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난 건 맞는데 어디 있는지 모르는 147명의 아이들…'보편적 출생 등록' 왜 필요한가 [스프]
박하정 기자 2024. 10. 3. 09:03
[더 스피커]
비주류란 이유로, 마이크를 가지지 못했던 사람들의 스피커가 되는 저널리즘.
지난해 6월 21일, 경기 수원의 한 아파트에 있던 냉장고 안에서 영아 시신 두 구가 발견됐다는 속보가 전해졌습니다. 해당 아파트를 압수수색했던 경찰이, 아이들의 친모에게 아기를 출산한 뒤 살해하고 시신을 자신의 집 냉동실에 숨긴 혐의를 적용하고 있단 사실 역시 알려졌습니다. 그날 수원 현장에서 해당 사건 취재를 했던 제게 놀라웠던 사실 중의 하나는, 경찰이 이 사실을 파악하게 된 경위였습니다.
병원에서 아이가 태어나면 예방접종을 하게 되면서 질병관리청에 의해 임시신생아번호를 부여받게 됩니다. 이렇게 임시신생아번호는 부여받았지만 이후 출생 신고는 이뤄지지 않은 아이들이 발견되었고, 그래서 이 아이들의 소재와 안전을 확인하기 위한 조사가 이뤄지게 됐던 겁니다. 경위를 듣고 난 뒤 수원 사건을 수사하고 있던 경찰 담당자에게 이런 질문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렇게 찾고 있는 아이들이 더 있나요?"
보건복지부와 각 지방자치단체, 경찰은 '이런 아이들'이 더 있는지 전수 조사에 나선 바 있습니다. 수원 사건이 세상에 알려진 뒤 일주일이 2023년 6월 28일, 보건복지부는 2015년부터 2022년 사이에 태어난 출생 미신고 아동 2,123명에 대해 아동의 소재와 안전을 확인하는 전수 조사를 시행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지방자치단체 복지 담당 공무원이 가정을 방문하는 방식으로 시작된 조사는 조사 결과에 따라 필요한 경우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는 방식으로도 진행됐습니다. 이후 조사는 2023년에 태어난 아동 등으로까지 확대됐습니다.
어쩌면 모두가 당연하게 생각했는지도 모릅니다. 수원 사건이 세상에 알려지고 전수 조사가 시행된다는 소식을 보면서도, 당시 조사 대상이 된 아동의 '국적'에 대해서 궁금증을 가졌던 기억은 제게 없습니다. 국내에서 태어난 아이 가운데에는 친모가 한국인이어서 한국 국적이 인정되는, 우리 국민인 '내국인' 아동도 있지만, 친모가 외국인이라는 사실만이 확인돼(친부의 국적은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외국인'으로 여겨지는 아동도 있기 마련입니다. 보건복지부와 각 지방자치단체, 경찰은 '내국인' 아동에 대한 조사를 진행한 것이었고, 그렇게 이 조사에 빠져 있었던 5,183명의 '외국인' 아동들이 있었습니다.
2015년에서 2023년 사이, 보호자가 외국인으로 입력된 신생아, 즉 외국인 아동에 대한 조사는 이후 보건복지부가 아닌 법무부에서 담당했습니다. 지난해 8월 14일, 질병관리청으로부터 신생아 5,183명의 정보를 넘겨받은 법무부는 전국 출입국‧외국인청에 보호자 주소지 관할을 기준으로 아동들을 배정했습니다. 그리고 8월 23일부터 10월 6일까지 아동의 소재와 안전을 확인하기 위한 실태 조사를 실시했습니다.
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먼저 절반 가까운 2,557명(49.3%)은 부모나 친인척과 함께 동반해 출국한 기록이 확인됐습니다. 그리고 2,249명(43.4%)은 결혼 이민자의 자녀로서 우리 국민임이 확인된 아동 등으로 국내에서 정상적으로 양육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친모는 외국인이라 조사 대상에 포함됐지만 친부가 한국인인 경우 등이 이에 해당합니다. 이렇게 소재와 안전이 파악된 아동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아동도 있었습니다. 친모가 병원에서 출산을 할 때, 존재하지 않는 외국인등록번호나 이름을 기재하는 등 이유로 애초부터 조사 대상을 특정하지 못한 경우가 49명(0.9%) 존재했던 겁니다.
