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잉글랜드 FA컵은 기회의 무대이다. 동시의 수성과 증명의 무대이기도 하다.
이번 2024~2025시즌 FA컵은 코리언 리거들에게는 다채로운 의미로 다가왔다.
#김지수, 18개월의 기다림이 꽃을 피우다
1월 11일 영국 런던 지테크 커뮤니티 스타디움으로 향했다. 브렌트포드와 플리머스 아가일의 FA컵 3라운드 경기를 취재하기 위해서였다.
김지수가 선발로 출전했다. 그 전부터 움직임이 있었다. 12월 27일 브라이턴 원정에서 교체로 출전했다. 벤 미가 다쳤다. 그를 대신해 투입됐다. 12분을 뛰었다. 이어 1월 1일 아스널과의 경기에서도 교체로 투입되어 15분을 뛰었다. 플리머스와의 경기를 앞두고 선발조 훈련을 소화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선발 출전이 유력했고, 결국 선발로 나섰다.
2023년 6월 브렌트포드 입단 이후 18개월만의 선발 출전이었다. 김지수는 90분 내내 안정적이었으며 인상적이었다. 탄탄한 수비력과 빌드업의 출발점으로 활약했다. 특히 경기 중 67개의 패스를 해 66개를 성공시켰다. 패스 성공률은 99%. 물론 센터백의 특성 상 횡패스와 백패스가 많기는 했지만 허리 라인과 전방으로 뿌려주는 패스를 통해 빌드업을 지원했다. 경기는 0대1로 졌다.
2부리그 꼴찌인 플리머스에게 한 골을 내주고 말았다. 김지수의 잘못은 없었다. 플리머스 공격수 휘태커를 미드필더들이 놓쳤다. 허리 진영에서 너무나도 쉽게 슈팅 찬스를 내주고 말았다. FA컵에서 더 올라갈 수 있는 찬스를 놓쳤다. 그래도 김지수에게는 의미있는 한 판이었다.
18개월간 김지수는 힘든 시간을 보냈다. 다들 이적하자마자 프리미어리그팀의 센터백으로 뛸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기다림이 계속 됐다. 종종 출전 선수 명단에는 이름을 올렸지만 뛰지 못했다. 몸만 풀다가 경기 종료 휘슬을 들을 때가 많았다. 21세 이하 팀 경기에 더 자주 나갔다. 주변에서는 여러가지 말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런 시간들을 견뎌야했다. 김지수는 언젠가 기회가 올 것이라고 믿었다. 구단에서 임대로도 풀어주지 않는 것은 자신에 대한 계획이 있기 때문이라고 믿었다. 결국 기다림은 보답받았고 1군에서 자리가 생기기 시작했다. 안정적인 모습으로 팀에 큰 보탬이 됐다.
"많은 시간을 기다렸죠. 이렇게 진짜 뛸 수 있다는 거에 감사해요. 홈 경기장에서 진짜 좋은 팬들 앞에서 경기를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너무 좋은 일이고요. 뛰면서도 저도 안 믿기고 계속 함성 소리 들으면 또 계속 흥분되고 되게 좋은 경험인 것 같아요."
경기 후 믹스트존. 이제 막 스무살이 된 김지수는 벅찬 표정으로 말했다. 그리고 말을 이었다.
"앞으로 계속 이렇게 나와야지요. 제가 나서는 경기에서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오고 싶어요. 다음 목표는 프리미어리그 경기 선발 출전입니다."
그의 눈은 빛나고 있었다.

#엄지성, 프리미어리그팀과의 첫 맞대결
1월 12일, 영국 사우스햄턴 세인트 메리 스타디움. 스완지시티의 버스가 경기장 앞에 도착했다. 선수들이 하나씩 내렸다. 엄지성이 버스에서 내렸다.
"엄지성 파이팅!"
한국어 응원이 들렸다. 엄지성은 깜짝 놀라 뒤를 바라봤다. 한국인 팬을 보고 손을 흔들어주었다. 얼굴에는 묘한 미소가 떠올랐다.
엄지성이 속한 스완지시티는 사우스햄턴과 FA컵 3라운드 경기를 치렀다. 스완지시티의 10번 엄지성은 선발 출전했다. 왼쪽 날개로 자리했다. 엄지성에게는 프리미어리그팀과의 첫 맞대결이었다.
스완지시티 선수들 가운데서는 단연 돋보였다. 왼쪽 날개로 나서 볼을 쉽게 차는 모습이었다. 경기 흐름을 알고, 패스를 찔러주었고, 돌파도 시도했다. 두 차례 슈팅을 때렸고, 좋은 기회도 한 차례 만들었다. 드리블로 상대 수비도 흔들었다. 프리미어리그에서 뛰더라도 충분히 제 몫을 해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동시에 아직 어려움도 있었다. 사우스햄턴은 프리미어리그에서 꼴찌였다. 스완지시티가 도전해볼만했다. 그러나 프리미어리그는 프리미어리그였다. 사우스햄턴은 딱 자신들이 설정한 하나의 라인이 있었다. 스완지시티 선수들이 그 라인을 넘지 못하게 라인을 콘트롤했다. 동시에 파이널 서드에서의 템포가 스완지시티보다 빨랐다. 이를 통해 3골을 뽑아냈다. 골이 필요할 때 어김없이 득점했다. 그 차이에서 스완지시티가 그리고 엄지성이 좌절했다.
