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원짜리 동전 '귀한 신분'

1999. 4. 8.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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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박창욱기자= "10원짜리 동전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못가겠어요?"

서울 서초구 잠원동 뉴코아백화점 경리과 최승웅(36)과장의 요즘 하루일과중 가장 중요한 일은 10원짜리 동전을 구해오는 일이다.

최과장은 10원짜리 동전이 있는 곳이라면 한국은행은 물론, 버스회사, 전화국,자판기 운영업자 등 어디라도 마다않고 찾아간다.

얼마전에는 서울시내 은행을 온통 뒤지다 못해 멀리 김포공항내에 있는 조흥은행까지 가서 어렵게 10원짜리 동전을 확보하는 `쾌거'를 올렸다.

최과장의 하루일과가 달라진 것은 지난달 15일 백화점,슈퍼마켓,편의점 등 10평 이상의 매장에서 비닐봉지를 20원에 판매하면서부터.

이 백화점은 지난 2월에는 하루 한국은행 표준 동전자루 2개 분량인 160만원 정도의 10원짜리 동전이 필요했지만 지난달에는 비닐봉투를 판매하고 거스름돈을 나눠주다 보니 무려 5자루 4백여만원 어치의 동전이 사용됐다.

이 같은 현상은 다른 곳도 마찬가지로 이 때문에 각 은행 창구마다 유통업체 경리과 직원들이 찾아와 10원짜리 동전을 달라며 `애걸'하는 기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또 뉴코아 백화점 평촌점의 경우 식당에 `사랑의 동전함'을 갖다놓고 직원들을 상대로 10원짜리 동전을 모으고 있고 서울 노원구 상계동 미도파백화점도 각 부서마다 `집에서 잠자고 있는 동전을 모읍시다'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지난 97년9월 전화요금이 40원에서 50원으로 오르고 지난해 1월 시내 버스요금이 430원에서 500원으로 오르면서 거의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한 10원짜리 동전이 예상치 못한 비닐봉투 유상판매라는 호재를 만나 일거에 `귀하신 몸'으로 신분이 상승한 것.

한국은행에 따르면 이같은 유통업체의 비닐봉투 유상판매로 인해 지난 2월 1천600만개였던 10원짜리 동전 발행량이 지난달에는 1천800만개로 늘었다.

한국은행측은 특히 경기가 좋아지면서 10원짜리 동전 수효가 늘 것으로 보고 지난해 9천3백만개였던 신규 제조량을 올해는 1억5천800만개로 대폭 늘리기로 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경기회복과 유통업체 비닐봉투 유상판매가 맞물려 당분간 10원짜리 동전 기근현상이 계속될 것"이라며 "10원짜리 동전 하나 만들려면 35원 정도의 비용이 드는 것을 감안하면 사회적 비용도 만만치 않은 셈"이라고 말했다.

pcw@yonhap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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