조사 대상을 특정하기는 했지만 법무부 차원 조사에서 아동의 소재와 안전을 확인하지 못한 경우를 모아 법무부는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습니다. 아동 253명에 해당하는 사건에 대해 수사 의뢰를 받은 경찰은 지금까지 76명에 대해 친모를 특정할 단서가 부족하다는 등의 이유로 수사 중지 및 조사 중지를 한 상태입니다. 또 22명에 대해서는 범죄 혐의점이 있는지 등에 대해 수사를 현재까지 진행 중입니다. 즉, 애초부터 조사 대상을 특정하지 못한 49명과 조사가 중단된 76명, 현재까지 수사 중인 22명, 도합 아동 147명은 현재까지 태어난 사실은 있지만 그 소재와 안전이 확인되지 않고 있는 겁니다. 경찰 관계자는 지금까지 수사 중인 22명 가운데 아동 1명은 사망한 상태라고 밝혔는데, 그 자세한 사망 경위에 대해서는 수사를 계속 이어가고 있는 중입니다.
법무부는 해당 조사 결과를 보건복지부 주관 '출생 미등록 아동 보호 체계 개선 추진단'에 통보했고 법무부와 보건복지부 실무 담당자들은 해당 전수 조사 결과를 공유하며 대책 마련을 위한 회의도 열었습니다. 법무부에서는 중, 장기적으로 외국인 아동에 대한 출생등록제도 논의가 국회에서 이뤄질 경우 이를 지원하겠다는 입장이며, 필요할 경우 실태 조사를 추가적으로 진행하는 방안 등에 대해 복지부와 협의를 했고, 복지부는 추가 조사가 이뤄진다면 아동 학대 조사 등에 대한 전문성을 살려 이를 지원할 방침임을 전했다고 복지부 관계자는 밝혔습니다.
보건복지부의 전수 조사와 경찰의 수사가 잇따른 뒤,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이른바 '그림자 아동'의 생명을 담보할 수 있는 대책에 대한 논의는 급물살을 탄 바 있습니다. 법제화가 속도를 내면서 탄생한 제도가 바로 출생통보제와 보호출산제입니다. 부모에게만 맡겨져 있었던 출생 신고의 의무를 다른 이들에게도 확대한 게 핵심입니다. 부모가 출생 신고를 하지 않더라도 의료기관에서 아이가 태어나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을 통해 지방자치단체에 이 사실이 통보되고 출생 등록이 이뤄집니다. 태어난 모든 아동을 공적 체계 내에서 보호할 수 있는 초석이 마련된 셈입니다.
이와 짝을 이루는 제도가 보호출산제입니다. 출생통보제만이 시행될 경우 사회경제적, 심리적 이유 등으로 출산이나 양육에 어려움을 겪는 위기 임산부들이 애초에 병원을 찾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습니다. 이럴 경우 임산부와 아이의 안전 모두 담보할 수 없습니다. 보호출산제는 상담 이후 그 제도를 선택하는 위기 임산부들이 '비실명화'한 존재로 남아있을 수 있도록 담보합니다. 자신의 신원을 밝히지 않고도 안전하게 출산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겁니다. 물론 보호출산제의 궁극적 목적은 원 가정 양육에 있습니다. 사전 상담을 통해 여러 지원책을 소개하는 등의 절차를 거쳐 임산부가 직접 양육할 수 있는 선택지가 있음을 알리는 역할을 하고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두 가지 제도 모두 '내국인' 아동만이 대상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출생 신고 절차 등을 규정하고 있는 법률은 '가족관계 등록 등에 관한 법률'인데, 이 법 제1조에서는 적용 대상을 '국민'이라고만 명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외국인 아동은 외국인이기 때문에 국내에서는 출생 신고 대상조차 아닌 상황. 국회에서는 이런 외국인 아동들도 출생 등록을 가능하게 하려는 움직임이 있어 왔고, 이번 22대 국회에서도 이런 움직임은 다시 시작됐습니다.
