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노벨문학상 수상자 고디머의 작품세계

1991. 10. 3.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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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수백인 지배사회의 인종차별 비판 = (서울=연합(聯合)) 금년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나딘 고디머(68)는 남아프리카 문학의 전통을 이루는 작품을 쓰는 대표적 소설가로 현재 남아프리카에서 펼쳐지는 삶의 다양한 면모들을 비판적으로 탐구하며 소수의 백인이 다수의 흑인을 지배하는 인종차별의 사회에 내재된 긴장과 불안을 예리하게 파헤쳐 왔다.

금광맥이 1백20마일에 걸쳐 묻혀 있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광산및 산업지구 스프링즈에서 시계상인 러시아계 유태인 아버지와 영국계 유태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고디머는 9세때부터 글을 쓰기 시작, 15세때에는 문학잡지에 작품이 실렸으며 26세때 첫 단편집 <얼굴과 얼굴을 맞대고>를 출간한 후 지난해 내놓은 장편소설 <내 아들 이야기>에 이르기까지 40여년간 10권의 장편소설과 7권의 단편집을 발간했다.

자신의 작품이 백인정부로부터 출판금지를 당하고 적지 않은 작가들이 자의에서든 타의에서든 망명을 하던 시절에도 계속 남아프리카공화국에 남아서 자신의 정치,사회적 신념과 작가로서의 신념을 지켜온 고디머의 작품세계는 76년에 발간된 <단편선> 서문에서 밝히고 있는 "작가가 다뤄야 하는 것은 그가 살고 있는 '당대의 의식'이며 이를 어떻게 다뤄야 하는가가 작가적 소명"이라는 주장을 통해 그대로 드러난다.

이에 따라 고디머의 대부분의 작품 배경은 현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축소판이라 할 수 있는 요하네스부르그다. 이곳은 빈부가 공존하고 백인과 흑인, 세련된 유럽문 화와 아프리카 토속문화가 서로 부딪치는 곳이다.

자신이 백인이므로 백인의 체험을 통해 이 특수한 사회, 인종차별이 존재하는 사회를 소설을 통해 보여주고자 하는 고디머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백인이 '주인계층'에 속해 있다는 '의심스런 특권'의 대가란 곧 점증하는 감성과 이성의 마비상태인 것으로 파악한다.

모든 인간관계 밑에 깔려 있는 이같은 마비상태는 사랑을 파괴하고 우정을 고갈 시키며 결국에 가서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심을 유발하는데 고디머의 66년도 작품 <故부르조아세계>의 주인공이 느끼는 살아있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나 74년 부커상수상작인 장편 <보호주의자>의 주인공이 남아프리카에서의 삶이 지니는 추악한 면모에 직면했을 때 느끼는 공포심이 바로 그것이다.

지난 87년 고디머의 장편소설 <보호주의자>를 번역,소개한 바 있는 이화여대 崔暎교수(영문학)는 "그와 동시대 작가들이 때로는 유머와 지나친 감상주의로 삶의 리얼리티의 여각을 둔화시키거나 희석시키는데 비해 남아프리카라는 특수상황 속에서의 삶에 대한 고디머의 비전은 보다 암울한 색조를 띤다"고 작품세계를 말한다.

최교수는 고디머가 남아프리카의 특수한 정치적 상황을 깊이 인식하고 작품을 쓰지만 '작가란 외적인 또는 정치적인 사건들에 휘말린 나머지 내적 통찰력을 따라야하는 작가본연의 자세를 이탈해서는 안된다'는 마르셀 프루스트의 명제에 충실한 작가로 규정하면서 그의 작품은 "사회가 곧 정치적 상황인 남아프리카에서 개인의 사적인 삶이 어떻게 통제되며 형성되어가는가를 잘 보여준다"고 했다.

현재 요하네스버그에서 사는 고디머는 54년 재혼한 예술작품중개상 라인홀드 카시러와의 사이에 두 딸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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