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스> 불명료한 단어(單語)가 남북(南北)논란 촉발

입력 1995. 2. 7. 17:04 수정 1995. 2. 7.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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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美합의문」상이한 해석... "as"가 주범(主犯)

학계, "모호한 단어 사용한 배경 궁금 "

(서울=연합(聯合)) 北.美기본합의문상의 <남북대화재개 관련부분> 해석을 놓고 남북(南北)韓간에 논란이 빚어지게 된 근본요인은 불명료한 영어단어 사용에 있는 것으로 파악돼 관심을 끌고 있다.

7일 정부당국 및 학계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해 10월21일 제네바 핵회담 타결 이후 우리측과 북한측이 남북대화재개 부분과 관련된 기본합의문 제3조 3항의 해석을 놓고 팽팽히 맞서게 된 주원인은 바로 영문 접속사 "as"가 지닌 「단어(單語)의 애매모호함(lexical ambiguity)」때문이라는 것이다.

北.美기본합의문에 명시된 英文原本의 남북대화 조항은 " The DPRK will engage in North-South dialogue, as this agreed framework will help create an atmosphere that promotes such a dialogue."로 돼 있다.

이에 대한 우리측 해석은 "본 합의문이 대화를 촉진하는 분위기를 조성해 나가 는 데 도움을 줄 것이기 때문에 북한은 남북대화에 착수함"이라는 것이다.

반면 북한측은 "조선은 이 기본합의문에 의하여 대화를 도모하는 분위기가 조성되는 데에 따라 북남대화를 진행할 것이다"고 해석, 우리측과는 반대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상이한 해석이 나오게 된 주요인은 바로 접속사 "as" 때문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다양한 의미를 갖고 있는 "as"가 우리측 해석대로 "...때문에(because)"라고도 번역될 수 있고 북한측 해석대로 "...하는 조건에서(on condition that)"라는 뜻으로도 풀이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관련,한국영어교육학회장 金忠培교수(고려대 사범대 영어교육학과)는 "나름대로 전문가들의 의견을 취합해 본 결과, 이번 합의문의 경우 두 가지로 모두 해석 이 가능하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말했다.

金교수는 "자문한 네이티브 스피커와 한국인 전문가들의 견해가 반반씩 엇갈렸다"면서 "이들은 외교문서에 이처럼 애매모호한 단어가 사용된 점에 대해서는 모두 이상하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덧붙였다.

일부 관계자들은 외교문서를 작성할 때는 무엇보다도 적확(적확(的確))한 용어선택이 중요하다는 점을 모를 리 없는 미국측이 왜 이처럼 애매한 단어를 사용했는지에 보다 궁금증을 나타내고 있다.

또 불어(佛語) 등 제3의 언어를 이용하지 않고 상대방 언어로 합의문을 작성할 때는 반드시 상대측 원본을 검토, 상이점 존재여부를 확인하는 절차를 거치게 되는 외교관행에 비춰보더라도 해석상 문제점이 발생할 소지를 남겨 놓은 것은 `이상하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한 관계자는 " 이러한 논란은 남북한이 직접대화를 하지 못하고 미국을 통해 간접대화를 함으로써 빚어진 것"이라면서 " 이번 일을 거울삼아 앞으로는 미국을 중개자로 한 간접적인 남북대화의 위험성에도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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