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왕운기」 후대 대폭 첨삭"-이종문 교수

1999. 6. 21. 18:54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서울=연합뉴스) 김태식기자 = 고려말 유학자 이승휴(李承休.1224∼1300)의 「제왕운기」(제왕운기(帝王韻紀))는 단군에서 시작되는 유구한 한국역사를 중국역사와 비교하면서 유려한 칠언오시(七言五詩)로 읊은 기념비적인 장편 서사시로 꼽히고 있다.

이 책은 고려중기 이규보(이규보(李奎報))의 「동명왕편」(동명왕편(東明王篇))과 함께 우리 문학사에서 장편 역사시의 시대를 열었을 뿐만 아니라 그 이전까지 소외됐던 발해를 우리 역사에 포함시켰다는 점에서 사학사적인 의미도 대단히 큰 작품으로 평가된다.

그런데 지금 전해지고 있는 이 작품이 이승휴가 1287년 완성해 충렬왕에게 바친 원본「제왕운기」가 아니라 나중에 누군가에 의해 의해 대폭 삭제되거나 보태진 것이라는 충격적인 연구결과가 나왔다.

계명대 이종문(李鍾文) 교수는 최근 한국정신문화연구원이 펴낸 「고려시대 역사시 연구」라는 논문집에 발표한 `제왕운기의 원전에 대한 몇가지 의문점'이라는 글에서 현존하는「제왕운기」가 대폭 첨삭됐다는 구체적인 증거들을 제시했다.

이 교수는 무엇보다 편찬자인 이승휴 자신이 말한 「제왕운기」와 현존 「제왕운기」가 일치하지 않음을 주목하고 있다.

즉 이승휴는 중국과 한국역사를 각각 상,하 두권으로 나눠 읊은 이 작품이 상권의 경우 반고(반고(盤古)) 이후 여진족이 세운 금(金)나라 마지막왕인 애종(哀宗)까지 중국역사를 서술했다고 곳곳에서 밝히고 있음에도 현존 「제왕운기」는 금나라 뒤에도 원(元)나라와 남송(남송(南宋))의 역사까지 모두 20구 140자나 더 붙어있다.

또한 이 작품 상권 머리말에서 이승휴 자신은 상권이 대략 2천370자라고 하고 있음에도 현존 「제왕운기」는 모두 2천436자로 66자가 더 많았다.

이런 사정은 한국역사를 서술한 하권 `동국군왕개국연대'(東國君王開國年代)도 마찬가지라고 이 교수는 지적했다.

이승휴가 쓴 서문에 따르면 이 연대기는 1천460자가 되어야 하나 실제로는 이보다 238자나 많은 1천694자에 이르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한국역사를 다룬 제왕운기 하권 중 고려 역대왕들의 업적을 담은 `본조군왕세계연대'(本朝君王世系年代) 또한 이승휴가 말한 700자보다 무려 110자나 많은 810자나 되었다.

이 교수는 이런 점들이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제왕운기」가 후대에 언젠가 누군가에 의해 대폭적인 수정이 가해졌음을 보여주는 적극적인 증거로 앞으로 「제왕운기」 연구는 원전으로 되돌아 가야할 지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런 주장에 대해 이우성 민족문화추진위원장은 "지금까지「제왕운기」 원전 자체에 대한 연구는 거의 없었다"면서 "그러나 이 주장이 사실이라면 이는 중대한 문제이므로 면밀한 검토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사진 있음)

taeshik@yonhapnews.co.kr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