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학회,옛시가에서 우리말 아름다움 찾아
(서울=연합(聯合)) 겨레의 숨결이 담겨 있는 우리 고전문학작품들 속에 나타난 우리말의 아름다움과 특징을 찾는 작업이 한창이다.
한글학회는 작년 한해동안 각 분야 전문가들로 하여금 옛시가에 나타난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체계적으로 조사하도록 하고 그 성과를 최근 발행된 학회지 '한글' 제2백14호에 발표했다.
'옛시가에 나타난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주제로 꾸민 '한글' 최근호에는 고려 속요, 평시조, 장시조, 불교가사, 사대부가사, 규방가사,서민가사 등 옛시가가 거의 망라되어 있다.
고려속요를 분석한 계명대 최미정교수(국문학)는 '동동', '처용가', '쌍화점', '정과정', '만전춘별사','이상곡' 등에 나타난 다양한 敍法의 묘미,양보절과 조건절의 활용에 의한 함축적 표현, 비유적 언어의 경제성을 살폈다.
또 첩어, 후렴, 각운 등 시어의 외형률에 의해 강조되는 음악성의 구조를 밝혀같은 단위 악절의 반복에서 느껴지는 음악적 효과와는 다른 언어의 음악성을 끄집어내었다.
최교수는 한자어의 영향을 크게 받기 이전에 유행한 고려속요는 순수한 우리말이 살아있는 본거지라고 평가하고 해석이 분명하지 않은 단어의 해석가능성, 사라진 아름다운 우리말의 사용가능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시조시인 오동춘씨는 '흰옷겨례의 넋이요 숨결'인 시조에서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살펴보았다. '위로 임금으로부터 아래 기생들까지 사랑했던' 시조그릇에 조상의피와 살과 뼈가 살아있다는 설명이다.
오씨는 운율과 주제에 따라 맛과 멋을 찾고 이어 표현기법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또 대화시조는 앞으로 시조희곡의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조시인 리태극씨는 우리말 중심으로 작시된 장시조(사설시조) 1백95수를 대상으로 우리말의 아름다움과 그 표현의 장점들을 찾았다.
리씨는 우리 선인들은 풍부한 어휘들을 소유하고 이를 시어화했다고 평가하고 특히 의태어, 의성어를 알맞게 썼고 비유,강조,부사형의 효과 그리고 종지형에서도추량, 결의, 반문, 명령등을 알맞게 구사했다고 극찬했다.
또 작품의 묘사와 표현에서는 특히 희화적인 방법을 많이 취하면서 싱긋한 웃음을 자아내는 친근감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불교가사에 대해서는 동국대 임기중교수(국문학)가 1백23편의 불교가사를 분석했다. 임교수는 먼저 불교가사의 머리글과 맺음글의 얼개에 몇가지 틀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됐다고 밝혔다.
즉 머리글 얼개에는 불러바람꼴, 웃음꼴, 꿈꼴 등 6가지 틀이, 맺음글 얼개에는 기쁨꼴 귀의, 홑꼴귀의 등 11가지 틀이 있다는 것이다. 또 몸글에 두드러진 쓰임새는 입말에 얹은 글말, 글말에 얹은 입말, 차례로 이어지는 말,가까이 겹친 말, 멀리겹친 말 등 11가지가 있다는 설명이다.
사대부가사에 대해서는 '서왕가', '상춘곡', '면앙정가','관동별곡'을 중심으로 조선대 김성기교수(국문학)가 맡았다.
사대부가사는 근본적으로 가창(歌唱)문학이라는 점에서 음운을 살펴본 결과 강약변화가 '강.약.중강.약'으로 이루어진 4보격임이 확인됐다.
또 송순의 '면앙정가'의 내용을 통해 동질 또는 유사한 어구의 반복으로 생기는열거적 기법이 강하게 나타났고 동일한 톤을 사용한 각운률의 이용이 두드러졌으며 특히 의태어와 의성어를 중심으로 뛰어난 언어구사가 평가를 받았다.
김교수는 정철의 '관동별곡'에 대해 보조관념과 원관념을 동원하는 등 차원높은 '창조적 은유'라는 표현기법이 작품의 전반에 걸쳐서 능숙하게 사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영남지방의 부녀자들간에 유행한 규방가사를 맡은 고대 정재호교수(국문학)는 한마디 한마디 어휘의 아름다움보다는 어휘들이 연결되어 풍겨주는 분위기에서 우리말의 아름다움이 있다고 분석했다.
사대부의 규방에서 사용된 언어로 표현됐기 때문에 당대 교양인들의 품위있는 말씨를 엿볼 수 있다. 한자말이 많이 사용됐으나 아름다운 의성어, 의태어와 함께 영남지방 사투리의 묘미를 맛볼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 비록 규방이지만 항상 근엄할 수 만은 없기 때문에 곳곳에서 유모어와 재치도 발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마지막으로 경북대 김문기교수는 서민가사에 나타난 토박이말과 표현의 특성을 살폈다.
민중의 체취가 물씬 풍기는 토박이말 가운데서 오늘날 잘 쓰이지 않는 단어를 비롯 서민들의 생활용어,사투리 그리고 의성어및 의태어가 소개됐다.
이와 함께 서민의 정서가 듬뿍 담긴 서민가사의 표현에서 해학성,사실성 그리고 반복성에서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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