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의 소리에 집중할 때 치유가 시작된다, 요가에 빠진 정형외과 전문의 최준하

조회 4922025. 3. 5.
재활을 위해 시작한 요가가 환자의 마음을 헤아리는 열쇠가 됐다. 새벽 시간을 쪼개 수련에 몰두하는 최준하 원장은 “스스로를 보살피는 것이 서툴다면 요가에 도전해 보라”고 조언한다.
ⓒDen
최준하
· 210정형외과의원 대표원장
· 분당 서울대학교병원 정형외과 전문의 및 임상 자문의
· 요가, 필라테스 국제통용자격증 보유
· 소마틱스(알렉산더 테크닉 및 소마 테라피) 국제지도자 과정

요가는 마음의 안정을 도울 뿐 아니라 정형외과 질환의 재활에도 효과적이다. 210정형외과의원 최준하 대표원장은 요가를 통해 디스크 통증이 완화되는 효과를 경험한 뒤 내원하는 환자에게 재활과 부상 방지를 위해 요가를 적극 권장하고 있다. 움직임을 통한 치유법인 '소마틱스'를 실천할 수 있는 공간을 병원 내에 마련하고 요가 자격증까지 취득한 최준하 원장과 함께 요가가 주는 신체적·정신적 재활 효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어떤 계기로 요가를 시작했나?
정형외과 전임의 시절 과로로 목디스크가 생겼다. 재활을 위해 혼자 집에서 유튜브를 보며 요가를 하다 5년 전 본격적으로 요가와 필라테스 지도자 과정을 이수했다. 최근 몇 년간 개원을 비롯해 바쁜 시기를 보내느라 한동안 운동을 못 하다 작년부터 다시 요가 수련을 하고 있다.

눈코 뜰 새 없는 일상을 보내고 있다. 요가는 주로 언제 하나?
진료, 수술, 차팅 등을 마치면 보통 오후 10시에서 자정 사이에 업무가 끝나기 때문에 운동할 시간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진료 시작 전에 운동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병원에 수련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있어 다른 운동과 함께 요가 수련을 주 2~3회 병행하고 있다.

수련할 때 주의를 기울이는 점이 있다면?
유연한 편이 아닌 데다 여전히 목디스크와 허리디스크가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가동성이 허락하는 범위에서 안전한 요가를 하기 위해 노력한다. 소도구를 이용해 부족한 유연성을 보완하면서 내 몸을 이해하고 마음을 들여다보기 위해 집중하고 있다.

요가를 시작할 때 ‘요가 하는 남성’에 대한 시선 때문에 망설이지는 않았나?
40대 남자가 뒤늦게 요가를 시작한다고 하니 동료나 친구들은 하나같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혼자서 요가원에 가자니 용기가 나지 않아 <요가소년> 유튜브 채널을 보면서 집에서 조금씩 수련을 했다. 그러다 어느 정도 동작을 따라 할 수 있게 되었을 때 요가원에 등록했다. 평소 외향적인 성격이라 그런지, 여성 회원들 사이에서 운동하는 것이 특별히 어렵지는 않았다. 처음에는 요가를 시작하는 것을 망설이기도 했지만, 40대 중후반이 된 지금은 늦게나마 요가를 시작한 나 자신에게 ‘셀프 칭찬’을 하고 싶다.(웃음)

요가를 하기 전과 후를 비교해 보았을 때, 어떤 변화가 있었나?
움직임이 부드러워지고 관절의 가동성이 좋아지면서 일상에서의 부상 위험이 현저히 낮아졌다. 평소 웨이트트레이닝과 F45 운동을 병행하고 있는데, 요가를 통해 향상된 가동성과 협응력이 다른 운동을 할 때도 큰 도움이 된다. 정신적인 변화도 크다. 사실 스스로의 몸과 마음을 들여다보고, 나를 살피며 명상을 하는 것이 남자들에게는 익숙하지 않은데, 요가를 시작하면서 사회, 가족, 일이 아닌 ‘나’와 ‘나의 몸’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게 됐다. 어제보다 내가 더 나아졌다는 성취감, 몸이 열리면서 성장하는 감정을 느낄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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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가 진료 스타일에 영향을 주기도 했나?
정형외과에는 운동을 하다 다쳐서 오는 환자가 정말 많다. 솔직히 말하자면, 요가를 시작하기 전에는 그런 분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 같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내가 직접 운동을 해보지도 않고 그런 환자들을 진료한다는 건 어불성설 같더라. 요가를 시작하고 난 후에는 환자들에게 무조건 운동을 그만두라고 하기보다는 그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공감하면서 치료를 하고 있다. 왜 운동을 계속하고 싶어 하는지, 그러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환자 입장에서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