경기 후 믹스트존에서 엄지성을 만났다. 여러가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는 스완지시티에서 고군분투 중이었다. 한국인이 거의 없는 동네였다. 특히 프로 축구 선수들은 집과 훈련장만 다니곤 한다.
현재 한달 동안 집에서 혼자 지내고 있다고 한다. 한 달만에 한국어로 대화하는 것이라 너무 좋다며 웃어보였다. 인터뷰를 마치고 밖에서 기다린 한국팬과도 대화했다. 계속 한국어를 쓸 수 있어서 좋다고 웃었다. 그런 모습에 짠했다. 아직 22세인 어린 선수가 축구라는 하나의 꿈을 가지고 어려움을 극복하는 모습이 대견하기도 했다. 이런 엄지성에게 분명 좋은 날이 올 것이라 믿었다.

#양민혁, 왜 명단에 없었을까
영국 현지 시간으로 12일 오전 11시 30분 즈음. 전화통에 불이 났다. 한국에 있는 매체 관계자들이었다. 카톡도 계속 날아들었다. 요지는 하나.
'왜 양민혁이 FA컵 출전 명단에 들지 못했는가.'
한국 내 분위기를 이해할만 했다. 사흘전 열렸던 리버풀과의 리그컵 4강 1차전에서 양민혁은 출전 명단에 들었다. 다들 FA컵 3라운드에서 양민혁이 출전 명단에 들 것으로 예상했다. 상대는 5부리그 팀이었다. 그리고 기회가 된다면 선발로도 나서지 않겠느냐는 긍정적인 기사들이 나왔다. 영국 언론들도 마찬가지였다. 출전 명단에 이름을 올릴 것이라는 예상들이 계속 나왔다.
엔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경기 이틀 전 어린 선수들 중용 예상 질문에 "그렇지 않을 것이다. 승리할 수 있는 팀을 선택하겠다"고 말했다. 다들 '립서비스'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그렇지 5부리그 팀을 상대로 풀전력을 다할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았다.
뚜껑이 열렸다. 양민혁의 이름은 없었다. 캡틴 손흥민도 벤치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그나마 어린 선수는 마이키 무어 정도였다. 나머지는 대부분 1.5군 선수들을 출전시켰다. 5부리그인 탐워스를 존중해도 너무나 존중해주었다.
계속되는 한국에서의 연락에 일단 말을 아꼈다. 양민혁이 빠진 이유를 알 수 없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과 코칭 스태프들의 결정이었다. 다만 추정을 할 수 있을 뿐이었다.
일단 양민혁의 적응이 우선이었다. 양민혁은 이제 영국에 온 지 딱 한 달 됐다. 훈련에 공식적으로 참여한 것도 이제 열흘 됐다. 아직은 적응기였다. 리버풀과의 리그컵 4강 1차전 엔트리에 오른 것은 사정이 있었다. 제임스 매디슨과 파페 사르가 경고 누적으로 아예 나설 수 없었다. 자리가 비었다. 양민혁에게 라커룸 분위기와 홈구장 분위기를 느끼게 해주는 차원이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 입장에서는 이제 막 들어온 양민혁에게 적응의 시간을 충분히 주려한다. 너무 무리해서 5부리그 팀을 상대로, 그것도 인조잔디 구장에서 뛰게 하느니 일단 적응을 위해 한 보 후퇴하는 결정을 내리지 않았을까.
팀 전체의 상황도 생각해야 한다. 현재 토트넘은 지금 1월 이적 시장 중에 있다. 영입도 해야하지만 임대도 보내야 한다. 특히 어린 선수들의 경우 임대를 통해 뛸 수 있게 해야한다. 21세 이하 선수같은 경우 영국내 하부리그 팀으로의 임대는 큰 제한이 없다. 다만 선수를 빌려오려는 팀들은 그래도 1군 무대에서 경험을 한 선수들을 선호한다. 알피 도링턴, 칼럼 올루세이, 윌 랭셔 등 어린 선수들을 임대로 보내기 위해서는 출전 명단에 올리는 것이 중요하다. 토트넘의 자원들을 정리하는 수순으로 보인다.
때문에 아직 양민혁이 바로 뛰지 못한다고 해서 크게 실망할 필요는 없다. 아직 어린 선수다. 정해진 타임 라인이 있다. 토트넘 입장에서도 잘 쓰기 위해 거금을 투자한 선수다. 허투루 방치하지는 않는다. 조금만 기다려보자 양민혁이 날아오를 시간이 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