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 계엄 중 ‘술자리 토크’에 징역 1년…44년만 재심에서 무죄

“남한은 북한에 비해 빈부 차이가 크다” “김대중이 맞는 말 했다” 발언했다가 구속기소
1981년도 법원 “국가 존립·안전과 자유민주적 질서 위협”
재심 법원 “1980년 계엄은 위헌·위법해 무효, 검경이 영장 없이 체포·구금해 위법”
당시 20대 남성 44년만에 ‘무죄’…올해 1월 재심 청구해 6월 재심개시

서울중앙지법 전경. 연합뉴스

전두환 군사정부 시절 단행된 우리나라 최장 계엄기간 중 지인과의 술자리에서 "북한에는 자유가 없어도 빵은 보장된다고 한 김대중의 말이 맞다"는 말을 했다는 이유로 장기간 고초를 겪었던 60대가 44년 만에 무죄를 선고 받았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8-3부(부장 최진숙·김정곤·최해일)는 계엄법 및 반공법 위반 혐의로 징역 1년을 확정받은 A(69) 씨의 재심에서 최근 무죄를 선고했다. 재심 재판부는 "당시 계엄포고가 위헌·위법해 무효이므로 공소사실 자체가 범죄가 되지 않는다"며 "당시 A 씨의 발언은 주관적 의견 표현에 불과하고, 내용도 국가 안전에 영향을 미칠 위험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영장주의를 배제하는 위헌적 법령인 계엄포고에 따라 영장 없는 체포·구금이 이루어졌다"며 "A 씨가 당시 구금상태에서 검찰과 법정에서 한 진술 역시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A 씨는 1980년 12월 10일 저녁 지인 2명과의 술자리에서 7개월 전인 ‘5·18 민주화운동’ 관련 대화를 하다가 ‘반국가단체인 북괴의 활동을 찬양한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A 씨는 당시 "김대중이 외국에 나가서 ‘북한은 빵은 보장되어 있지만 남한은 빵이 보장되어 있지 않다’고 말했는데 이것은 맞는 말이다" "북한은 똑같이 먹고 빈부차이가 있지만 남한은 빈부차이가 너무 많다"는 발언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군사정부는 1980년 5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계엄을 유지했다. A 씨는 1981년 4월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 받고, 2심에서 징역 1년이 확정됐다. A 씨는 올해 1월 재심을 청구했다.

강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