요가를 통해 얻은 가장 큰 깨달음은 무엇인가?
매일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가지면서 내 몸에 대한 깊은 이해와 신뢰가 생겼다. 나와 내 몸을 이해한다는 것은 곧 타인에 대한 이해로 이어진다는 것을 깨달았다. 요가는 나에게 타인과 세상을 보는 눈을 열어주고 치료를 잘하는 의사를 넘어 치유자의 삶을 꿈꾸게 해주었다.

개인적으로 요가를 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강사 자격을 취득하게 된 계기가 있나?
처음 갔던 요가원에 요가 지도자 과정이 있다는 것을 알고, 이왕 요가를 하는 김에 지도자 과정도 이수해 보자는 마음이 들었다. 사실 초보인 상태에서 지도자 과정을 이수했기 때문에 일반 강사들처럼 회원을 가르치거나 개인 수련을 오래 할 기회가 많지는 않았다. 다만 짧은 시간에 강도 높은 수련을 받으며 요가에 대한 깊은 이해를 얻을 수 있었다.

실제로 환자들에게 요가를 권하는 편인가?
그렇다. 특히 남성 환자에게 많이 권한다. 나의 권유를 계기로 요가를 시작해 나보다 더 열심히 하는 분도 있고, 요가 지도자 자격증까지 취득하겠다는 분도 있다. 요가를 열심히 해서 정형외과 질환의 재발 예방과 관리를 잘하고 계신 분도 많다.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며 고민을 많이 하시는데, 일단 시작하면 대부분 요가의 매력에 푹 빠지시는 것 같다.

다른 운동과 비교해 보았을 때, 요가가 의학적 측면에서 갖는 강점은 무엇인가?
코어와 허리, 골반을 강화하고, 신체 전반의 근력과 유연성을 모두 잡을 수 있다는 점에서 요가만 한 운동이 없다. 욕심내지 말고 자신이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수련한다면 유연성이 떨어지는 편이어도 타고난 가동범위를 넓히고 부상을 줄이는 데 효과를 볼 수 있다.

특히 남성들이 요가를 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근육을 다쳐 정형외과에 내원하는 환자의 대부분은 남성이다. 남성들은 근육의 강도가 강하지만, 유연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같은 동작을 해도 근육의 질에 따라 부상의 확률은 크게 달라진다. 또 모든 움직임은 관절에서 일어난다. 관절의 가동 범위를 극대화할수록 움직임이 자유로워지고, 부상이 발생할 확률도 줄어든다. 관절 가동 범위를 확장하고, 신체 협응력을 기르는 데 요가는 매우 효과적인 운동이다. 신체적 균형감뿐 아니라 감정적 균형감을 잡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몸과 마음을 보살피는 훈련이 필요한 중년 남성이라면 꼭 해야 할 운동이라고 생각한다.

요가를 하면 오히려 부상을 입을 수 있다고 하는데, 위험하지는 않나?
하타 요가에서 과도한 후굴 동작을 욕심내면 디스크 부상을 입기 쉽다. 실제로 환자들이 디스크는 물론 어깨, 손목, 손가락, 골반 등 다양한 부위의 통증을 호소하며 내원하기도 한다. 정형외과 의사로서 소견을 말하자면, 이는 오랜 시간 수련하는 과정에서 관절에 조금씩 쌓인 부담이 한계 범위를 넘어서는 순간 디스크나 관절 손상으로 이어진 케이스라고 할 수 있다. 요가는 성취하는 운동이 아니다. 완벽한 자세에 집착해 신체적 한계를 무시하는 것은 위험하다. 내 몸의 한계나 통증의 신호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요가를 하지 말아야 하는 사람도 있나?
일반적으로, 요가를 하지 말아야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하지만 급성으로 척추 디스크가 파열되었거나 통증이 너무 심한 경우에는 요가뿐 아니라 어떤 운동도 하지 않는 것이 좋다. 간혹 서 있는 것조차 힘들어 넘어질 정도로 균형감이 없는 환자가 있는데, 그런 환자들 역시 어떤 운동이든 크게 다칠 수 있으니 하지 않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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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소마틱스를 실제 치료에 적용하고 있다. 소마틱스는 요가와 어떤 관련이 있나?
소마틱스는 신체 감각이나 움직임을 연구하는 몸학(體學)이다. 몸을 감각하고 인지하는 수행법이자 철학인 소마틱스는 몸과 마음이 연결돼 있다는 개념에서 출발해 심리치료 분야에도 적극 활용되고 있다. 넓게 보면 요가, 필라테스, 무용 등도 소마틱스의 일종이다. 환자들은 의사에게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내 몸 사용법을 스스로 익혀야 한다. 단순히 통증 완화를 위한 치료를 넘어 비기능적 패턴이 있는 환자들에게 일상의 움직임을 교정해 주고, 자신의 통증과 삶을 스스로 컨트롤할 수 있도록 돕고 싶었다. 소마틱스를 알기 전에는 어떤 약을 처방하고, 어떤 주사를 놓을지 등의 관점에서 환자를 보았다면 이제는 환자에게 어떤 습관이 있을지, 일을 하거나 잠을 잘 때 어떤 모습일지 먼저 떠올린다. 질환보다는 환자의 움직임 자체에 관심을 기울이게 된 것이다.

