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롯데리아에서 판다는 사슴고기 버거

이 광고를 보라. 일본 롯데리아가 9월 29일부터 10월 12일까지 2주간 한정 판매로 ‘수렵 사슴 고기 버거’를 출시했다는 내용이다. 야생 사슴을 사냥한 고기에 송로버섯을 올리고 레드와인 소스까지 뿌렸다니 고급져보이고 맛도 나쁘지 않을거 같다. 단품 가격 920엔(9148원)에 이르는 이 버거를 한국 롯데리아에선 팔 생각 없을까.

유튜브 댓글로 “일본 롯데리아에서는 사슴 고기 햄버거를 판다는데 우리나라에선 왜 안 파는지 취재해 달라”는 의뢰가 들어와 취재했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한국에서 사슴고기는 선호도가 낮고 구하기도 어렵다고 한다.

한국 롯데리아 운영사에 전화해 사슴고기 버거를 출시할 계획이 없는지 물어봤다. 

롯데GRS 관계자
“그런 검토나 이런 것들은 아예 되고 있는 바가 없습니다. 아직 정서적으로… 사슴고기라는 게 보편화해있는 쪽은 아니잖아요. 원료 수급이나 그런 부분 자체도 아예 없었고요. 저희가 상품 메뉴 개발을 할 때, 원재료 적합성을 고려를 해야 하기 때문에…”

그러니까 한국 롯데리아에서는 수요도 없고 원료 수급이 원활하지 않다는 이유에서 사슴고기 버거를 전혀 검토한 적이 없다는 것. 

롯데리아 관계자
“저도 개인적으로는 먹어본 적이 없어서… 일본에서 출시한다고 한국에도 된다고 하는 그런 건 전혀 없습니다…”

원래 꽃사슴 개체 수가 많은 일본에선 겨울에 사슴을 사냥해 고기를 먹는 문화가 퍼져있는데 최근엔 개체 수 증가로 농작물 피해가 커지고 있다고 한다. 홋카이도 언론 보도에선 이렇게 사슴에 의한 피해를 소개하는 기사들이 눈에 띈다.

예전에 호주 갔을 때 캥거루 고기로 만든 미트파이가 대중화된 모습에 놀란 적 있었는데 쇠고기와 돼지고기, 닭고기 오리고기 정도를 주로 먹는 한국 음식문화로 보면 이런 식재료들이 낯설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렇다면 한국에선 사슴고기에 대한 평가가 어떨까? 강원도에서 40년째 사슴 목장을 운영 중인 A씨에게 그 이유를 물었는데 한국에선 사슴고기 인기가 없고 유통도 잘 안된다고 한다. 가장 큰 이유는 기름기 있는 고기를 좋아하는 한국인의 입맛에는 잘 안 맞기 때문이다.

강원도 OO사슴 목장 대표 A씨
“우리나라 사람들은 기름이 약간 씹히는 게 좋은데, 사슴고기는 기름이 없어요. 서양 사람들은 좋아하는데, 한국 사람들은 입에 안 맞는다고… 몇 년 전에 (대중화) 해보려고 업계에서도 많이 시도를 했는데…”

실제로 한국에서 사슴고기를 먹기란 정말 어려운 일. 외국인이 찾는 호텔이나 목장이 직접 운영하는 가든에서나 가끔 특식으로 먹어볼 수 있다고 한다. 이처럼 한국에서는 고기 유통 판로가 없는데 한국에서 사슴은 곧 녹용이기 때문이다. 사슴을 길러도 녹용만 이용하고 ‘개소주’ 정도로만 수요가 있다고 한다.

강원도 OO사슴 목장 대표 A씨
“거래가 잘 안 돼요. 고기가 뻥뻥 나가줘야지… 녹용이 조금 올라오든가 능력이 저능력 같으면 도태시켜서 고기로 팔면 되는데, 가져가는 사람이 있어야지… 안 팔리니까 못하고 이런 거예요… 정부에서 관심을 가져줘야 하는데…”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던 사슴 목장도 최근에는 많이 사라지는 추세라고 한다.

강원도 OO사슴 목장 대표 A씨
“지금 사슴 기르던 세대들이 전부 나이가 들었어요… 업계가 지금 사양 길에 접어든 것과 마찬가지예요. 후대가 없어요”

여기서 잠깐. 사슴고기가 구하기 어렵다면 전 세계 90%, 50만~70만 마리가 한국에서 산다는 사슴의 고대종 고라니는 어떨까? 하지만 이건 더더욱 불가능할 것 같다. 무엇이든 잘 먹는 한국인조차 질기고 누린내가 심하다는 이유에서 고라니만큼은 포기했기 때문. 참고로 일본 롯데리아에서 파는 사슴고기 버거도 야생 사슴을 사냥해 만든 것이지만 일본의 야생 사슴들은 비린 맛이 덜하다고 한다.

정리하자면 사슴 고기는 기름기를 좋아하는 한국인들의 식성에 맞지 않았고 그나마 있던 목장들도 사라지는 추세라는 것. 당연히 한국 롯데리아에서도 사슴고기 버거 출시를 전혀 검토하지 않았다는 거다. 하지만 사슴고기가 지방과 열량, 콜레스테롤이 적고 단백질은 많은, 유럽 왕족들이 먹는 고급 음식이었다고 하니 소·돼지·닭고기에 질린 사람이라면 한번 시도해볼 만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