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지지만 생경한, 미켈란젤로의 다비드 [인문산책]

2025. 3. 31.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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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새로운 한 주를 시작하면 신발 끈을 묶는 아침.

르네상스는 종교 중심의 중세를 거부하고 희랍의 이성주의를 재천명한다.

이 중 다비드상은 이상을 선택한다.

인물을 묘사함에도 동양의 산수화는 거대한 자연 속에 존재하는 엄지공주 같은 작은 인간군상들을 통해 거대한 조화를 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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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새로운 한 주를 시작하면 신발 끈을 묶는 아침. 바쁨과 경쟁으로 다급해지는 마음을 성인들과 선현들의 따뜻하고 심오한 깨달음으로 달래본다.
미켈란젤로의 다비드상. 한국일보 자료사진

레오나르도 다빈치, 라파엘로와 더불어 르네상스 3대 거장으로 꼽히는 미켈란젤로. 조각과 회화에 모두 능통한 천재다. 대표 회화 작품에 시스티나성당의 창세기 천장화인 속칭 '천지창조'가 있다면, 조각은 단연 베드로성당의 피에타와 피렌체의 다비드상이다.

다비드(다윗)는 유대의 2대 왕(재위 B.C. 1010∼970)이다. 목동 다윗이 블레셋의 거인 장군 골리앗을 원거리 돌팔매로 이겼다는 얘기는 유명하다. 현대에도 '골리앗 크레인' 등에서 골리앗이라는 말이 사용되는 걸 보면, 이 이야기가 얼마나 널리 퍼져 있는지 알 수 있다.

그런데 미켈란젤로의 다윗은 비록 돌팔매를 들고 있기는 하지만, 목동이라기보다는 몸짱 모델 그 이상이다. 뭔 목동이 조각 근육의 몸짱이란 말인가? 그냥 건장하면서 총기 있는 소년의 모습 정도가 맞는 게 아닐까!

미켈란젤로는 왜 다비드상을 이렇게 조각했을까? 1501년에서 1504년까지 걸린 오랜 기간, 그는 자신의 예술품에서 무엇을 말하려고 한 것일까?

르네상스는 종교 중심의 중세를 거부하고 희랍의 이성주의를 재천명한다. 이 과정에서 예술 속 이데아와 같은 균형 잡힌 완성의 미감을 요청받는다. '사실을 표현할 것이냐'와 '이상을 구현할 것이냐'는 예술의 오랜 과제다. 이 중 다비드상은 이상을 선택한다. 역사 속의 다윗이 아닌 이데아 속 다윗을 표현하려 한 것이다. 그래서 다비드상은 멋진 아우라를 뿜어냄에도 왠지 생경하다.

그런데 여기에서 드는 의문 한 가지? 이데아는 질서일까? 이데아가 '완전성'이라면, 이데아는 질서와 혼란을 모두 내포하는 가치여야 하지 않을까? 이런 점에서, 인간의 이성만이 아닌 자연과의 조화를 추구하는 동양 예술은 흥미롭다.

동양화의 특징은 구불구불한 선이다. 이들은 직선을 그려야 할 때조차도 자를 사용하지 않고 붓으로 한 번에 그린다. 그것은 직선을 표방하는 미세한 곡선일 수밖에 없다. 서양건축에서 흔히 확인되는 직선과 대비되는 가장된 직선과 곡선들, 이것이 동양 예술을 관통하는 예술정신이다.

인물을 묘사함에도 동양의 산수화는 거대한 자연 속에 존재하는 엄지공주 같은 작은 인간군상들을 통해 거대한 조화를 추구한다. 초상화를 그리더라도 옷에 덮인 가려진 미감만 표현한다. 대신 그 속에 정신을 깃들게 하고자 노력했다. 이것이 현상에서 완벽을 추구하는, 서양과 대비되는 동양의 조화와 정신의 예술이다.

자현 스님·중앙승가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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