외국인 아동에게도 출생 등록을 가능하게 하자는 움직임은 '보편적 출생 등록'이라는 이름으로 전개되어 왔습니다. 국적에 관계없이, 체류 자격에 관계없이, 출생을 했다면 출생 등록을 가능하게 하자는 겁니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우리나라에서 태어났지만 현재 어디에 있는지, 소재와 안전이 확인되지 않은 외국인 아동이 147명에 달한다는 것 자체가 그 이유가 될 수 있을 겁니다. 건국대학교 이주·사회통합연구소장을 맡고 있는 최윤철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회에서 지난달 27일 열린 '외국인 아동의 출생 등록 등에 관한 법률(안) 심포지엄'에서, "아동은 자신의 권리를 충분히 주장할 수 없는 사회적 미성숙 상태이며, 인권 침해 상황이 발생할 때 그 위험에 가장 먼저 노출될 수밖에 없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국가가 아동이 독립된 인격체로 자라날 수 있도록 보호하고 후견할 의무를 부담한다는 건데, 그 가장 기초가 되는 것이 출생 등록이라는 겁니다.
언제 어디서 출생했는지부터 시작해 존재 자체에 대한 정보를 그 누구도 가지고 있지 않은 아동이라면, 그들이 '보호받고' 있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겁니다. 최 교수가 지적하고 있는 것처럼, 그 존재와 가족관계를 증명할 수 있는 출발점이 없어 체류 자격에 대한 논의를 할 수도 없을 뿐더러, 건강을 돌볼 수 있는 의료 서비스나 보육 서비스에서도 소외될 수밖에 없고, 기초적인 교육을 받을 기회에서도 누락될 가능성이 큽니다.
바로 그래서 '보편적 출생 등록'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됩니다. 유엔 아동권리위원회는 2011년부터 우리나라에 "부모의 법적 지위와 관계없는 모든 아동에 대한 출생 신고를 보장하라"는 '보편적 출생 등록' 제도 도입 권고를 8차례 했습니다. 유엔 아동권리협약을 비준한 우리나라로서는 이 권고를 수용할 필요가 있지만 아직까지 외국인 아동을 포함한 보편적 출생등록제를 본격 도입하진 않은 상태입니다.
다만 이 보편적 출생 등록 논의는 체류 자격 논의와는 무관합니다. 즉, 외국인 아동이 국내에서 태어났을 때 출생 신고를 할 수 있게 한다고 해서 그 아동에게 국내에 머물 수 있는 체류 자격을 무조건 부여한다는 뜻은 아니라는 겁니다. 사단법인 두루 소속으로서 '보편적 출생 신고 네트워크' 활동을 하고 있는 김진 뉴질랜드 변호사는 보편적 출생 신고에 대해, "한국에 해가 될 것처럼 말하는데, 사실은 이 아동들이 어디서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를 국가가 파악하지 못하는 게 더 큰 위험으로 연결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지적했습니다. 국적 부여 등에 대한 우려 때문에 그냥 손을 놓고 있는 건, 어찌 보면 국가의 의무를 방기하는 것이라고 할 수도 있단 겁니다.
