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영화계 이어 가요계에도 사정(司正) 한파

1996. 11. 28.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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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聯合)) 李熙鎔 기자= 검찰이 27일 인기 댄스그룹 `터보'의 멤버와 매니저를 소환 조사한데 이어 28일 소속사인 스타뮤직 대표 權승식씨를 지명수배하자 영화계에 이어 가요계에도 본격적인 사정한파가 닥친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權씨가 받고 있는 혐의는 터보의 수익금 갈취와 폭력 행사. 검찰은 자체 정보에 따라 수사를 시작했으며 27일 철야조사를 통해 이같은 혐의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히고 있다.

가요계의 관행에 따르면 가수와 프로덕션은 콘서트 수입, 밤무대 출연료, CF 출연료, 팬사인회 수입 등을 반분한다. 이 돈으로 프로덕션은 사무실 유지비와 매니저 월급, 인기관리 비용 등을 충당하는 것이다. TV출연료를 나누는 경우도 있지만 프로덕션 측이 홍보 및 부대비용으로 쓰는 것이 보통이다.

음반판매 수익금은 일정 비율로 나누기도 하지만 음반이 잘 팔리는 가수들의 경우 앨범 한장당 일정액의 로열티를 받는 형식으로 계약한다. 이들 스타가수들은 프로덕션과 계약할 때 거액의 계약금을 받기도 한다.

그러나 가수와 프로덕션 사이에는 수익금 분배를 둘러싸고 말썽이 끊이지 않는다. 계약 자체가 투명하게 돼있지 않은 경우가 많은데다가 가수들은 늘 프로덕션이 수익금을 줄이는 방법으로 자신의 몫을 빼돌린다는 불신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무명이었다가 갑자기 스타덤에 오른 경우에는 분란의 소지가 더욱 많다. 음반을 내겠다는 욕심만 앞서 불리한 계약을 맺었다가 나중에 음반이 히트한 뒤 자신의 몫을 요구하게 되는 것이다.

94년 김수희에게 발탁돼 `세상은 요지경'을 빅히트시켰던 탤런트 출신 가수 신신애도 음반판매 수익금 분배에 불만을 품고 소송까지 제기했던 것이다.

검찰에 따르면 스타뮤직은 TV출연 및 음반판매 등을 대행해주고 수익금을 터보와 반씩 나누는 계약을 체결하고도 수익금을 알려주지 않은 채 수억원을 가로채는가 하면 이에 반발하는 터보 멤버 金정남과 金종국에게 "가요계에서 매장시키겠다"고 협박하며 폭력까지 행사했다는 것.

또한 검찰은 조사과정에서 터보의 유흥업소 출연에 모레코드社 대표 朴모씨가 개입, 상습적으로 금품을 갈취해온 사실을 포착하고 금명간 朴씨를 소환해 터보의 특정 유흥업소 출연을 강요하거나 출연료를 갈취한 경위 등을 집중조사할 방침이다.

폭력조직의 일원으로 알려진 朴씨는 현재 가요시장에서 외국 직배사와 대기업을 제외하고는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실력자로 최근 인기가수 김건모를 거액에 스카웃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조직 폭력배들이 연예인들을 협박, 자신들의 조직원이 간부로 있는 특정 유흥업소의 출연을 강요하고 출연료 중 일정액을 상납받고 있다는 것은 연예계에서 널리 알려진 사실.

그러나 연예인들이 피해를 당하고도 보복과 인기하락 등을 우려한 나머지 피해를 감추고 있어 이같은 비리가 구체적으로 드러난 적은 한번도 없었다. 단지 가수 남진과 수와진 멤버 등이 폭력배에게 폭행당하는 사건 등이 간간이 터지면서 세간에 그 일부가 드러났을 뿐이었다.

최근 들어 많이 달라지기는 했으나 아직도 대부분 가수들의 주수입원은 조직폭력배가 깊숙히 개입하고 있는 밤무대 출연이어서 가수와 폭력배는 여전히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돼 있다. 실제로 가수 매니저들의 상당수가 주먹패 출신인 점도 이같은 사실과 관련이 많다.

검찰은 터보 이외의 다른 유명 연예인들도 조직폭력배들로부터 출연료와 음반판매수익금 등을 갈취당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 연예계 전반으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이밖에 TV 출연 및 가요 프로그램의 순위 조정 등을 둘러싼 `검은 돈' 거래의 관행과 음반 유통과정에서의 등 가요계의 해묵은 비리에 대해서도 검찰이 내사를 벌이고 있다는 소문이어서 가요관계자들은 수사의 파장이 어디까지 미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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