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토굿찌의 기분 좋은 반전, 모토굿찌 V100 만델로
이 바이크는 모토굿찌다. 완전히 새롭지만, 완벽하게 모토굿찌의 매력을 가지고 있었다. 아무리 기존에 없던 수랭엔진에 초호화 전자장비를 둘렀어도 그 핵심은 달라지지 않았다. 이제야 타보게 되었다는 것이 속상할 정도로 근사한 바이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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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토굿찌는 국내에서는 인지도가 그리 높은 브랜드가 아니다. 피아지오 그룹에 속해있고 공랭V트윈 엔진으로 클래식한 바이크를 만드는 회사라는 정도만 알고 있어도 모토굿찌를 꽤 잘 안다고 생각 될 정도니까. 하지만 모토굿찌는 100년이 넘는 역사만큼이나 절대 호락호락한 회사가 아니다. 원래 모토굿찌는 이탈리아제 바이크다운 고성능 바이크를 만들었고 기술력으로도 앞서 있는 회사였다. 고속주행을 위해 바이크 업계 최초로 풍동 실험실을 만든 것은 꽤 유명한 이야기다. 1967년에 등장한 V7에서 선보인 세로배치 V트윈 엔진이 크게 히트하며 브랜드의 정체성으로 삼고 이 엔진을 꾸준히 발전시켜 크루저, 고성능 네이키드, 투어러, 듀얼퍼퍼스 등 다양한 장르의 바이크를 만들었다. 하지만 2000년 아프릴리아가 모토굿찌를 인수했고 2004년에는 두 브랜드가 함께 피아지오 산하로 인수되었다. 그 이후 2008년, 역사속의 V7을 부활시킨 뒤로 라인업을 V7 중심으로 재편했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면서 클래식 브랜드라는 이미지만 남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분위기를 깨고 반전을 꾀하는 모델이 V100 만델로다. 이름부터 모토굿찌의 고향인 ‘만델로 델 라리오(Mandello del Lario)’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니 모토굿찌 입장에서 얼마나 기합이 들어간 모델인지를 짐작할 수 있다.
디자인은 현대적이면서 동시에 레트로 감성까지 아우른다. 80년대 스포츠 바이크들을 연상케하는 각진 헤드라이트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그 아래에는 모토굿찌 독수리 로고를 형상화 한 주간주행등DRL이 자리 잡고 있다.
디자인에서는 스포츠 바이크, 투어러, 하프 페어링 네이키드 등 다양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지만 무엇 딱 하나로 정의하기 어려운 독특한 디자인이다. 호불호가 갈리긴 하지만 한번 눈에 들어오면 자꾸만 시선이 가는 매력이 있다. 근육질의 보디라인은 이탈리아 바이크의 섹시함을 잘 표현하고 있다. 특히 뒤쪽에서 바라보는 차체의 라인이 근사하다. 리어까지 이어진 형태가 과거 모토굿찌가 만든 트랙 전용 스포츠 바이크 MGS-01 코르사와도 닮아있다. 콤팩트한 배기 시스템 덕분에 리어 휠이 고스란히 드러난 점도 근사하다.
주행성능의 핵심이 되는 1042cc 엔진은 크랭크가 세로축으로 정렬되어 엔진 헤드가 좌우로 툭 튀어나온 모토구찌 특유의 세로배치 V트윈 엔진이다. BMW의 박서엔진과도 비슷한 방식이지만 실린더 각도가 수평대향이 아닌 45도씩 위로 꺾여 올라붙어 있다. 두 실린더의 각도는 90도로 2기통 V트윈의 필링을 만들어낸다. 모토굿찌의 첫 수랭 엔진인 만큼 같은 피아지오 그룹에 속해있는 아프릴리아의 기술이 더해졌다. 고성능 엔진을 맛깔나게 잘 만드는 브랜드인 만큼 성능에 대한 기대감을 키워준다. 형식이 공랭 SOHC에서 수랭 DOHC로 변경되었고 이를 위해 많은 부분이 달라졌다. 우선 흡기와 배기가 뒤쪽에서 앞으로 통하던 기존 엔진들과 달리 흡기가 실린더 위쪽으로 옮겨지고 배기는 엔진 아래쪽으로 붙는다. 다운드래프트 방식으로 흡배기 효율을 높이고 차가운 공기를 엔진 안쪽으로 밀어 넣기 유리한 구조다. 엔진 뒤에 붙던 커다란 단판클러치가 콤팩트한 습식 클러치로 변경되며 확보된 공간으로 엔진의 앞뒤 사이즈를 극단적으로 줄일 수 있었다. 그래서 엔진 이름도 ‘콤팩트 블록’이다. 덕분에 짧은 휠베이스에도 긴 스윙암 길이를 확보할 수 있었다. 게다가 슬리퍼 클러치까지 적용되었다. 그야말로 격세지감이 느껴지는 큰 진화다.