우리나라는 속인주의 원칙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즉, 출생 시 부모의 국적에 따라 국적을 취득하게 되는 방식입니다. 한 국가 안에서 태어났다고 해서 그 국가의 국적을 얻게 되는 속지주의와는 차이가 있습니다. 속인주의와 보편적 출생 등록이 충돌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지만, 이런 속인주의 원칙을 채택한 국가 가운데서도 영국과 일본은 이미 보편적 출생등록제를 도입해 시행하고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국회 심포지엄에서 최윤철 교수는 영국과 일본의 사례를 소개했습니다. 영국의 경우 아동이 태어나면 의료기관 등이 아동의 출생 사실을 관련 당국에 통보하고, 국가 인구 통계 서비스에 자동적으로 저장 및 관리되며, 추후 의료보험번호도 부여됩니다. 우리나라로 따지면 출생 신고를 규정하고 있는 가족관계등록법과 유사한 일본의 호적법은, 우리나라처럼 그 적용 대상을 국민으로 한정하고 있지 않습니다. 아이가 태어나면 14일 이내에 지방자치단체에 출생 신고를 해야 하는데, 외국인인 경우도 부모가 여권 같은 국적 정보가 담긴 서류를 지참해 신고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지난 21대 국회에서도 이미 이런 보편적 출생 등록의 시작이라고 볼 수 있는 법안 발의 움직임이 있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권인숙 의원, 소병철 의원이 각각 '외국인 아동의 출생 등록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던 겁니다. 두 의원의 발의안 모두, 가족관계등록법을 개정해 '국민'이 아닌 외국인도 출생 신고를 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방식은 아닙니다. 새롭게 외국인 아동들만을 위한 출생등록부를 신설하는 내용으로 '외국인 아동의 출생 등록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는 방식이었습니다. 더 구체적인 논의로 이어지지는 못한 채 두 법안 모두 임기 만료로 폐기됐습니다.
9월 27일 국회 심포지엄을 통해 이번 22대 국회에서 준비되고 있는 관련 법안의 개괄적인 모습도 처음 윤곽을 드러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이강일 의원실 주도로 준비되고 있는 법안 역시 '제정안'의 형태입니다. 이전의 권인숙, 소병철 의원안과 비교했을 때 두드러지는 차이는, 외국인 아동의 출생 등록 사무 관장을 법무부가 아니라 대법원이 하도록 규정했단 점입니다. 법무부는 출입국 업무 전담 부서이고, 대법원은 가족관계등록법 사무를 이미 맡아보고 있기 때문이란 게 의원실 담당자 설명입니다.
이미 이런 보편적 출생 등록의 시발점이 될 만한 실천을 해나가고 있는 지방자치단체도 있습니다. 경기 시흥시입니다. 시흥시의회는 지난해 7월 전국 지자체 최초로 한 조례를 본회의에서 통과시켰습니다. 이름은 '시흥시 출생 미등록 아동 발굴 및 지원 조례'.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출생 등록을 하지 못해 보호의 사각지대에 있는 아동을 발굴하고 지원하기 위한 취지에서 만들어졌습니다. 조례에 근거해, 미등록 아동 확인 신청을 부모 외에 누구나 할 수 있고, 시장이 직권으로도 할 수 있습니다. 세대 방문을 통해 상담을 실시해 왜 출생 신고가 되지 않았는지, 학대가 있었던 건 아닌지 관찰을 합니다. 이후엔 양육수당이나 부모급여, 아동수당, 국가예방접종 등 신청을 할 수 있도록 돕고 나아가 출생 신고를 할 수 있는 방안도 함께 강구합니다.
국제아동인권센터 등이 주민조례제정운동을 벌인 끝에 통과된 이 조례 제정 이후, 1년여가 지난 지금까지 출생 미등록 아동 38명이 발견됐다고 합니다. 시흥시 관계자는 이 가운데 30명이 외국인 미등록 아동이었다면서, "어디 가도 아이들이 이름을 말하기가 곤란하거나 신분을 드러내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 부모가 신청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전했습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비주류란 이유로, 마이크를 가지지 못했던 사람들의 스피커가 되는 저널리즘.
지난해 6월 21일, 경기 수원의 한 아파트에 있던 냉장고 안에서 영아 시신 두 구가 발견됐다는 속보가 전해졌습니다. 해당 아파트를 압수수색했던 경찰이, 아이들의 친모에게 아기를 출산한 뒤 살해하고 시신을 자신의 집 냉동실에 숨긴 혐의를 적용하고 있단 사실 역시 알려졌습니다. 그날 수원 현장에서 해당 사건 취재를 했던 제게 놀라웠던 사실 중의 하나는, 경찰이 이 사실을 파악하게 된 경위였습니다.
