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책임 인정 못 해"...검찰 공소장 곳곳 '오류'
유가족 "참사 당일 경찰 행위는 살인" 분통
재판부, 검찰 공소장 오류 다수 지적
[앵커]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책임으로 재판에 넘겨진 서울 용산경찰서장과 용산구청장이 첫 재판에서 하나같이 혐의를 부인했습니다.
검찰 공소장에서는 여러 오류가 발견돼 재판부가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이준엽 기자가 전합니다.
[기자]
이태원 참사 140일 만에 서울 용산경찰서와 용산구청 관계자들의 책임을 묻는 첫 재판이 열렸습니다.
재판에서 이임재 전 서장과 박희영 구청장을 비롯한 피고인 9명 모두가 혐의를 부인했습니다.
이 전 서장은 업무를 제대로 하지 않아 희생자들이 숨지고 다치게 했다는 혐의에 대해서 행정적 도의적 책임이 아닌, 형사 책임까지 묻는 건 법리에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습니다.
참사 당일 이태원파출소 도착을 허위로 기재하도록 부하에게 지시한 혐의에 대해선 아예 사실관계를 부인했습니다.
박 구청장도 참사와의 인과관계·관련성·구체적인 주의의무가 공소장에 제시되지 않았고, 참사를 예견하거나 회피할 수 없었다면서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습니다.
참사 뒤 비상대책회의를 열었다는 거짓 보도자료를 낼 때도, 본인은 내용을 몰랐고 결재권자도 아니라고 반박했습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다른 피고인들도 참사에 자신의 책임이 없다거나, 사실관계를 부인하며 혐의가 없단 입장이었습니다.
재판에서 발언 기회를 얻은 유가족들은 피고인들의 태도에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고 이지한 씨 어머니 조미은 씨는 경찰이 수만 명이 있는 골목으로 아이들을 올라가도록 했다면 당연히 살아나올 수 없었다면서, 이 사건은 철저한 살인사건이라고 재판부에 호소하기도 했습니다.
이번 재판에서는 검찰 공소장에 여러 오류가 있는 것으로 지적되기도 했습니다.
재판부는 검찰이 허위공문서 행사를 적용해야 할 곳에 위조 사문서 행사죄 법조를 쓰기도 했고,
특히 시간의 흐름이 중요한 사건인데도 이임재 서장이 93년 7월부터 93년 5월까지 근무했다고 쓴다거나,
사건 당일 밤 11시 36분에 무전 지시를 한 다음 같은 날 밤 10시 55분에 파출소로 향했다고 기술하는 등 오류나 오기가 많다면서 검찰에 정정을 요청했습니다.
앞으로 이태원 참사 재판은 사실관계를 먼저 다툰 뒤 법리 공방을 벌이는 식으로 진행됩니다.
다음 달 피고인들이 증거를 모두 검토하고 나면 재판이 본격화될 전망입니다.
YTN 이준엽입니다.
YTN 이준엽 (leejy@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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