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하르토 집권 시기 농담 시리즈… “치과에 못 간다, 입 열 수 없어서”
2008년 1월 27일 87세

1965년 인도네시아 육군 참모차장 수하르토(1921~2008)는 그해 9월 30일 공산당이 일으킨 쿠데타를 진압하는 쿠데타를 통해 실권자로 떠올랐다. 이후 육군 참모총장에 취임하고 수카르노 초대 대통령을 압박해 실권을 장악했다.
“수카르노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22일 저녁 그의 대통령 권한을 군부의 강자 수하르토 장군에게 넘겨주었다. 수카르노의 급작스런 결정으로 21년에 걸친 인도네시아 1인 통치는 극적인 종말을 고했다. 수카르노가 서명한 성명서는 그가 ‘국민과 조국을 위해서 전권을 수하르토 장군에게 이양한다’고 밝혔다.”(1967년 2월 23일 1면)

1945년 인도네시아 독립을 이끌고 초대 대통령에 취임한 수카르노는 명목상의 대통령직은 유지한다고 밝혔으나 그마저도 지속하지 못했다. 수하르토는 20여 일 후인 1967년 3월 12일 대통령 서리에 올랐고, 이듬해 3월 27일 대통령에 공식 취임했다.
전임 수카르노의 21년 장기 집권을 종식시킨 수하르토는 이후 31년간 장기 집권했다. 1997~1998년 아시아에 불어닥친 IMF 경제 위기에 민주화 요구 시위가 격렬하게 일어나면서 1998년 5월 21일 스스로 물러났다.

“수하르토 대통령은 이날 오전 9시(현지 시각) TV로 생중계되는 가운데 다소 떨며 더듬거리는 목소리로 “현 상황에서 나 자신이 더 이상 통치를 계속하고 나라 발전을 도모하기가 매우 어려워져 지금 이 시간 대통령직에서 물러날 것을 선언한다”며 “헌법에 따라 2003년까지 나의 잔여 임기는 하비비 부통령이 채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실수나 잘못에 대해선 국민들의 용서를 구했다.”(1998년 5월 22일 자 1면)
수하르토 사임 후 재판·투옥·망명 등의 이야기가 나왔으나 사망 때까지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았다. 2008년 1월 27일 사망했을 때 인도네시아 정부는 7일간의 국가 애도 기간을 선포했다. 2024년 10월 인도네시아 8대 대통령에 취임한 프라보워 수비안토 현 대통령은 수하르토의 사위였다. 수하르토의 둘째 딸과 1983년 결혼해 1998년 이혼했다.

수하르토는 인도네시아 경제를 일으킨 ‘개발의 아버지’란 평가도 있지만 부정 부패와 인권 탄압을 자행한 ‘부패한 독재자’란 비판이 더 높다.
“재임 기간 40조원이 넘는 대규모 외자 유치를 성공시키며 연 평균 7%대의 경제 성장을 달성했다. 그러나 그의 이런 업적은 ‘학살자’ ‘부패 정치인’이라는 국제 사회의 낙인 속에 묻혀버렸다. 뉴욕타임스는 “그가 재임 중 50만~100만명을 죽이고, 75만여명을 감옥에 보냈다”고 보도했다. 부정 축재 규모도 상상을 초월한다. 국가투명성기구(TI)는 그가 빼돌린 국가 재산을 150억~300억달러(약 14조2000억~28조4000억원)로 추정했다. 횡령 혐의로 기소도 됐지만 죽기 전까지 감옥에 가지도 않았고 재산 반납도 없었다.”(2008년 1월 28일자 A20면)

수하르토 일가가 축재한 재산은 인도네시아 GDP의 절반에 달한다는 평가도 있었다.
“수하르토 자식들은 자동차와 석유화학, 은행 등 국가의 기간산업을 장악한 재벌로 급성장, 정치권력 장악까지 시도하면서 끊임없는 부정-부패 시비를 일으켜 왔다. 일가가 갖고 있는 재산은 최소 4백억 달러로 국내총생산(GDP)의 절반이나 차지했다.”(1998년 5월 22일자 9면)
인도네시아 국민 사이에선 ‘수하르토 농담 시리즈’가 한때 유행했다. 주로 철권 통치와 부정부패를 풍자하는 내용이었다.
“수하르토 대통령 시절 인도네시아인들은 치과 진료를 위해 싱가포르까지 갔다. 인도네시아의 치과의사들은 실력이 없었기 때문일까. 아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입을 열 수 없었기 때문이다.”
“장의사가 한 손을 앞으로 내민 채 굳은 시신을 관에 넣기 위해 고민하다가 종교지도자에게 해결책을 물었다. 죽은 사람의 직업이 경찰관임을 안 종교지도자는 “1만루피아를 반대쪽 손에 쥐어주면 팔을 도로 집어넣을 걸세”라고 말했다.”(2000년 8월 23일자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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