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프터스크리닝] '전,란' 넷플릭스 영화중 최고, 극장 개봉했으면 좋았을 영화 ★★★☆
▶ 줄거리
천영(강동원)은 권세 높은 무신 출신 양반가의 외아들 종려(박정민)의 몸종이다. 하지만 유년 시절부터 함께 한 두 사람은 누구보다 가까운 동무이기도 하다. 천영은 노비에서 면천되기를 갈망하고 종려도 그를 도우려 하지만 오히려 사태는 얽혀 둘의 관계는 악화되고 만다. 종려의 집안 노비들이 란을 일으켜 일가 모두가 죽자 종려는 천영이 주동자라고 오해하고 복수를 다짐한다. 천영은 의병으로, 종려는 왕의 호위무사로 왜란을 겪은 뒤, 두 사람은 마침내 맞붙어 서로에게 칼끝을 겨누게 된다.
▶ 비포스크리닝
무엇보다 이 작품은 박찬욱 감독이 제작과 각본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껏 박찬욱 감독은 정서경 작가와 많은 작품을 함께 작업했었다. 그러나 이번 작품은 정서경 작가 없이 박찬욱 감독이 오롯이 각본에 참여함으로서 박찬욱 감독의 스토리텔링 능력에 더욱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된다. 대사의 단어 하나 하나마다 의미와 이유가 있는 박찬욱 감독의 각본이라하니 그의 연출작이 아니더라도 얼마나 궁금한지 모르겠다.
영화의 연출은 김상만 감독이 맡았다. '해가 서쪽에서 뜬다면'의 미술 감독으로 영화계에 입문, '공동경비구역 JSA'로 대종상 미술상을 수상한 이후 '걸스카우트' '심야의 FM'등의 영화를 만들어 온 김상만 감독이다. 10여년만의 작품이지만 박찬욱 감독이 자신의 시나리오를 맡긴 감독이니 김상만 감독이 초호화 배우진을 데리고 어떤 영화를 만들었을지 기대가 된다.
강동원, 박정민, 차승원, 김신록, 진선규, 장성일 등 개성있고 연기 잘하는 배우들이 모두 모였다. 이들이 보여줄 사극은 어떤 모양새이길래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영화제에서 개막작으로 선정된 것일까? 청소년관람불가 등급과 OTT영화라는 이슈를 넘어선 화제가 될 수 있을까가 관전 포인트.
▶ 애프터스크리닝
영화를 보는 내내 얼마나 마음이 웅장해지는지 모르겠다. OTT영화라는 것도 잊고 정신없이 빠져들어 보게 된 영화다. 10년만의 연출이라 의심했던 김상만 감독에게 미안할 정도로 만듦새는 아주 좋았다. 미술감독 출신인 김상만 감독은 지금껏 보지 못했던 새로운 사극의 비주얼을 보여주었다. 한복의 색감이나 한복의 스타일, 선조의 수염 모양까지 기존 사극에서 흔히 보던 스타일과 차별화를 두어 익숙함 속 신선함을 안겨주었다. 안개 속 검술, 좁은 공간에서는 부감을 쓴 액션씬의 조망 등 액션씬에도 배경과 인물의 조화에 동양적인 정서를 듬뿍 담아 한 폭의 수묵화를 보는 듯 연출했다. 그리고 중간 중간 창이나 타령이 가미되어 한 대목씩 소화되는데 그 연결성이 너무 자연스러워 전혀 뜬금없거나 어색하지가 않다.
박찬욱 감독의 극본은 탄탄했다. 의병이라는 이름으로 여러 인물이 모였지만 저마다 바라는 이상적인 나라의 모습은 달랐고, 이 다름을 조화롭게 그려내면서도 의미가 각각 살아날 수 있게끔 캐릭터를 촘촘히 그려냈다. 또 임진왜란을 배경으로 하는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과감하게 임진왜란의 7년간의 전쟁은 생략함으로써 전쟁 전과 후, 민심과 강산은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극명하게 대비시켰다. 왕권이 생명만큼 중요한 임금과 생명이 그 무엇보다 중요한 백성들의 갈등은 왜군을 등장시켜 켜켜이 레이어를 쌓았다. 이러다보니 주인공인 강동원과 박정민을 제외한 나머지 등장인물에도 애정이 가고, 이들의 생사에 마음이 울컥하게 하는 몰입을 이끌어 냈다.
생애 첫 노비 역할이었다는 강동원과 무신 양반을 연기한 박정민은 액션을 하며 감정연기까지 겸하느라 애를 썼다. 친구였다가 적이었다가를 오가는 찰라의 순간들을 연기 잘하는 배우들이 해내고 있으니 이보다 더 멋져 보일수가 없다.
극장에서 개봉한 영화라 하더라도 꽤 많은 관객을 동원했을 것 같은 영화다. 넷플릭스 영화라 큰 스크린으로 못볼 대중들에 비하면 극장에서 관람했다는게 행운으로 느껴질 정도. 그리고 이렇게 한국적인 정서와 아름다움이 담긴 영화를 넷플릭스를 통해 전세계에 알릴 수 있다는 게 참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iMBC연예 김경희 | 사진출처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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