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소장 고대 천문책은 신라 작품"

1999. 7. 12.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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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태식기자 = 현재 일본 존경각문고(尊經閣文庫)에는 국내 학계에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천지서상지」(天地瑞祥志)라는 서기 666년에 편찬된 아주 오래된 천문지리서가 소장돼 있다.

지금까지 일본학계에서는 이 책이 뚜렷한 근거없이 당나라 사람 살수진(薩守眞)이라는 사람이 왕명에 따라 편찬한 것으로 8,9세기 중국에 파견됐던 일본 사신들에 의해 일본에 유입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런데 원래 20권 중 9권만 남아있는 이 「천지서상지」가 신라 문무왕대에 활약했던 설수진(薛守眞)이라는 학자가 쓴 것이라는 충격적인 주장이 국내 고대사학자에 의해 제기됐다.

만약 이 주장이 사실이라면 이 책은 지금까지 남아있는 국내 문헌 중에는 가장 오래된「대승기신론소」를 비롯한 원효(617∼686)의 저술과 거의 동시대가 되며 한국 고대 천문서로는 가장 오래된 것이 된다.

부산외국어대 권덕영 교수는 최근 발간된 이화여대 사학과 신형식 교수의 화갑을 기념한 논총집인 백산학보 제52호에 발표한 `「천지서상지」 편찬자에 대한 새로운 시각'이라는 글에서 이런 주장을 내놓았다.

권 교수는 이 논문에서 일본학자들은 이 책이 살수진이라는 당나라 사람이 쓴 것이라는 데 아무 의심도 하지 않고 있으나 추적 결과 이는 당나라 작품이 아니라 신라인이 쓴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것이 신라인 작품이라는 근거로 권 교수는 ▲당나라 작품이라는 근거가 아무 데도 없고 ▲둘째 이 책 서문에서 저자가 이미 중국에서는 폐지된 지 3개월이나 지난 연호를 사용하고 있으며 ▲이 책에 백제가 멸망된 뒤 신라 문무왕과 당나라가 세운 백제 꼭두각시 왕인 부여 융과의 사이에 맺은 맹서를 기록한 이른바 `취리산맹문'이 아주 자세히 등장하고 있고 ▲무엇보다 「삼국사기」에 설수진이라는 사람이 문무왕대에 활약한 문장가로 등장한다는 점 등을 들고 있다.

「삼국사기」의 설수진이 곧 「천지서상지」 저자라는 살수진과 같은 인물이라는 점은 발음의 거의 똑같은 데다 실제 삼국시대 때는 살(薩)과 설(薛)이라는 한자를 서로 바꿔 쓴 사례가 여럿 있다는 데서 더욱 확연해진다는 것.

따라서 이 책 서문에서 살수진에게 편찬을 명했다는 `대왕폐하'는 바로 문무왕임이 확실하다고 권 교수는 덧붙였다.

한편 「천지서상지」라는 책에 대해 한국 고대천문학의 최고 권위자로 통하는 전상운 전 성신여대 총장과 나일성 연세대 명예교수는 모두 "처음 듣는 책"이라면서 "국내 학계의 면밀한 연구검토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사진있음)

taeshik@yonhap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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