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로는 ‘돈’이다. 연봉이 프로 선수들의 또 다른 이름이기도 하고, 돈에 의해 프로가 움직인다. 너무나도 당연한 사실이지만, 우리나라에서 돈은 어려운 주제다.
돈은 ‘겸손의 미덕’ 영역에 있는, 대놓고 말할 수 없는 무엇이기도 하다. 돈이라는 주제는 그만큼 예민하다.
하지만 프로에서는 돈을 잘 버는 것이 우선이다. 잘 버는 만큼 중요한 것은 잘 쓰는 것이다. 잘 벌고, 잘 쓰기. 잘 벌어서 잘 쓴 KIA 포수 김태군과의 돈 이야기다.
김태군이 지난 12월 산타로 변신했다.
그는 광주 수창초와 대구 경상중을 찾아 야구 꿈나무들에게 야구 용품을 선물했다.
“옛날 사람이라 티 내고 싶지 않았다. 조용히 기부하고 끝내려고 했는데 어떻게 하다가 일이 커졌다”는 김태군.
사실 지난해에도 김태군은 두 학교를 찾았고, 피칭 머신 등 총 8000만원 상당의 야구 용품을 지원했다.
학교를 통해서 김태군의 기부가 알려진 뒤 “왜 수창초와 경상중일까?”라는 생각을 했다.
김태군은 부산고를 졸업한 부산사나이다. 부산고 후배 성영탁과 김정엽을 보면서 세상 환하게 웃던, 모교부심이 뛰어난 선수 김태군이지만 자신의 연고가 아닌 수창초와 경상중으로 걸음을 했다.
이에 대해 김태군은 “그 지역에서 돈을 벌었으면 그것에 맞게 지역 학교에 기부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후배들이 훈련을 많이 할 수 있게,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프로야구 선수가 돼서, FA의 꿈을 키우면서 김태군은 ‘돈을 번 지역에 기여하고 싶다’는 목표를 세웠다.
지난 2023년 류지혁과의 트레이드를 통해 삼성에서 이적한 그는 시즌이 끝나기 전에 KIA와 계약 기간 3년, 연봉 20억원 옵션 5억원 등 총 25억원에 KIA와 다년 계약을 했다.
하나의 꿈을 이룬 그는 생각했던 또 다른 꿈을 실천했다.
2024시즌에는 우승보너스까지 넉넉하게 받았던 만큼 더 기쁘게 자신이 생각했던 꿈을 현실로 이룰 수 있었다.
김태군은 “수많은 FA선수를 보고 기부하시는 많은 분도 봤다. 어떻게 돈을 벌었는지를 생각하면서 번 돈을 어떻게 의미 있게 써야 하는 지가 정립된 것 같다”며 “다른 이들이 보기에 고생을 안 한 것 같아도 각자의 입장에서 고생을 해서 돈을 번다. 그 돈을 어떻게 쓰는 지가 자신에게 큰 기쁨이다”고 말했다.
이어 “부산이 고향이지만 모교, 고향을 생각하면서 접근성을 가져가면 내가 이 지역에 있는 의미가 없는 것이다. 나는 서울, 창원, 대구, KIA에 있었다. 돈을 번 지역은 다른 지역이다. 고향이라고 해서 모교에만 기부하면 의미가 없는 것 같았다. 다르게 생각했다. 내가 있던 지역에서 많은 분이 도와주셨다. 광주에서도 많은 도움을 받았다. 그래서 광주에도 기부를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태군은 돈을 버는 만큼이나 쓰는 기쁨을 이야기했다.
초대박 계약을 한 선수들과 비교하면 큰돈이 아닐 수도 있지만 김태군에게는 묵묵히 노력해왔던 시간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입증한, 자신을 필요로 하는 곳에 대해 감사함을 느낄 수 있는 소중한 돈이다. 그냥 돈이 아니다.
돈의 가치를 보여준 김태군은 KIA와 약속된 마지막해를 준비하고 있다.
야구 인생의 또 다른 갈림길에 서 있는 김태군은 개인이 아니라 팀을 본다.
‘야구는 팀’이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아는, 4개 팀의 유니폼을 입어본 베테랑이기 때문에 그렇다.
김태군은 “결국 팀 성적이랑 엮이게 된다. 결국에는 팀이다. 개인 성적이 모여야 팀 성적이 난다고 하는 분들이 있는데 왜 팀플레이라는 말이 있겠는가. 어느 정도의 그림이 나와야 그 뒤에 개인 성적이 있다”며 “요즘 배구를 보는데 확실히 팀 응집력이 좋으면 힘든 시기에 빨리 극복하는 것 같다. 무너질 것 같은 올라가고, 넘어질 것 같은데 버티고 있다. 말로만 ‘해보자’ 하는 게 아니라 플레이를 보면 와 닿는다”고 말했다.
