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블랙 컨슈머'

지난 17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추석 당일 자녀에게 입힐 한복을 구매했다가 곧바로 반품 요청을 한 쿠팡 고객의 사례가 알려지며 논란이 일었다.

쿠팡에서 일일 배송 아르바이트를 했다고 밝힌 작성자 A씨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 “인간들 정말 양아치다. 쿠팡은 연휴에도 배송하니 전날 주문해서 추석 당일 아이들에게 한복을 하루 입히고, 다시 포장한 뒤 오후에 반품을 요청한다”는 내용의 글을 게재했다. 이어 “창피하게 살지는 말자. 이렇게 비양심적으로 살진 말아야지”라며 관련 사진을 함께 올렸다. 사진에는 포장을 뜯었다가 다시 테이프로 붙인 흔적이 있는 물품의 모습이 담겼다.

해당 사연을 접한 사람들은 “수치심을 모른다”, “쿠팡 아르바이트하다 보면 딱 봐도 한번 쓰고 반품하는 물건이 많다”, “상상조차 못 해본 일이다. 블랙리스트로 올려야 한다” 등의 비판을 쏟아냈다. 그중 쿠팡 반품 공정에 참여했다는 한 누리꾼은 “작년 추석 연휴 끝나고 반품된 의류 중 대부분이 아기 한복이었다”며 “반품을 자주 하는 소비자도 쿠팡에서 관리하고, 요주의 인물은 모니터에 뜬다”고 전하기도 했다.

쿠팡은 유료 멤버십 ‘로켓와우’에 가입한 소비자에게 로켓배송 상품을 30일 이내 무료로 반품해 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쿠팡은 이번 추석 당일을 포함한 모든 연휴 기간에 당일·새벽·익일배송 서비스를 그대로 운영했다.

쿠팡의 반품 정책을 악용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0년에는 한 20대 여성이 B씨가 택배로 배송받은 물품을 반품하는 척 속여 수천만원을 가로채 벌금 1000만원을 선고받았다. B씨는 2018년 4월부터 2019년 1월까지 쿠팡에서 배송받은 물품을 빼낸 뒤, 반품하는 척하며 허위 포장을 한 뒤 택배를 보내 총 2600여만원을 가로챈 것으로 알려졌다.

쿠팡은 정책상 배송 직원이 반품 온 물건을 포장된 채로 수령하면 즉시 환불 대금을 계좌에 입금하기 때문에 B씨는 이 점을 악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B씨는 74회에 걸쳐 총 956개 물품에 대한 환불 대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쿠팡의 ‘블랙컨슈머’ 논란은 또 있다. 같은 해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아이패드 프로를 공짜로 쓰는 중이다’는 제목의 글이 화제였다. 해당 글을 작성한 C씨는 “쿠팡에서 한 달 간격으로 ‘묻지마 환불’을 하고 있다”며 “30일이 되기 5일 전에 환불해서 무료로 쓰고 있다”는 내용이다. 이어 C씨는 “소비한 돈이 0원”이라며 “신제품 나올 때까지 버틴다”고 전하기도 했다.

놀라운 점은 해당 글을 접한 사람들의 반응이다. “나도 한 달마다 ‘로켓와우’ 회원비를 내면서 쓰고 있다”, “저렴한 가격에 렌탈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 “내 돈 내고 시스템 이용하는 것인데 문제 될 게 있냐”라는 식의 댓글이 달려 충격을 줬다.

서비스를 악용하는 일부 고객에 대해 한 소비자학과 교수는 “소비자기본법 제5조에 따라 소비자는 소비자의 권리를 정당하게 행사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소비자 역시 거래 당사자로서 신의성실의 원칙에 기반해 상대를 기만하는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쿠팡 측도 환불 정책을 악용하는 블랙컨슈머에 대한 정보 관리를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며 “블랙컨슈머로 인해 발생한 비용이 다른 소비자에게 전가되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조언했다.

/이소연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