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TV드라마 양적 증가 불구 質은 갈수록 퇴보"

1997. 4. 15.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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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聯合)) 朱勇星 기자= 최근 들어 TV 드라마가 더 이상해졌다는 이야기가 방송가에 부쩍 많이 나돌고 있다.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공중파TV의 격심한 시청률 경쟁으로 인해 드라마의 수준이 갈수록 퇴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영상소프트웨어 발전의 최첨병 역할을 해도 시원찮을 TV 드라마가 국내 영상문화의 발전에 오히려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비난이 여기저기서 일고 있는 것이다.

사실 국내 TV 드라마의 경우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마치 공장에서 물건을 만들어내듯 `찍어내고' 있는 형국이다. 야외촬영 직전에야 대본이 나와 연기자들이 녹화 당일 팩스로 대본을 받아보는 지경에서 영상문화를 운운하는 것은 어불성설인지도 모른다.

공중파TV 4개 채널에서 일주일 기준으로 40여편에 가까운 드라마를 쏟아내고, 게다가 최근 유행하는 시트콤이니 재현다큐멘터리니 하는 따위의 유사드라마까지 합치면 도대체 몇편이 되는지 힘들정도로 `드라마공화국'을 이루고 있다.

지난 96년 한해에 방영된 드라마는 모두 1백3편. 한국방송작가협회에서 뽑은 명세는 주말연속극 9편, 주간연속극 18편, 일일연속극 14편, 시추에이션물 14편, 미니시리즈 12편, 특집극 7편, 단막극 19편 등이다.

드라마 작가들이 주축이 된 한국방송작가협회는 해마다 우수 드라마와 비드라마를 쓴 방송작가에게 작가상을 주고 있는데 하지만 올해는, 더 정확하게 말하면 지난해 작품(드라마) 대상으로는 수상자를 뽑지 못했다고 15일 실토했다.

자천타천의 방송드라마 15편을 심사한 드라마 부문 심사위원회의 유호, 이재우,박정란씨는 "열과 성을 다한 드라마 작가에게는 실례의 표헌이지만 한마디로 말해 96년도의 수확은 흉작이다"이라고 자책했다.

SBS가 6.25특집극으로 내보낸 <구하리의 전쟁>(권인찬 作) 하나 정도가 작가의 의도면에서 돋보였지만 아쉽게도 작품의 숙성도가 미흡했다는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졸속 제작이라는 오늘의 제작여건이 작용했을 것으로 이들은 미뤄 짐작했다.

많은 드라마가 오락성에선 성공을 거두고 있으나 의식의 빈곤감을 떨쳐 버릴 수 없었고, 끝내 문제성 결여라는 치명적인 흠집을 남기고 말았다는 것이 이들 원로 드라마 작가들의 지적이다.

요즘 채널을 불문하고 감각적인 드라마가 판을 치고 있는게 우리의 방송 현실이다. 재벌 2세, 패선모델, 여성앵커 등 화려한 이야기는 있을 수 있는 일이라 쳐도, 걸핏하면 삼각관계, 이혼 등 판에 박은듯한 사랑타령이 그게 그것이라는 혹평을 자아내고 있는 것이다.

원로 드라마작가 이재우씨의 넋두리가 이어진다. "역사와 사회를 이런 식으로 마구잡이로 호흡해도 되는 것일까. 그것이 방송사만의 책임일까. 어쩌면 오늘의 개탄스런 시류에 앞장선 장본인이 작가들은 아닐까. 달콤한 상품, 잘 팔리는 제조업자 이것이 우리(작가, 드라마)의 목표일까"

이 독백은 표피적인 감각만을 추구하는 일부 젊은 드라마 연출가들 또한 곱씹어봐야 할 대목임에 틀림없다. 방송작가협회는 97년 작가상을 특별히 앞당겨 12월중에 발표하기로 했지만 그 상을 탈 드라마가 정말로 탄생할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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