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모은 돈이 휴지조각…'전세사기' 막을 방안 있나요?
尹, "전세사기범 지구 끝까지 추적 처단"
전세사기 피해자 전국 1만6314명
국토교통부 내달 2일 '피해자 지원 온라인 설명회'
[더팩트|이중삼 기자] "전세사기범과 그 공범들을 지구 끝까지라도 추적해 반드시 처단하라."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30일 제45회 국무회의에서 관련 기관에 내린 지시사항이다. 전세사기 피해자 다수가 사회 초년생인 청년들로 미래세대를 약탈하는 악질적인 범죄라고 쓴소리도 냈다. '지구 끝까지'라는 격한 표현을 쓴 배경에는 전세사기가 근절되지 않고 오히려 피해를 당하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지난달 28일에는 '전세사기피해자지원·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전세사기특별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이 전세사기 피해주택을 경·공매로 낙찰받아 피해자에게 공공임대로 지원하고, 최장 10년간 무상 거주를 보장하는 것이 골자다. 국토교통부는 내달 2일 관련 내용에 대한 온라인 설명회를 연다. 피해자뿐만 아니라 국민들에게 법의 주요 내용을 쉽게 설명하기 위한 취지다. 국토교통부는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에 적극 나선다는 방침이다.
국토교통부·대검찰청·경찰청은 범정부 전국 특별단속을 무기한 시행하는 등 전세사기 범죄에 신속·철저하게 대응·엄단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2022년 7월부터 전국 18개 시도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 등에 전세사기 전담수사팀 2118명을 편성해 24개월간 전국적인 단속을 벌인 결과, 전세사기 사범 8323명(구속 610명)을 검거했다. 전세자금 대출사기 등 대규모 전세사기 조직 40개를 적발하고 15개 조직에 대해서는 형법상 '범죄집단 조직죄'를 적용했다.
대검찰청은 전국 54개 검찰청에 총 71명이던 전세사기 전담 검사를 전국 60개 검찰청에 99명으로 늘렸다. 수사 과정에서 확인된 피해 현황으로는 피해자가 1만6314명이며, 피해금액은 2조4963억원이다. 연령별로 보면 30대가 37.7%로 가장 많았다. 20대 이하 25.1%였다. 40대는 15.8%, 50대 8.2%, 법인 7.7%, 60대 4.0%, 70대 이상은 1.4%로 나타났다. 피해회복은 더딘 편이다. 그동안 1918억8000만원의 범죄수익을 몰수·추징 보전했지만, 2조원이 넘는 전체 피해금약과 비교하면 환수된 범죄수익은 약 8%에 그쳐서다.
전세사기 피해가 발생한 주택 중 약 7%인 1400여 가구는 불법 건축물인 것으로 드러났다. 불법 건축물은 건물 일부를 불법 개조하거나 용도를 변경한 건물을 뜻한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이연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토교통부에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7월 5일 기준 전세사기 피해주택 1만8789가구 중 불법 건축물은 1389가구였다. 이는 전체 피해 주택 중 7.4%를 차지한다.
◆ 전세사기 예방, '임차권 설정 등기 의무화'
전문가들은 전세사기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 정보 비대칭성을 줄이기 위해 임대인·전세 물건에 대한 정보 공개를 확대하고, 법·제도 개선을 통해 안전한 보증금 반환을 비롯한 피해자 지원 체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경기연구원이 지난 25일 발간한 '전세피해 예방·지원을 위한 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전세사기 피해 예방 차원의 단기적인 해결책으로는 임차권 설정 등기를 의무화해 선순위·대항력 문제를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감정가·실거래가를 기반으로 깡통전세와 이상 가격에 대한 경고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중·장기적으로는 임대인에 대한 정보 제공 확대, 부동산 전자계약 제도 의무화를 통한 문서 위조 방지, 피해 금액·범죄 수익 추적 환수 등이 이뤄져야 한다고 제시했다.
전세사기 피해 지원에 대한 개선 방안에 대해서는 피해자에게 우선매수권을 부여하고 취득세를 완전 면제함으로써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 필요하고, 채무 조정·전세대출 이자 면제·기간 연장을 제공하는 방안도 있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장기적으로는 법률상담 창구 상설화·가구의 종합적 법률서비스 제공, 피해자들의 경험 상호 공유 등 지역공동체 차원에서의 지원에 더해 범죄수익·피해자 관리를 위한 집행청 설치, 환수 금액 관리를 위한 기금 조성 등의 제언을 내놨다.
경기연구원 측은 "임대인·임차인 간의 정보 비대칭성이 전세사기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임차인은 임대인의 재정 상태나 주택의 담보 상황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얻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로 인해 임차인은 전세 계약 시 임대인의 재정적 위험을 제대로 평가하지 못하고 전세사기 피해자가 되는 경우가 빈번하다. 특히 중개인들의 부정행위가 더해질 경우 임차인들이 쉽게 피해를 입을 수 있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피해 발생에 대한 지원과 함께 사전 예방에 초점을 맞춘 정책적 접근이 요구된다"며 "임차인에 대한 정보 제공과 교육을 강화해 사기 위험을 사전에 인지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세사기 예방을 위한 부동산중개업의 개선방안 연구' 보고서에서는 중개업 전반을 책임지는 공인중개사의 책임·의무를 강화하고, 개업공인중개사의 사회적 역할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부동산정책이 추진돼야 한다고 밝혔다. 개업공인중개사의 의식개선과 지속적인 윤리의식 교육도 필요하다고 했다.
김천일 강남대학교 부동산건설학부 교수는 지난 11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과 대한법무사협회 공동주최로 열린 토론회에서 "현행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임차인의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보호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임차권을 부동산등기부에 공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j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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