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패왕별희' 첸 카이거 감독 내한

1994. 2. 16.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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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聯合)) 崔英宰기자 = 지난해 동양권 영화로서는 최초로 칸 영화제 대상을 따낸 <覇王別姬>의 감독 첸 카이거氏(陳凱歌.42)가 하명중영화제작소 초청으로 15일 내한했다.

배우처럼 훤칠한 키에 시원스런 미남형의 첸 카이거 감독은 16일 오전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중국 고유의 문화를 세계 각국에 알려야겠다는 사명감과 함께 시대적인 시련 속에서 인간의 모습을 담으려는 영화적 노력을 세계가 이해해 줬다"면서 "동양권영화의 세계진출가능성은 무한하다"고 강조했다.

△ 중국의 전통극인 경극(京劇)을 영화 <패왕별희>에서 다루게 된 동기는.

"경극은 2백여년의 전통을 가진 중국 고유의 문화유산이다. 1920-30년대에 그 절정에 다다르기도 했다. 그러나 요즘 중국의 젊은이들은 로큰롤과 디스코를 좋아한다. 한 시대의 예술은 그 시대의 생활방식을 반영한다는 점에서 이해 못할 일은 아니나 전통문화의 상실에 안타까움을 느껴 영화로 만들게 됐다.

패왕별희는 홍콩 여류작가의 작품인데 그녀와 각본.각색 작가 3명과 함께 1년 동안 영화화작업을 했으며 5개월간 촬영, 6개월 편집 등 굉장한 노동력이 투입됐다. 패왕별희는 결국 러브스토리다"

△ 아시아 영화, 특히 중국영화가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발전하게 된 동기는.

"먼저 중국이 개방무드에 있어 세계 각국과 교류를 갖게 됐으며, 무엇보다도 중국은 한국과 같이 3천년 역사의 문화유산이 있고 그것은 현대사회에서도 필요한 것이다. 또한 현대 1백년간의 국가적이고 역사적으로 겪은 시련과 경험은 영화의 좋은 소재가 될 수 있었고, 여기에 최근 10년간 중국 영화감독들의 피나는 노력이 뒤따랐다"

△ 패왕별희가 서방에서는 호평을 받고 있으나 중국본토에서는 퇴폐적이라는 이유로 혹평을 받고 있는데.

"영화인 또는 예술인의 사고방식을 보통사람들이 이해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감독으로서 중국문화를 세계 각국에 알려야겠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있으며 이 점을 동포들이 이해할 날이 올 것이다. 앞으로도 중국 상황과 현실을 반영하는 영화를 중국에서 제작하고 싶다

중국의 영화검열 상황도 `동방예의지국'으로서의 전통이라고 생각하며 현실로 인정하고 있다"

△ 여장(女裝)남자로 배우 장국영을 캐스팅하게 된 배경과 동성애영화에 대한 소견은.

"장국영이 경극 여배우로 분장한 것을 보고 나도 놀랐다. 서양의 여장배우의 눈빛은 여전히 남자눈빛이었으나 장국영의 눈빛은 여자의 것이었다.

패왕별희는 동성애 영화로 볼 수도 있고 아닐수도 있다. 단순히 동성애 내용이 아니라 무대상황과 현실을 혼동하는 여장배우의 사연을 그렸기 때문이다.

나는 동성연애자는 아니지만 현실생활 선택은 개인의 권리라고 생각한다"

△ 지난 90년 제작한 영화 <絃위의 인생>는 상징주의, 표현주의적인 기법이 주류를 이루는데 반해 <패왕별희>는 사실적인데 그사이 영화관이 바뀐 것인가.

"나는 감독으로서 다양한 영화기법과 접근방법을 표현하고 싶은 욕망을 가지고 있을 뿐 영화관이 바뀐 것은 아니다. 나의 영화는 항상 인물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변함이 없다. 영화는 창조이지 모방은 아니다. 패왕별희도 사실적인 기법 보다는 카메라 앞에 연기를 피워 촬영하는 등 경극과 옛 북경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려 애썼다

△ 동양영화의 세계무대 진출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나.

"세계는 점점 좁아지고 있으며 소수의 문화가 부각돼, 이를 상호이해하는 풍토가 조성되고 있다. 중요한 것은 동양문화를 서방에 얼마만큼 보여줄 것인가이다. 자신감을 가지고 한단계씩 점차적으로 나아가면 될 것으로 본다"

1952년 북경 태생의 첸 카이거 감독은 북경영화학교를 졸업한 뒤 84년 데뷰작 <황토지>로 르카르노 영화제 은곰상을 수상하고, 85년 중국 인민군대의 술렁거림을 표현한 <대열병>이 몬트리얼 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한 이후 중국영화의 신세대 감독群을 일컫는 <제5세대 영화인>중 선두주자로 평가받고 있다.

87년 뉴욕대학에서 영화강의를 하기도 했으며 최근에는 주로 미국 할리우드에서 영화활동을 계속해 중국영화의 세계 상품화에 큰 몫을 하고 있다.

지난해 칸 영화제 대상을 받은 <패왕별희>는 94년 골든 글로브 최우수외국영화상을 수상했으며 아카데미 최우수 외국영화상 또한 유력시되고 있다.

그는 현재 30년대 항주(옛 상해)를 배경으로 섹스와 정치 스캔들을 담은 러브스토리 성격의 <風月時代>를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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