병원에서 아이가 태어나면 예방접종을 하게 되면서 질병관리청에 의해 임시신생아번호를 부여받게 됩니다. 이렇게 임시신생아번호는 부여받았지만 이후 출생 신고는 이뤄지지 않은 아이들이 발견되었고, 그래서 이 아이들의 소재와 안전을 확인하기 위한 조사가 이뤄지게 됐던 겁니다. 경위를 듣고 난 뒤 수원 사건을 수사하고 있던 경찰 담당자에게 이런 질문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렇게 찾고 있는 아이들이 더 있나요?"
조사에서 빠져 있던 '외국인' 아동
어쩌면 모두가 당연하게 생각했는지도 모릅니다. 수원 사건이 세상에 알려지고 전수 조사가 시행된다는 소식을 보면서도, 당시 조사 대상이 된 아동의 '국적'에 대해서 궁금증을 가졌던 기억은 제게 없습니다. 국내에서 태어난 아이 가운데에는 친모가 한국인이어서 한국 국적이 인정되는, 우리 국민인 '내국인' 아동도 있지만, 친모가 외국인이라는 사실만이 확인돼(친부의 국적은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외국인'으로 여겨지는 아동도 있기 마련입니다. 보건복지부와 각 지방자치단체, 경찰은 '내국인' 아동에 대한 조사를 진행한 것이었고, 그렇게 이 조사에 빠져 있었던 5,183명의 '외국인' 아동들이 있었습니다.
2015년에서 2023년 사이, 보호자가 외국인으로 입력된 신생아, 즉 외국인 아동에 대한 조사는 이후 보건복지부가 아닌 법무부에서 담당했습니다. 지난해 8월 14일, 질병관리청으로부터 신생아 5,183명의 정보를 넘겨받은 법무부는 전국 출입국‧외국인청에 보호자 주소지 관할을 기준으로 아동들을 배정했습니다. 그리고 8월 23일부터 10월 6일까지 아동의 소재와 안전을 확인하기 위한 실태 조사를 실시했습니다.
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먼저 절반 가까운 2,557명(49.3%)은 부모나 친인척과 함께 동반해 출국한 기록이 확인됐습니다. 그리고 2,249명(43.4%)은 결혼 이민자의 자녀로서 우리 국민임이 확인된 아동 등으로 국내에서 정상적으로 양육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친모는 외국인이라 조사 대상에 포함됐지만 친부가 한국인인 경우 등이 이에 해당합니다. 이렇게 소재와 안전이 파악된 아동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아동도 있었습니다. 친모가 병원에서 출산을 할 때, 존재하지 않는 외국인등록번호나 이름을 기재하는 등 이유로 애초부터 조사 대상을 특정하지 못한 경우가 49명(0.9%) 존재했던 겁니다.
조사 대상을 특정하기는 했지만 법무부 차원 조사에서 아동의 소재와 안전을 확인하지 못한 경우를 모아 법무부는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습니다. 아동 253명에 해당하는 사건에 대해 수사 의뢰를 받은 경찰은 지금까지 76명에 대해 친모를 특정할 단서가 부족하다는 등의 이유로 수사 중지 및 조사 중지를 한 상태입니다. 또 22명에 대해서는 범죄 혐의점이 있는지 등에 대해 수사를 현재까지 진행 중입니다. 즉, 애초부터 조사 대상을 특정하지 못한 49명과 조사가 중단된 76명, 현재까지 수사 중인 22명, 도합 아동 147명은 현재까지 태어난 사실은 있지만 그 소재와 안전이 확인되지 않고 있는 겁니다. 경찰 관계자는 지금까지 수사 중인 22명 가운데 아동 1명은 사망한 상태라고 밝혔는데, 그 자세한 사망 경위에 대해서는 수사를 계속 이어가고 있는 중입니다.
법무부는 해당 조사 결과를 보건복지부 주관 '출생 미등록 아동 보호 체계 개선 추진단'에 통보했고 법무부와 보건복지부 실무 담당자들은 해당 전수 조사 결과를 공유하며 대책 마련을 위한 회의도 열었습니다. 법무부에서는 중, 장기적으로 외국인 아동에 대한 출생등록제도 논의가 국회에서 이뤄질 경우 이를 지원하겠다는 입장이며, 필요할 경우 실태 조사를 추가적으로 진행하는 방안 등에 대해 복지부와 협의를 했고, 복지부는 추가 조사가 이뤄진다면 아동 학대 조사 등에 대한 전문성을 살려 이를 지원할 방침임을 전했다고 복지부 관계자는 밝혔습니다.