소마틱스를 진료에 적용한 사례가 궁금하다
양쪽 무릎의 반월상 연골 손상이 있는 40대 환자가 무릎 통증으로 내원한 케이스가 있었다. 직업이 교사이다 보니 칠판에 판서를 할 일이 많은 환자였는데, 판서를 하기 위해 몸을 돌릴 때 발끝을 돌리지 않고 몸통만 돌리는 습관이 있었다. 그 과정에서 약했던 무릎이 반복적으로 꺾이는 현상을 발견하고, 정확히 발끝을 돌려 자리를 잡도록 올바른 자세를 알려줬다. 이후 일상에서 통증의 원인이 되었던 움직임 자체가 개선돼 좋은 치료 효과를 볼 수 있었다. 환자의 습관을 분석해 불필요한 동작을 제거하고 올바른 동작으로 교정해 얻은 결과다.

소마틱스는 자기 자신을 탐구하고 인지하는 것에 목표를 두고 있기 때문에 몸과 마음이 아픈 환자들의 정신적 안정 에도 큰 도움이 된다. 실제 스트레스로 목과 어깨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가 병원을 찾은 적이 있다. 이 환자의 경우 통증에 대한 치료만으로 잘 호전되지 않아 요가와 소마틱스 치료를 병행했고 심리적 안정과 통증 개선 효과를 함께 얻을 수 있었다.

최근 유튜브 채널 <최준하의 모션다방>을 개설했다
몸과 마음이 아픈 사람들을 즐거운 움직임으로 안내하는 힐러의 삶을 사는 것이 꿈이다. 돌아가신 어머니께서 몸과 마음이 많이 편찮으셨는데, 멀리 떨어져 있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 못한 것이 항상 마음에 남아 있다. 통증은 몸을 움직이지 않아서, 혹은 잘못 움직여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환자를 움직이게 하는 건 결국 마음이라고 생각한다. 자극적이거나 파편적인 건강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여 건강한 움직임을 돕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었다.

어떤 내용을 주로 다루나?

움직임 전문가들과 함께 몸과 마음에 대해 긴 호흡으로 이야기를 나누는 팟캐스트 채널로 운영한다. 요가, 필라테스, 소마틱스 등 각 분야의 움직임 전문가를 초청해 인터뷰하면서 운동뿐 아니라 마음과 명상, 삶의 방향에 대한 인사이트를 나눈다. 영상을 통해 다양한 움직임을 함께 탐험하면서 많은 이의 몸과 마음이 더욱 자유롭고 건강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끝으로, 요가 시작을 망설이는 독자에게 조언을 해달라
남자들은 처음부터 요가원에 가면 어색하고 부끄러울 수 있다. 요가 매트와 휴대폰만 있으면 집에서도 요가를 할 수 있으니, 우선 유튜브 영상을 보며 개인 수련을 해보는 것을 권한다. 또 유연하지 않아 요가를 못 한다는 편견은 버렸으면 좋겠다. 나 역시 유연한 편이 아니어서 소도구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꼭 멋진 자세를 하지 않아도 괜찮다. 요가의 진정한 의미는 나 자신에게 온전히 집중하는 시간에 있다. 타인과의 경쟁심이나 부끄러움은 버리고, 어제의 나보다 오늘의 내가 조금씩 성장하는 재미를 느껴보길 바란다.

ㅣ 덴 매거진 2025년 3월호
에디터 김보미 (jany6993@mcircle.biz)
사진 김덕창 포토그래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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