김태군은 입버릇처럼 ‘팀’을 이야기하면서 걱정했다.
개인 부진은 노력으로 어떻게든 만회할 수 있지만, 한 번 팀이 무너지면 이를 회복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린다는 게 그의 설명이었다. 다양한 팀에서 다양한 상황을 마주했던 만큼 누구보다 자신 있게 말했던 부분이다.
늘 그렇듯 김태군은 내 것을 잘하기 위한 준비는 끝냈다. 하던 대로 부지런히 시즌을 준비하고 있고, 개막 일정이 발표되자마자 개막전 상대 SSG에 맞춰 경기 영상을 보고 또 보고 있다.
하지만 김태군이 강조하듯이 야구는 팀이다. 혼자 잘해서 되는 게 아니다.
그는 “지난해 개인적으로는 안 다치고 잘 마무리했다. 팀을 생각하면 실패한 시즌이다. 이 멤버로 이 정도 성적밖에 못 냈으니 그런 생각이 많이 들었다”며 “나만 잘한다고 해서 되는 것은 아니다. 후배들 멱살 잡고 끌고 갈 수도 없는 것이고, 준비된 것들을 끌어내게끔 푸시하는 게 내 역할인 것 같다”고 말했다.
요즘 말하는 ‘꼰대’로 평가받을 수 있지만 김태군은 할 말은 하는 선배다. 모두가 장밋빛을 이야기하던 지난해 스프링캠프에서도 김태군은 냉정한 쓴소리를 했다가 꽤나 욕을 먹었다. 팀이 곧 나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김태군은 할 말은 한다.
그는 “작년에 욕을 많이 하셨는데, 느낌이 온다. 하다 보면 ‘왜 이렇게 되지, 이렇게밖에 못하지’라는 느낌이 온다. 그걸 보고 넘어가는 사람은 그 정도 그릇인 것이고, 자기만 잘하면 된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올해도 김태군은 기꺼이 욕먹을 준비가 돼 있다. 변동이 많은 시즌, 올해는 목소리도 더 키울 생각이다.
김태군은 “더 미친놈이 돼야 할 것 같다. 오버스럽기도 하고, 더 몰입해서 경기를 해야할 것 같다. 2025시즌에는 지켜만 봤는데, 더 화이팅 내고 푸시할 것이다. 잘할 수밖에 없는 그런 환경을 만들어내야 한다”며 “나름대로 나도 준비를 하고 있다. ‘너부터 똑바로 하고 이런 말하라’이런 게 아니라 팀을 위해서 해야 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KIA라는 팀을 생각하는 만큼 김태군은 조심스러운 걱정도 하고 있다. ‘돈’걱정이다.
“욕심부리면 안 된다”며 2026시즌을 이야기한 김태군은 “올해 연봉 삭감되는 선수가 많다. 팀 성적이 안 나오니까 삭감되는 선수가 많다. 정말 조심스러운 말이지만 경험상 연봉이 삭감되면 개인주의가 된다. 다 경험해 봤다. 그래서 그 부분이 걱정된다. 욕심이라는 단어를 말한 게, 연봉 깎인 것을 만회하기 위해 개인주의로 바뀌는 그 욕심이 정말 조심스러운 것 같다”고 말했다.
같은 유니폼을 입고, 같은 팀으로 뛰고 있지만 사람은 개인적이다.
나를 먼저 생각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 자칫 좋지 않은 흐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 우려스러운 베테랑이다.
“너는 삭감 안 되니까 그러는 것 아니냐고 부정적인 말을 하시는 분도 있겠지만, 나도 연봉이 내려간다. 그렇게 계약한 부분이라”며 웃은 김태군은 “연봉이 삭감되면 개인 성향으로 바뀌는 것 같다. 지난 시즌 다친 사람이 많아서 몸을 사리는 선수도 나올 것이다”고 실패로 끝나버린 2025시즌이 남길 잔상을 우려했다
돈이 하나의 목표가 되고, 돈에 의해 움직이는 프로무대다.
돈은 가장 눈에 잘 보이는 쉬운 목표이자 가치이기도 하다. 하지만 보이는 것을 만들기 위해서 중요한 것은 보이지 않는 것들이다.
보이지 않는 노력 그리고 팀이라는 틀 안에서 프로 선수의 가치는 더 커진다.
야구는 팀 스포츠라는 것, ‘원팀’이 절대 가치라는 것을 잊지 않아야 하는 이유다.
<광주일보 김여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