출생통보제·보호출산제가 도입됐지만
이와 짝을 이루는 제도가 보호출산제입니다. 출생통보제만이 시행될 경우 사회경제적, 심리적 이유 등으로 출산이나 양육에 어려움을 겪는 위기 임산부들이 애초에 병원을 찾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습니다. 이럴 경우 임산부와 아이의 안전 모두 담보할 수 없습니다. 보호출산제는 상담 이후 그 제도를 선택하는 위기 임산부들이 '비실명화'한 존재로 남아있을 수 있도록 담보합니다. 자신의 신원을 밝히지 않고도 안전하게 출산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겁니다. 물론 보호출산제의 궁극적 목적은 원 가정 양육에 있습니다. 사전 상담을 통해 여러 지원책을 소개하는 등의 절차를 거쳐 임산부가 직접 양육할 수 있는 선택지가 있음을 알리는 역할을 하고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두 가지 제도 모두 '내국인' 아동만이 대상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출생 신고 절차 등을 규정하고 있는 법률은 '가족관계 등록 등에 관한 법률'인데, 이 법 제1조에서는 적용 대상을 '국민'이라고만 명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외국인 아동은 외국인이기 때문에 국내에서는 출생 신고 대상조차 아닌 상황. 국회에서는 이런 외국인 아동들도 출생 등록을 가능하게 하려는 움직임이 있어 왔고, 이번 22대 국회에서도 이런 움직임은 다시 시작됐습니다.
왜 '보편적 출생 등록'인가
앞서 설명한 것처럼 우리나라에서 태어났지만 현재 어디에 있는지, 소재와 안전이 확인되지 않은 외국인 아동이 147명에 달한다는 것 자체가 그 이유가 될 수 있을 겁니다. 건국대학교 이주·사회통합연구소장을 맡고 있는 최윤철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회에서 지난달 27일 열린 '외국인 아동의 출생 등록 등에 관한 법률(안) 심포지엄'에서, "아동은 자신의 권리를 충분히 주장할 수 없는 사회적 미성숙 상태이며, 인권 침해 상황이 발생할 때 그 위험에 가장 먼저 노출될 수밖에 없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국가가 아동이 독립된 인격체로 자라날 수 있도록 보호하고 후견할 의무를 부담한다는 건데, 그 가장 기초가 되는 것이 출생 등록이라는 겁니다.
언제 어디서 출생했는지부터 시작해 존재 자체에 대한 정보를 그 누구도 가지고 있지 않은 아동이라면, 그들이 '보호받고' 있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겁니다. 최 교수가 지적하고 있는 것처럼, 그 존재와 가족관계를 증명할 수 있는 출발점이 없어 체류 자격에 대한 논의를 할 수도 없을 뿐더러, 건강을 돌볼 수 있는 의료 서비스나 보육 서비스에서도 소외될 수밖에 없고, 기초적인 교육을 받을 기회에서도 누락될 가능성이 큽니다.
바로 그래서 '보편적 출생 등록'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됩니다. 유엔 아동권리위원회는 2011년부터 우리나라에 "부모의 법적 지위와 관계없는 모든 아동에 대한 출생 신고를 보장하라"는 '보편적 출생 등록' 제도 도입 권고를 8차례 했습니다. 유엔 아동권리협약을 비준한 우리나라로서는 이 권고를 수용할 필요가 있지만 아직까지 외국인 아동을 포함한 보편적 출생등록제를 본격 도입하진 않은 상태입니다.
