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골다공증 치료제 시장의 '캐시카우'로 꼽히는 '프롤리아(성분명 데노수맙)'가 미국·유럽에서 특허만료를 맞으며 바이오시밀러 경쟁이 가속화되고 있다.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가 나란히 출사표를 던지면서 국내 시장에서의 경쟁구도가 이목을 끌고 있다. 각각 다른 전통제약사를 파트너사로 삼으면서다. 시장 규모와 고령화에 따른 수요 확대가 뒷받침되며 여전히 매력적인 시장으로 꼽히는 가운데 오리지널사의 공고한 방어와 글로벌 경쟁 심화의 와중에 양사의 전략이 어떤 성과를 낼지에 관심이 쏠린다.
전통제약사와 9조 시장 진출 공동전선

28일 업계에 따르면 프롤리아는 암젠이 개발한 골다공증 치료제로, 뼈 파괴를 유도하는 단백질(RANKL)을 억제해 골절 위험을 낮추는 기전을 띤다. 폐경 이후 여성이나 남성 골다공증 환자, 암 환자의 뼈전이로 인한 골격계합병증(SRE) 예방 등에 널리 사용된다. 2010년 첫 승인 이후 복약편의성을 무기로 글로벌 블록버스터가 됐다. 시장조사기관 아이큐비아는 지난해 프롤리아의 글로벌 매출이 9조원에 달했고, 국내 시장에서도 1749억원을 기록했다고 집계했다. 국내와 미국에서 각각 3월·5월에 특허가 만료됐고, 유럽에서는 11월이 기한이다.
국내 기업 중에서는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가 프롤리아 바이오시밀러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양사가 총 6개 품목의 겹치는 바이오시밀러 제품군을 보유한 가운데서도 유독 데노수맙 시장의 경쟁구도가 주목되는 것은 '유통전략' 때문이다. 양사가 각각 다른 전통제약사와 손잡고 국내 시장을 공략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이들이 공통된 국내 공략법은 전통제약사의 탄탄한 영업 네트워크 활용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셀트리온은 올해 3월 '스토보클로'를 내놓은 데 이어 7월에는 미국에서도 출시하며 본격적인 글로벌 공략에 나섰다. 미국에서는 셀트리온USA를 앞세운 직판체계를 가동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대웅제약과 협업해 종합병원·의원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유럽과 일본에서는 허가절차를 밟고 있다. 셀트리온은 특히 미국에서 보험급여 확대를 위해 처방약급여관리업체(PBM)와의 협상을 병행하며 초반 점유율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가격정책에서도 차별화를 꾀했다. 미국 시장에서는 오리지널보다 약 5% 낮춘 '고도매가(High WAC)' 모델을 채택해 단순한 저가공세가 아니라 수익성과 브랜드의 신뢰도를 동시에 유지하려는 전략을 내세웠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소폭 인하 정책이 단순 저가 경쟁보다 '브랜드 신뢰성+수익성'을 동시에 겨냥한 조치라고 풀이한다.
삼성바이오에피스도 올해 7월 국내에 '오보덴스'를 내놓으며 특허만료 직후 시장에 합류했다. 오리지널 대비 13% 낮은 가격으로 급여가 등재됐고, 한미약품과 공동판매 체제를 꾸려 전국 영업망을 확보했다. 미국과 유럽에서도 허가절차를 마쳤지만 출시 시점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파트너사인 한미약품은 이미 골다공증 치료제 '라본디'를 판매한 경험이 있어 영업망 활용에 강점을 가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같은 파트너십과 관련해 업계의 선례도 함께 조명되는 분위기다. 오리지널 의약품 개발사 암젠 역시 2017년부터 종근당과 프롤리아를 공동판매해왔고, 최근에는 특허만료에 대응해 상급종합병원까지 협력 범위를 확대했다. 기존 판매영역을 각각 의원·준종합병원(종근당)과 종합병원(암젠코리아)으로 나눈 데서 협력범위가 더욱 넓어진 것으로 여겨진다.
안정적 수요 기반 하반기 성과 기대

프롤리아 바이오시밀러 시장에 국내 기업들이 뛰어든 이유에는 '안정적 수요'가 있다. 업계에서는 프롤리아가 골다공증 치료제의 패러다임을 바꿨다는평가를 받는 만큼 바이오시밀러도 안정적인 성장궤도에 진입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프롤리아는 6개월에 한 번만 투여해도 효과가 지속되는 편의성 덕분에 복약순응도가 높고 장기복용 환자도 많다. 특히 고령화로 골다공증 환자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중장기적으로 확실한 캐시카우가 될 것으로 기대되면서 바이오시밀러 기업들의 관심을 끌었다.
성과가 이제 막 집계되면서, 스토보클로는 대웅제약과의 공동판매로 국내 출시 3개월 만에 약 50억원의 매출을 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글로벌 매출은 별도로 나오지 않았다. 오보덴스는 7월 출시 이후 한미약품과 영업망을 공유해왔지만, 분기보고서 등에서 매출 수치는 확인되지 않는다. 두 제품 모두 하반기부터 실적이 본격 반영될 것으로 전망된다.
양사의 공통과제는 '경쟁 심화'다. 해외에서는 산도즈, 바이오콘, 어코드헬스케어, 프레지니우스카비 등이 시장을 노리고 있고, 국내에서는 오리지널 의약품을 판매하는 종근당이 굳건한 가운데 공동판매 범위를 상급종합병원으로 확대하며 방어태세를 강화하고 있다. 게다가 휴온스와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도 임상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 입장에서 단순한 저가 전략만으로는 안착이 쉽지 않은 구조라는 관측이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시장의 특성도 변수다. 업계에서는 대부분의 골다공증 환자가 고령층이고 의료진도 보수적인 성향을 띠어 환자 전환 속도가 더디며, 바이오시밀러 침투율도 단기간에 급격히 오르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처방 전환까지도 1~2년 이상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양사 모두 빠른 성과보다는 보험 커버리지 확대, 입찰 참여, 의료진 네트워크 구축 등으로 점진적인 시장 확대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이 같은 구조에서 암젠의 대응도 관전 포인트다. 암젠은 가격인하와 신(新)제형 개발 등으로 점유율을 방어에 나설 가능성이 거론된다. 한국, 유럽, 일본은 정부 약가 제도가 있어 자체적인 가격인하가 불가능하므로 약가협상을 통해서만 가격인하를 도모할 수 있지만, 미국은 WAC를 직접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3대 영업 중 하나로 제약이 꼽힐 정도로 제약사들의 영업력은 남다르다"면서 "전통제약사들의 병의원 네트워크를 활용한다면 국내 점유율을 높이는 데 상당히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제조사가 직판으로 자체 영업력을 키우는 방법도 있지만, 그보다는 파트너십을 활용하는 것이 더 낫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며 "향후 국내 바이오시밀러 시장이 더 커지면 다른 기업으로도 이런 사례가 확장될지 주목할 만하다"고 덧붙였다.
이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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