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100년>(48)'98월드컵과 차범근 발언 파동
(서울=연합뉴스) 유경수기자= `20세기 마지막 지구촌 축구축제'인 98년 프랑스월드컵축구대회는 한국에 있어 여러가지 의미를 지닌 중요한 대회였다.
2002년 한일월드컵의 주최국으로 외국 언론의 큰 주목을 받은데다 국내적으로는 월드컵지역예선에서 `차범근 사단'이 일으킨 `축구 중흥의 불씨'를 되살릴수 있는 좋은 기회였기 때문이다.
더욱이 당시 국내분위기는 IMF의 여파로 국민들의 주름살이 늘어가고 있는 상황이어서 월드컵 대회는 그 자체가 꿈과 희망의 메시지로 통했다.
54년 첫 월드컵 출전이래 44년간 `월드컵 첫승, 16강 진출'의 꿈을 꾸어왔으니 국민들이 갖는 그 기대감이야 오죽했으랴.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자 태극전사들은 국민들의 기대와 희망을 저버린듯 무기력하게 무너져갔다.
예선 1차전에서 선취골을 올린 하석주의 퇴장으로 멕시코에 1-3으로 역전패했고 네덜란드전에서는 프로와 고교팀의 대결만큼 수준낮은 플레이로 0-5로 대패, 밤잠을 설치며 TV 앞에 앉아 승전보를 기다리던 국민들에게 허탈감을 안겼다.
시민들의 실망은 분노로 이어졌고 선수들에게 패전의 탓을 돌린 차범근 (46.現 중국선천핑안 감독)은 끝내 대회중 경질이라는 최악 시나리오의 주인공이 됐다.
`한국축구는 맞아야 정신을 차린다'는 듣기싫은 속설이 다시한번 들어맞은 것도 이때였다.
이미 16강 진출의 꿈은 사라졌지만 월드컵 첫승이라도 안고가야겠다는 선수들의 투지가 되살아난 것이었다.
김평석 코치를 임시사령탑으로 한 태극전사들은 벨기에와의 마지막 3차전에서 전반 6분만에 닐리스에게 먼저 1점을 내줬으나 후반 26분 유상철이 동점골을 뽑은뒤 거세게 상대를 밀어붙였다.
한국은 수차례의 역전기회를 날려버린채 결국 이 경기에서 1-1로 비겼지만 이임생이 머리에 붕대를 감고 상대 공격수를 제압하는 등 눈물겨운 투혼을 발휘, 국민들에게 깊은 인상과 함께 `조금만 더하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줬다.
한편 대회도중 귀국한 차범근 감독에게는 또한차례 개인적으로 결코 기억하고 싶지 않은 시련이 기다리고 있었다.
부인인 오은미씨와 함께 가진 월간조선과의 인터뷰에서 `프로축구 현대 감독시절 승부조작이 있었다'고 발언, 가뜩이나 월드컵축구에서의 참패로 자숙하고 있던 축구인들의 불편한 심기를 건드린 것이다.
게다가 월드컵에서의 부진 이유를 축구협회 기술위원회와 언론의 잘못 때문이었다고 주장했고 정몽준 협회장의 행보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해 큰 충격을 안겼다.
연일 신문과 방송은 `그동안 입으로만 전해져온 승부조작이 사실로 나타났다', `아니다. 결코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다'며 찬반 양론으로 갈려 떠들었고 차 감독에 대한 여론은 급격히 악화됐다.
이미 중국 핑안팀에 가 있던 차 감독과 국내에 남아있던 부인 오씨는 예상외의 비난여론에 당황, 이를 진압하기 위해 백방으로 나섰지만 소용이 없었다.
진상조사 결과 차 감독의 승부조작 주장은 일방적인 견해로 결론이 났고 축구협회 상벌위원회는 차 감독에게 5년간 국내 지도자 활동을 제한하는 자격정지 조치를 내렸다.
차 감독은 팩스를 통해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고 밝혔지만 자신의 발언이 여전히 정당하다고 고집, 끝내 중징계를 감수하고 말았다.
결국 이 사건은 축구팬들이 차 감독에 대해 갖고 있던 우상 심리를 빼앗아간 꼴이 됐다
차 감독이 누구인가.
그는 72년 고려대 1학년 재학중 최연소(19세)로 국가대표에 발탁된데 이어 79년 국내 선수로는 처음으로 `축구선진국' 독일의 분데스리가에 진출, 황금기를 누린 세계적인 스타플레이어다.
게다가 국내에 들어와서는 97년 1월 7일 좌초위기의 월드컵대표팀 사령탑을 맡아 국내에 폭발적인 축구붐을 조성하며 당당히 월드컵 4회 연속 출전을 일궈낸 국민적인 영웅 아닌가.
그러나 차 감독은 부임 초기 `16강 진출을 이룰 무대'라고 입버릇처럼 얘기했던 '98프랑스월드컵축구대회에서 축구인생에 씻을 수 없는 오점을 남겼고 귀국후에는 승부조작 발언 파문으로 동료 축구인들로부터 외면 당했다.
항시 화려함 뒤에는 어두운 면이 있다는 삶의 방정식에서 차 감독도 예외는 아니었던 셈이다.
yks@yonhapnews.co.kr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계곡살인' 이은해가 받은 유족연금 1천300만원, 한푼도 환수못해 | 연합뉴스
- [소셜+] "예쁘기만 하네"vs"전통 훼손"…체험한복 '전통성' 갑론을박 | 연합뉴스
- '탱크데이' 논란 5개월 만에…스타벅스, 투썸 제치고 1위 탈환 | 연합뉴스
- 방송인 남창희, 결혼 8개월만에 임신 소식…내년 2월 출산 예정 | 연합뉴스
- [팩트체크] 중국서 잡아 제주서 말린 생선…제품명에 '제주' 붙여도 될까 | 연합뉴스
- 태안서 해수욕장 산책하러 간 30대 바다서 숨진 채 발견 | 연합뉴스
- 미국서 강도죄 14년 복역하고 한국군 입대?…법원 "면제 대상" | 연합뉴스
- '30대 남성-초등생' 무인텔 혼숙 막지 못한 업주 입건 | 연합뉴스
- 순천 화포항 인근 갯벌서 30대 숨진 채 발견 | 연합뉴스
- 대낮 뉴욕 주택가서 ICE 요원이 5세 아동 탄 차량에 7발 총격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