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히 울리더니 ‘펑’…레바논 ‘폭탄 삐삐’ 대만 제품으로 추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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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현지시각) 오후 3시30분께 수도 베이루트를 비롯한 레바논 전역과 다마스쿠스 등 시리아 일부 지역에서 무선 호출기(삐삐)가 일제히 알람을 울렸다.
그러나 레바논 시아파 무장정파 헤즈볼라가 보안을 위해 대량으로 들여온 삐삐에 이스라엘이 사전에 폭발 장치를 심었다는 추정이 나온다.
뉴욕타임스는 이날 미국 정부 관계자 등의 말을 인용해 이스라엘이 레바논으로 수입된 대만 골드 아폴로사 삐삐 배터리에 무게 30~60g 폭발물을 심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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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현지시각) 오후 3시30분께 수도 베이루트를 비롯한 레바논 전역과 다마스쿠스 등 시리아 일부 지역에서 무선 호출기(삐삐)가 일제히 알람을 울렸다. 몇 초 뒤 삐삐가 폭발했고, 2800명 이상이 죽거나 다쳤다.
이스라엘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초유의 삐삐 폭발 공격의 구체적인 방법은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나 레바논 시아파 무장정파 헤즈볼라가 보안을 위해 대량으로 들여온 삐삐에 이스라엘이 사전에 폭발 장치를 심었다는 추정이 나온다.
뉴욕타임스는 이날 미국 정부 관계자 등의 말을 인용해 이스라엘이 레바논으로 수입된 대만 골드 아폴로사 삐삐 배터리에 무게 30~60g 폭발물을 심었다고 전했다. 폭죽에 쓰이는 화약 무게가 약 0.04g이기 때문에 폭발물 무게가 30g이었다고 치면 위력이 700배 이상이다. 폭발시키기 위해 원격으로 작동할 수 있는 스위치도 내장되어 있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일부는 삐삐가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고 터지기 전에 폐기했다고 전했다. 헤즈볼라 조직원과 이야기를 나눴다는 한 전문가는 폭발 직전 오류 메시지가 전송된 뒤 호출기가 폭발했다고 에이피(AP) 통신 등이 보도했다. 피해자들이 화면을 확인하려다 주로 얼굴이나 손, 배 등을 다쳤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무기 연구 회사인 아머먼트 리서치 서비스의 이사 닉 젠즌존스는 엑스(X)에 올린 글에서 “소셜미디어에 게시된 영상을 보면 폭발 장치가 삐삐에 들어있다”며 “(제품) 운송 중에 (누군가) 가로채 폭발물을 심었다기보다 (처음부터) 공급망이 뚫렸음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공격은 헤즈볼라 조직원들이 보안 때문에 삐삐 사용을 선호한 점을 이스라엘이 노린 것으로 보인다. 헤즈볼라 지도자인 하산 나스랄라가 올해 2월 이스라엘의 휴대전화 도청 가능성을 경고하며 헤즈볼라 대원들의 삐삐 사용이 더 늘었다.
그러나 대만 골드 아폴로사는 이번에 폭발한 삐삐는 자사가 제조한 제품이 아니며, 자사 브랜드 사용 허가를 받은 유럽 제조사인 비에이시(BAC)의 제품이라고 주장했다.
쉬칭광 골드 아폴로 설립자 겸 대표는 18일 신베이시 사무실에서 기자들을 만나 “우리는 대기업은 아니지만 책임감 있는 회사”라며 “우리 제품이 아니고 우리 브랜드가 붙어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고 타이베이타임스가 전했다. 대만 정부 고위 관계자도 골드 아폴로의 삐삐가 레바논을 포함해 중동으로 수출된 기록은 없다고 밝혔다고 시엔엔(CNN)이 보도했다.
이스라엘이 통신 장치를 이용한 공격을 한 사례는 과거에도 있다. 이스라엘 첩보기관인 신베트는 1996년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 폭탄 제작자 야흐야 아이야시에게 폭발물이 부착된 휴대전화를 사용하게 해 숨지게 했다. 1972년 뮌헨올림픽 당시 희생된 이스라엘인들을 위한 보복에 나선 이스라엘 모사드가 팔레스타인 무장세력 일부를 제거할 때도 유선전화기에 폭발물을 설치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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