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評> sbs-TV '여형사 8080'

1992. 5. 20.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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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신한 소재불구 장면연관성없는 졸작" (서울=연합(聯合)) 崔輝永기자=서울방송이 19일 첫 방송한 <여형사 8080>은 국내 TV 드라마 사상 최초로 여형사들의 활약상을 다룬 수사물이어서 미리부터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특히 요즘같이 각 방송에서 통속 멜러물이 홍수를 이루는 상황에서는 이같은 신선한 소재의 드라마가 가뭄의 단비처럼 반갑기도 했고, 또 왜 진작 이런 드라마를 개발하지 못했던가 하는 아쉬움이 들기도 했다.

그러나 정작 안방을 찾은 <여형사 8080>의 첫 편 '다이아 좋아해?'(홍회준 극본, 구본근 연출)는 과연 이 드라마가 무슨 의도로 기획 됐는지 그 탄생 이유조차 회의케 만들었다.

물론 이 드라마에는 외국의 수사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심야의 총싸움과 박진감 넘치는 무술, 잔잔한 로맨스와 도박 따위가 모두 등장한다. 그러나 드라마라면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장면간의 연관관계가 전혀 발견되지 않아 줄곧 시청자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이를 테면 드라마 초반부에 만능 스포츠우먼 장형사(김미현扮)가 으슥한 밤길에서 대여섯명의 청년들과 싸움을 벌이는 대목부터 그렇다. 장형사가 지나가는 청년들앞에 홀연히 나타나 이들을 마구 두들겨 패고 수갑을 채우는 이유가 전혀 설명돼 있지 않다. 그저 장형사의 현란한 발차기와 몸놀림만이 돋보일 뿐이다.

만약 이 장면이 장형사가 민첩한 행동파 여성이라는 걸 보여주기 위해 설정된 것이라면 하나의 작은 에피소드를 꾸미는 방법이 더 적절했을 것이다. 초반에는 전체 줄거리와 전혀 상관없는 해프닝 하나를 만들어 주인공의 성격을 엿보게끔 하는 게 대개 수사영화의 기본도식임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었다.

이같은 돌발적인 내용전개는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더욱 심각해진다. 범인에게 홍형사(김지수扮)가 미모를 이용, 접근하는 방식도 설득력이 전혀 없어 실소를 금치 못하게 했을 뿐 아니라, 심야에 범인의 대저택에서 샤워를 하고 나와 갑자기 포커를 하는 장면도 제작진이 의도했음직한 '긴장'과는 달리 맥 빠지는 대목이었다.   창문밖에서 범인의 카드를 읽고 이를 입모양으로 홍형사에게 알려주는 팀장 윤형사(홍진희扮)의 모습, 그리고 범인에게 갑자기 범행수법을 이야기하며 흥분해 하는 홍형사의 태도는 이 드라마를 계속 봐야 할 이유까지 되묻게 만들었다.

이러한 저급성은 이 드라마의 종반부에 가서는 가히 압권이었다.홍형사의 신분을 눈치챈 범인이 돌연 장총을 들고 홍형사를 숲속으로 끌고 나온 장면은 범인의 살인수법이 교살이었던 점을 기억한다면 작위의 도를 넘어 어처구니가 없었으며, 범인이 윤형사의 총에 맞는 모습은 정말 한 편의 코미디였다.

결국 첫 선을 보인 <여형사 8080>은 외국 수사물의 갖가지 눈요기거리만을 어줍지않게 한 곳에 쏟아부은 졸작이었다. 상업방송의 '생명수'라는 시청률에만 지나치게 집착해 '미성년자 관람불가의 어린이용 드라마'가 돼 버린 것이다.

이 드라마가 앞으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제목의 '8080'이 서울 경찰청 여자형사기동대의 전화번호이듯 과거 MBC-TV <수사반장>에서 간혹 보여주던 일선형사들의 애환이나 경찰내부의 모습을 보다 현실감있게 그려야 할 것임을 제작진들은 명심해야한다는게 대체적인 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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