으로 나선(뒷공간을 파고 드는 유형) 후루하시 쿄고가 셀틱 전체 골의 반 정도를 넣은 것도 이같은 전술적 특징 때문이었다.
여기에 '왼쪽 날개' 손흥민은 철저하게 미끼 역할이다. 손흥민의 존재감 때문이다. 손흥민이 볼을 잡으면 상대는 2명이 손흥민을 견제한다. 이 때 풀백이 공간을 향해 달려가고 손흥민이 전술적인 움직임을 수행한다. 왼쪽에서 흔들면 상대 수비진은 무너지게 된다. 그 효과는 손흥민의 반대편인 오른쪽에서 많이 볼 수 있다. 이 무너진 오른쪽 공간에 오른쪽 날개나 풀백 선수들이 침투해 골을 넣는 모습을 많이 보여준다. 올 시즌 오른쪽 날개로 서고 있는 브레난 존슨이 리그에서 6골(전체 10골), 오른쪽 풀백인 페드로 포로가 리그 2골을 넣고 있는 것도 바로 이런 전술적인 형태 때문이다. 반면 손흥민은 올 시즌 리그에서 도움 4개를 기록하는 등 도움에서 맹활약하고 있다.
올 시즌 손흥민은 슈팅을 많이 하지 않는다. 리그에서 18개만 때렸다. 존슨은 36개, 솔랑케는 25개, 매디슨은 22개를 때렸다. 포로마저 22개의 슈팅을 시도했다. 슈팅보다는 연계에 집중하고, 팀 전체의 공격에 힘을 보태고 있다. 여기에 수비시에는 그 누구보다 빨리 백업을 오는 이도 손흥민이다. 결국 엔지볼이 핵심은 손흥민이라고 봐야 한다. 손흥민이 골욕심을 내려놓고 엔지볼에 맞는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영국 언론들은 이에 대해 관심이 없다.
#골은 쏟아질 것이다
포스테코글루 토트넘 감독은 언론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손흥민 뿐만이 아니라 모든 선수들에게 똑같이 말할 겁니다. 집중력을 유지하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라는 것이지요. 그리고 손흥민은 이런 일에 너무 깊이 신경쓰지 않아요. 최고의 골잡이들은 이런 일에 너무 오래 연연하지 않지요. 손흥민이 이 문제로 걱정하고 있다는 느낌도 받지 않아요. "손흥민은 프리미어리그 레벨에서 매년 자기 실력을 증명해왔어요."
믿음을 보여주었고 격려했다. 그리고 마지막에 이렇게 덧붙였다.
"나는 조만간 손흥민이 다시 골을 넣을 거라 확신합니다."
복선이 있다고 생각한다. 최근 토트넘은 공격에 있어서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리그에서 토트넘은 28골을 넣었다. 리그 최다이다. 손흥민을 미끼로 활용해 다른 선수들이 골을 넣는 경기가 많았다. 이제 상대팀들도 여기에 대응할 것이다. 손흥민에 대한 견제가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이와 때를 같이 해 손흥민의 움직임도 '연계'에서 '마무리'쪽으로 변화할 가능성이 크다. 더 많은 찬스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골도 다시 쏟아질 것이다.
물론 그 때가 되면 그제서야 영국 언론들이 관심을 가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