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 만에 만난 尹-韓, '90분 만남'에 결국 독대는 없었다

김현빈 2024. 9. 24.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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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만찬을 함께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한 대표와 추경호 원내대표, 최고위원들을 포함한 여당 지도부 14명을 용산 대통령실 내 분수공원으로 초청해 오후 6시 20분부터 90분간 만찬을 했다.

한 대표가 이날 만찬이 끝날 때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에게 "윤 대통령과 현안 관련 자리를 잡아달라"고 독대 자리를 재요청한 것도 이런 분위기와 무관치 않았다는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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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한 대표가 좋아하는 고기 준비해"
윤 대통령, 원전 얘기 등 발언 주도
통상 당 대표에게 주어진 인사말도 없어 
한 대표, 만찬 막바지에 '독대' 재요청
윤석열 대통령이 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 분수정원에서 열린 국민의힘 지도부 초청 만찬 뒤 한동훈 대표, 추경호 원내대표 등 국민의힘 지도부, 대통령실 참모진과 함께 산책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만찬을 함께했다. 하지만 독대는 없었고 주요 민생 현안에 대한 논의도 이뤄지지 못했다. 한 대표가 독대를 재요청하면서 윤 대통령과 회동 가능성을 열어 놨지만, 앞으로도 의정갈등 해법 등 당면한 현안을 둘러싼 당정 간 협의가 순탄치 않을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윤 대통령은 이날 한 대표와 추경호 원내대표, 최고위원들을 포함한 여당 지도부 14명을 용산 대통령실 내 분수공원으로 초청해 오후 6시 20분부터 90분간 만찬을 했다. 대통령실에서는 정진석 비서실장과 신원식 국가안보실장, 성태윤 정책실장 등 수석급 이상 참모 12명이 참석했다. 당초 추석 전 잡힌 일정이었지만, 한 대표가 의정갈등 해소를 위한 해법으로 '2026년 의대 정원 증원 유예안'을 언급하면서, 미묘한 당정 분위기 속에 이날로 연기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 분수정원에서 열린 국민의힘 지도부 초청 만찬 뒤 한동훈 대표, 추경호 원내대표 등 국민의힘 지도부, 대통령실 참모진과 함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한 대표 취임 직후였던 7월 24일 이후 두 달여 만에 성사된 이날 만찬 자리는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윤 대통령은 만찬장에 들어서서 "우리 한 대표가 고기를 좋아해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준비했다"고 메뉴를 직접 소개했다. 윤 대통령은 다른 참석자들을 향해서도 "이제 곧 국정감사가 시작되나요"라고 물으며 "여소야대 상황에서 고생이 많다"고 격려했다. 또 체코 순방 성과를 소개하며 "2기에 24조 원을 덤핑이라고 비판하는데 말이 안 된다"고 야당의 공세를 비판했다. 추 원내대표와 인요한 최고위원이 원전에 대한 윤 대통령 성과에 호응하는 발언으로 분위기를 띄우기도 했다.

하지만 당초 예상됐던 의정갈등 해법과 추석 민심 공유 등 주요 현안들은 테이블에 오르지 못했다. 대통령실은 지난 19일 "이번 회동은 대통령실과 당 지도부가 한자리에 모여 추석 민심을 점검하고, 의료 개혁을 비롯한 개혁 과제와 민생 현안 등을 논의하는 폭넓은 소통의 자리가 될 것"이라고 밝혔지만, 관련한 대화가 전혀 나오지 않은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24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민의힘 지도부와 만찬을 마친 후 산책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이는 만찬 직전 한 대표의 독대 요구로 고조된 당정 간 불편한 감정이 반영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대통령실에서는 "한 대표가 만찬 도중 윤 대통령에게 질문을 했다"고 전했으나 구체적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식사가 끝날 무렵 아이스라테를 주문하는 윤 대통령에게 "감기 기운이 있는데 차가운 것 드셔도 괜찮으십니까"라고 물은 게 전부다. 통상적으로 당대표에게 주어지는 인사말도 없었다는 게 당의 설명이다. 두 달 전 만찬 때보다 참석 인원이 늘었지만, 당시(2시간가량)보다 만찬 시간도 30분가량 짧았다.

이날 만찬 분위기를 전한 대통령실과 당 참석자들의 온도 차도 컸다. 만찬에 참석한 당 관계자는 "(당대표가) 어떤 의견을 개진하거나 할 분위기가 아니었다"고 했다. 또 다른 당 관계자도 "한 대표는 원전과 관련해 질문도 하지 않았고, 윤 대통령이 주로 다 얘기했다"며 "의료 공백 문제와 관련한 얘기도 단 한마디도 나오지 않았다"고 전했다. 한 대표가 이날 만찬이 끝날 때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에게 "윤 대통령과 현안 관련 자리를 잡아달라"고 독대 자리를 재요청한 것도 이런 분위기와 무관치 않았다는 해석이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김소희 기자 kims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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