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낸스 한국 재진입]① 4년 만의 귀환…업비트·빗썸 '양강 체제' 흔들리나

바이낸스가 고팍스를 인수해 4년 만에 한국 시장에 재진입할 예정인 가운데, 이번 행보가 국내 가상자산 시장과 규제 환경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살펴봅니다.

/이미지 제작=챗GPT

세계 최대 가상자산거래소 바이낸스가 한국 시장에 재진입할 예정인 가운데 두나무의 업비트와 빗썸이 양분해 온 시장 구도가 변할지 주목된다. 바이낸스는 국내 거래소 고팍스의 임원 변경 신고가 금융정보분석원(FIU)으로부터 정식 수리되면서 한국 시장 진입 절차를 마무리했다. 2023년 2월 고팍스 지분 67%를 인수한 지 2년8개월 만이다.

세계 최대 거래소의 한국 복귀

16일 업계에 따르면 FIU는 전날 고팍스의 임원 변경 신고를 공식 수리했다. 바이낸스는 인수 직후인 2023년 3월 해당 신고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대주주 적격성 심사와 자금세탁방지(AML) 체계 검토 등의 이유로 수리가 지연됐다.

이번 인수로 바이낸스는 고팍스의 최대주주가 됐다. 다만 고팍스는 여전히 독립 법인으로 운영된다. 가상자산사업자(VASP) 등록 명의 또한 고팍스 명의로 유지된다. FIU의 이번 수리는 '대주주 변경 승인'으로, '신규 진입 허가'와는 성격이 다르다.

바이낸스는 과거에도 한국 시장에 진출한 바 있다. 2020년 '바이낸스KR'이라는 별도 거래소를 설립했다. 하지만 2021년 12월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시행 이후 국내 규제 환경에 부합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철수했다. 당시 실명계좌 발급과 AML 시스템을 제대로 구축하지 못한 점이 주요 원인이었다.

이번 바이낸스의 고팍스 인수는 세계 최대 가상자산거래소가 한국의 제도권으로 복귀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바이낸스 영향 '촉각'

국내 가상자산거래소 시장은 업비트와 빗썸이 사실상 양분하고 있다. 가상자산시장 조사업체 코인게코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경 24시간 거래량을 기준으로 국내 가상자산거래소의 시장점유율을 보면 업비트의 거래 점유율은 62%, 빗썸은 33%다. 두 거래소의 합산 점유율은 95%에 달한다. 바이낸스에 인수된 고팍스의 경우 0.07%에 불과하다. 이런 양강 체제가 바이낸스 복귀로 흔들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시장점유율 현황 /자료=코인게코, 이미지 제작=강준혁 기자

글로벌 가상자산거래소 시장에서 바이낸스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1억8000만명 이상의 이용자를 바탕으로 막강한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다. 업비트와 빗썸은 원화마켓 기준으로 각각 0.05%, 0.04%의 수수료를 부과한다. 반면 바이낸스는 등급별로 최저 0.01%대의 수수료를 적용한다. 여기에 자체 토큰인 BNB를 활용하면 수수료를 추가 할인받을 수 있다.

이러한 수수료 정책이 고팍스에 그대로 도입될 경우 강력한 경쟁력을 갖추게 된다. 이 경우 업비트·빗썸 중심의 양강 체제에 균열이 생길 수 있다는 평가다. 상품 다양성 측면에서도 차별화가 예상된다. 바이낸스는 400종이 넘는 가상자산을 상장하고 있다.

업비트와 빗썸도 이러한 움직임을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수수료나 상장 정책을 급격히 바꾸기보다 거래 안정성과 보안 신뢰도를 내세운 국내 중심 전략을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 업비트는 원화마켓 거래의 안정성을, 빗썸은 중장기적으로 글로벌 제휴 확대를 통해 차별화를 꾀하는 방향에 집중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바이낸스의 진입이 당장 가격 경쟁으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이용자 확보 경쟁은 본격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융당국과 시중은행권 역시 이번 인수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특히 고팍스에게 실명계좌를 제공 중인 전북은행의 리스크 관리가 핵심 변수로 꼽힌다. 가상자산 사업자의 대주주가 외국계 거래소로 바뀐 것은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가상자산 업계 한 관계자는 "바이낸스의 고팍스 인수는 국내 가상자산 시장 전반에 적지 않은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며 "단순한 점유율 경쟁을 넘어 글로벌 거래소의 유동성과 운영 노하우가 국내 시장에 유입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구체적인 영향력을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외국인의 국내 투자 유입을 촉진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며 "이 경우 국내외 거래소 간 가격 격차, 이른바 '김치 프리미엄'을 완화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바이낸스의 진입이 국내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도 국내 이용자들이 바이낸스를 이용할 수 있다"며 "바이낸스가 고팍스를 인수해 들어온다고 해서 크게 달라지는 부분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결국 오더북이 통합되지 않으면 바이낸스의 영향력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FIU가 이를 허용할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오더북은 거래소에서 매수·매도 주문을 가격과 수량별로 실시간 집계해 거래 대기 현황을 보여주는 전자장부다.

다른 관계자는 "고팍스의 제휴사는 지방은행인 전북은행이라는 한계가 있다"며 "이번 인수를 계기로 고팍스의 사명을 '바이낸스 코리아'로 변경한다는 얘기도 있지만, 단순히 간판만 바꿔서는 시장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바이낸스, 제도권 편입 시험대

바이낸스의 한국 시장 재진입은 단순한 영업 재개를 넘어 제도권 편입 가능성을 가늠할 '시험대'로 평가된다. 단기적으로는 수수료와 상품 경쟁을 통한 시장 활성화가 기대되지만 장기적으로는 글로벌 거래소의 시스템이 국내 제도와 충돌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현재 해외 거래소는 규제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하지만 바이낸스가 고팍스를 인수하며 국내 시장에 진입하면 특금법을 적용받게 된다. AML과 고객신원확인(KYC) 등 절차 및 내부통제 강화 등 역시 한국의 규제를 따라야 한다.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바이낸스가 국내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지만, AML과 투자자 보호 같은 핵심 규제 틀 안에서 신뢰를 입증해야 한다"며 "이번 수리는 단순한 시작일 뿐이며, 실제 사업 확장을 위해서는 제도적 협력과 투명 경영이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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