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K이노엔 성장 서사의 중심에는 칼륨경쟁적위산분비억제제(P-CAB) 신약 '케이캡'이 있다. 연간 2000억원이 넘는 처방액을 기록하는 매출 효자지만 블록버스터가 된 순간부터 새로운 과제도 함께 떠올랐다. 틈새시장을 노리는 제네릭사 수십곳과의 특허전쟁에 이어 케이캡에 버금가는 후속작을 기다리는 시선이 뒤따르면서다. 여기에 같은 P-CAB 계열 신약들이 속속 등장하며 경쟁까지 격화되고 있다.
제네릭 진입 2031까지 '5년 더' 시간 확보

당초 케이캡 물질특허는 올해 말 끝날 예정이었으나 연구개발(R&D) 및 허가에 소요된 기간이 인정되면서 2031년 8월까지 연장됐다. 이에 케이캡의 특허만료를 기다리던 다수의 제네릭사들은 특허연장 효력의 범위를 제한하기 위한 소극적 권리범위확인 심판 등 관련 소송을 잇달아 제기했다.
HK이노엔은 지난해 특허전의 핵심인 물질특허를 지켜내며 일단 시간을 확보했다. 회사는 특허심판원(1심)에 이어 지난해 2월 특허법원2심에서도 승소하면서 케이캡의 특허 존속기간 연장 효력을 인정받았다.
쟁점은 연장된 특허권의 효력이 최초 허가 적응증 외에 후속 적응증에도 미치는지 여부였다. 제네릭사들은 미란성·비미란성 위식도역류질환을 제외한 후속 적응증에는 특허연장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하며 올해 P-CAB 시장 조기 진입을 시도해왔다. 그러나 특허법원은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제균 요법' 역시 위산분비 억제를 기반으로 하는 동일 계열 치료 영역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특허법 제95조상 '용도'를 최초 허가 적응증으로 제한할 수 없다는 점을 재확인한 것이다.
다만 모든 방어전에서 승리한 것은 아니다. 2036년 3월12일에 만료되는 결정형특허에 대한 분쟁에서는 제네릭사들의 주장이 1·2심에 이어 대법원에서도 받아들여졌다. 80여개 업체가 청구한 소극적 권리범위확인 심판에서 HK이노엔이 일부 상고를 취하하면서 이 특허전에서는 회사가 최종 패소했다.
그럼에도 시장에서는 물질특허 방어의 의미를 더 크게 보고 있다. 물질특허는 신약성분 자체를 보호하는 가장 강력하고 포괄적인 권리인 반면 결정형특허는 동일 물질의 특정 결정 형태만을 보호하는 개량특허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핵심 권리를 지켜내면서 HK이노엔은 최소 5년의 추가 독점기간을 확보하게 됐다.
신약 3파전까지 격화, 넥스트 케이캡 발굴 분주

국내 P-CAB 계열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시장의 경쟁도 격화되고 있다. 특허 방어로 시간을 벌었지만 경쟁은 그보다 빠르게 전개되는 상황이다. 크게 국내 P-CAB 시장은 HK이노엔의 '케이캡', 대웅제약의 '펙수클루', 온코닉테라퓨틱스의 '자큐보' 등 3강 체제로 형성돼 있다. 특허분쟁이 제네릭 진입 시점을 둘러싼 싸움이라면 처방 시장에서는 이미 적응증과 제형을 앞세운 신약 간 선점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먼저 2021년 출시된 대웅제약의 펙수클루는 미란성 위식도역류질환과 급만성 위염의 위점막 병변 개선 적응증을 확보하며 외연을 넓히고 있다. 2024년부터는 국내외에서 강력한 유통망을 가진 종근당과 공동판매에 나서며 처방 확대에 속도를 내는 동시에 추가 적응증 확보를 위한 임상도 병행하고 있다.
후발주자인 자큐보의 추격도 만만치 않다. 제일약품 계열사인 온코닉테라퓨틱스는 지난해 자큐보 출시 15개월 만에 구강붕해정(ODT)을 내놓으며 복약 편의성을 강화했다. 비미란성 위식도역류질환과 NSAIDs 유발궤양 예방 적응증 확보를 위한 3상에도 나서면서 적응증 확대와 제형 다변화를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이에 HK이노엔은 차기 블록버스터 찾기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여러 후보군 중에서 최근 눈에 띄는 파이프라인은 중국 사이윈드바이오사이언스로부터 도입한 비만 치료제 '에크노글루타이드(IN-B00009)'다. 지난해 3분기 기준 국내 임상3상 단계로 회사의 파이프라인 중에서는 가장 개발이 앞서 있다.
자체 신약후보로는 JAK-1 저해제 'IN-115314'가 거론된다. 자가면역질환과 아토피를 적응증으로 개발되고 있으며 국내에서 인체적응증은 임상2상, 반려동물 아토피는 3상에 들어갔다. 상업화까지는 시간이 필요하지만 케이캡 이후 자체 신약 계보를 이어갈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의미를 가진다.
HK이노엔 관계자는 "암, 소화, 당뇨·비만, 자가면역질환 분야에서 혁신 파이프라인을 확충하며 '포스트 케이캡' 발굴에 집중하고 있다"며 "만성변비 치료제(IN-114199)는 국내 임상1상, 자가면역질환 치료제는 국내 임상2상(인체) 및 3상(동물), GLP-1 비만 치료제는 국내 임상3상 단계"라고 설명했다.
김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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