다만 이 보편적 출생 등록 논의는 체류 자격 논의와는 무관합니다. 즉, 외국인 아동이 국내에서 태어났을 때 출생 신고를 할 수 있게 한다고 해서 그 아동에게 국내에 머물 수 있는 체류 자격을 무조건 부여한다는 뜻은 아니라는 겁니다. 사단법인 두루 소속으로서 '보편적 출생 신고 네트워크' 활동을 하고 있는 김진 뉴질랜드 변호사는 보편적 출생 신고에 대해, "한국에 해가 될 것처럼 말하는데, 사실은 이 아동들이 어디서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를 국가가 파악하지 못하는 게 더 큰 위험으로 연결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지적했습니다. 국적 부여 등에 대한 우려 때문에 그냥 손을 놓고 있는 건, 어찌 보면 국가의 의무를 방기하는 것이라고 할 수도 있단 겁니다.
우리나라는 속인주의 원칙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즉, 출생 시 부모의 국적에 따라 국적을 취득하게 되는 방식입니다. 한 국가 안에서 태어났다고 해서 그 국가의 국적을 얻게 되는 속지주의와는 차이가 있습니다. 속인주의와 보편적 출생 등록이 충돌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지만, 이런 속인주의 원칙을 채택한 국가 가운데서도 영국과 일본은 이미 보편적 출생등록제를 도입해 시행하고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국회 심포지엄에서 최윤철 교수는 영국과 일본의 사례를 소개했습니다. 영국의 경우 아동이 태어나면 의료기관 등이 아동의 출생 사실을 관련 당국에 통보하고, 국가 인구 통계 서비스에 자동적으로 저장 및 관리되며, 추후 의료보험번호도 부여됩니다. 우리나라로 따지면 출생 신고를 규정하고 있는 가족관계등록법과 유사한 일본의 호적법은, 우리나라처럼 그 적용 대상을 국민으로 한정하고 있지 않습니다. 아이가 태어나면 14일 이내에 지방자치단체에 출생 신고를 해야 하는데, 외국인인 경우도 부모가 여권 같은 국적 정보가 담긴 서류를 지참해 신고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보편적 출생 등록', 어디까지 왔나
9월 27일 국회 심포지엄을 통해 이번 22대 국회에서 준비되고 있는 관련 법안의 개괄적인 모습도 처음 윤곽을 드러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이강일 의원실 주도로 준비되고 있는 법안 역시 '제정안'의 형태입니다. 이전의 권인숙, 소병철 의원안과 비교했을 때 두드러지는 차이는, 외국인 아동의 출생 등록 사무 관장을 법무부가 아니라 대법원이 하도록 규정했단 점입니다. 법무부는 출입국 업무 전담 부서이고, 대법원은 가족관계등록법 사무를 이미 맡아보고 있기 때문이란 게 의원실 담당자 설명입니다.
이미 이런 보편적 출생 등록의 시발점이 될 만한 실천을 해나가고 있는 지방자치단체도 있습니다. 경기 시흥시입니다. 시흥시의회는 지난해 7월 전국 지자체 최초로 한 조례를 본회의에서 통과시켰습니다. 이름은 '시흥시 출생 미등록 아동 발굴 및 지원 조례'.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출생 등록을 하지 못해 보호의 사각지대에 있는 아동을 발굴하고 지원하기 위한 취지에서 만들어졌습니다. 조례에 근거해, 미등록 아동 확인 신청을 부모 외에 누구나 할 수 있고, 시장이 직권으로도 할 수 있습니다. 세대 방문을 통해 상담을 실시해 왜 출생 신고가 되지 않았는지, 학대가 있었던 건 아닌지 관찰을 합니다. 이후엔 양육수당이나 부모급여, 아동수당, 국가예방접종 등 신청을 할 수 있도록 돕고 나아가 출생 신고를 할 수 있는 방안도 함께 강구합니다.
국제아동인권센터 등이 주민조례제정운동을 벌인 끝에 통과된 이 조례 제정 이후, 1년여가 지난 지금까지 출생 미등록 아동 38명이 발견됐다고 합니다. 시흥시 관계자는 이 가운데 30명이 외국인 미등록 아동이었다면서, "어디 가도 아이들이 이름을 말하기가 곤란하거나 신분을 드러내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 부모가 신청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전했습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박하정 기자 parkhj@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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