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의 사회학 재미있게 쓴 「개미제국의 발견」

1999. 1. 22.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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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서울=연합뉴스) 임형두 기자 = 지구상 최초의 농사꾼은 누구일까. 개미가 가축을 기른다는 것은 사실일까. 개미사회에도 사기꾼이 있고, 보디가드도 있다는데 그것 역시 정말일까.

서울대 생물학과 최재천 교수가 펴낸 「개미제국의 발견」(사이언스북스 펴냄)은 개미의 세계를 소설보다 더 재미있게 설명해주고 있어 읽을수록 감칠 맛이 느껴진다.

최씨가 개미를 본격 연구한 것은 지난 84년. 미국 하버드 대학원 시절 중남미 열대림에서 열대생물학을 수강한 것이 계기가 돼 기상천회한 개미들의 세계에 홀딱 빠져들었다. 그래서 낸 것이 이번 「개미제국의 발견」이다.

최씨의 접근은 매우 특이하다. 그리고 재미있다. 개미의 세계를 단순히 생태적으로 접근하지 않고, 그 경제구조와 사회문화 그리고 정치체제를 인문사회과학에 바탕을 두고 살폈다.

이런 접근법은 결코 견강부회가 아니다. 인간에 가장 가까운 것이 인간 유전자를 99% 공유한 침팬지로 알려져 있으나 개미에 비하면 먼 친척일뿐이라고 최씨는 말한다. 인간 이외 유일하게 전쟁을 일으켜 대량살상을 하고, 고도의 분업체계와 집단성, 정교한 정신문화를 갖고 있는 것은 개미뿐이라는 것이다.

개미는 철저한 컨베이어 벨트식 분업공정으로 이윤을 극대화하는 경제조직을 갖고 있어 배울 게 많다. 개미사회는 태어날 때부터 여왕개미, 일개미, 수개미 등 네개의 계급으로 분류된 가운데 규모의 경제와 합리적 기업경영 방식을 통해 고도의 이익을 창출해간다.

개미는 또 5천만년 역사를 자랑하는 타고난 농사꾼이자 건축가이다. 잎꾼개미를 비롯해 지구상 2백여종의 개미들이 이파리를 잘게 부수어 지하에 저마다 버섯공장을 경영하고 있다. 단칸방들을 복잡한 미로로 연결하는 그들의 도시건설방법도 감탄을 사기에 충분하다. 환풍장치에서 쓰레기 배출통로까지 완벽하게 갖춘 개미들의 도시는 인간문명에 버금갈 정도라는 얘기다.

집에서 멀리 나가 먹이를 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집안이나 인근에서 가축을 기른다는 점에서 이들은 낙농의 대가라고 할 수 있다. 개미와 진디의 경우가 그 한 예. 개미는 진디를 천적으로부터 보호해주는 대신 영양분이 듬뿍 담긴 단물을 받아 먹는다. 이밖에 깍지벌레나 뿔매미 등을 집안 외양간에서 사육하며 배를 채운다.

개미는 보디가드 산업의 창시자로도 일컬어진다. 남을 도와주는 대신 그 댓가를 지불받는 것. 예컨대 쇠뿔아카시아는 수도머멕스 개미에게 살 집과 영양물질을 제공해주는 덕분에 안심하고 살아갈 수 있다. 이 개미는 워낙 사나워 초식곤충은 물론 소나 말같은 동물도 얼씬거리지 못한다.

개미사회의 정치는 인간의 그것과 너무나 닮았다. 인간으로 치면 개미사회는 강력한 군주제를 채택하고 있다. 모든 개미들은 자식낳기도 포기한채 여왕에게 맹종해야 한다. 일부 불만에 찬 일개미들이 간혹 역적모의를 하기도 하지만 들키는 날에는 목숨부지하기가 어렵다.

정치적 갈등은 여왕들간의 합종연횡을 가져오기도 한다. 때에 따라 여왕들이 함께 뭉쳐 복수여왕제 즉 집단지도체제를 구축하며 추종세력을 대동한 가운데 여기서 탈출해 새로운 왕국을 건설하는 여왕도 생긴다. 합당과 분당을 밥먹듯 하는 정치판을 연상케 하는 부분이다.

고도의 화학적 암호로 언어를 소통하는 이들을 등쳐먹는 기생곤충도 있다. 이 역시 타인의 노동 댓가를 도중에 가로채는 인간사회의 사기꾼과 흡사하다. 반날개 딱정벌레는 개미의 아기방에 들어가 개미 애벌레 시늉을 내며 달랑달랑 먹이를 받아 먹는다. 그러나 가장 무서운 적은 바로 내부에 있다. 개미들간에 동족상잔의 전쟁이 벌어지곤 해 대량학살을 초래하기도 한다.

<사진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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