차량 전반에서 느껴지는 기계적인 완성도도 인상적이다. 조금은 엉성한 것도 매력으로 꼽던 모토굿찌가 너무 완벽해진 것이 단점이라면 단점이랄까. 엔진은 상당히 매끄럽게 돈다. 엔진의 회전수를 갑자기 높이면 차체를 요동치게 만드는 토크 리액션은 확실하게 약해졌다. 역회전 크랭크를 이용해 엔진의 회전 토크를 상쇄시켜주기 때문이다. 그래도 엔진의 반응이 빨라졌기에 가볍게 스내칭을 해보면 여전히 툭툭 치는 느낌은 난다.
일단 주행을 시작하면 저회전부터 굵직하게 나오는 토크를 즉각적으로 느낄 수 있다. 스포츠 모드에서도 상당히 리니어한 가속을 보여준다. 속도감이 덜 느껴지는, 그래서 항상 예상보다 빠르게 달리게 되는 특징이 있다. 사운드는 저속에서 상당히 박력 있는 느낌인데 속도가 높아지면 풍절음에 묻혀 오히려 소리가 작아지는 느낌이 든다. 라이딩 모드는 투어링 스포츠, 레인, 그리고 로드로 나뉘며 각 모드별 상세 설정은 마음대로 커스터마이징 가능하다. 여유로운 크루징은 만델로의 주특기다. V트윈 엔진이 서로의 진동을 상쇄시키며 매끄럽게 돌아고 공기를 가른다. 도로 위를 저공비행하는 느낌을 준다. V100의 특별 한정판 모델인 아비아찌오네 나발레가 해군항공단의 F35 리버리를 달고 있는 것이 완벽하게 이해되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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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변 공기역학
V100 만델로에는 세계 최초로 가변 에어로 윙이 적용되었다. 고속에서 윙이 펼쳐져 공기저항을 줄여주는 기능이다. 주행 모드에 개별적으로 윙이 상시 펼쳐지거나, 혹은 상시 펼쳐지지 않거나, 또는 지정 속도에서 펼쳐지도록 설정할 수 있다. 모토굿찌에 따르면 윙이 열렸을 때 20% 이상의 공기저항을 줄여준다고 한다. 하지만 실제 주행에서 그 차이를 크게 느낄 수 없었다. 오히려 전면의 전동식 윈드쉴드 높이를 높이는 게 체감상 훨씬 큰 영향을 미친다. 한번 열린 윙은 정차 직전에 다시 접히기 때문에 속도가 지정 속도의 경계를 넘나들어도 열리고 닫히는 것을 반복하지는 않는다. 정차 직전 슥 접히기 때문에 밖에서 보면 꽤 근사하다. 오히려 아쉬운 점은 윙이 작동하는 것이 라이더의 시야에서는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달리면 좌우의 윙이 스윽 열리는 장면을 볼 거라 기대했는데 실제 주행에서는 달리다가 언제 열렸는지도 모르게 슥 열려버린다. 결국 실제 효과보다는 멋이 목적인, 스포츠카 뒤에 달린 작은 리어윙과 정확히 같은 효과를 내주는 것이다. 근데 멋, 바이크를 선택하는데 있어 그것보다 중요한 포인트가 있던가?(웃음)
세로배치형 엔진은 회전축이 바퀴와 90도 꺾여 있어 엔진의 자이로 효과가 기울임에는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덕분에 차체의 크기에 비해 기울임 저항이 적고 민첩한 핸들링 특성을 만든다. 그런데 그러한 민첩함 속에서 주행 안정성이 상당하다. 이 상반되는 이야기가 V100에게는 꽤 설득력 있게 공존하고 있다. 무게 중심이 낮고 컨트롤하기 쉬운 포지션, 그리고 절묘한 섀시 세팅 덕분이다.
서스펜션 세팅은 의외로 스포티하다 못해 단단하게 느껴진다. V100 만델로를 기존의 장르에 맞춰 구분하자면 스포츠 투어러 정도로 분류할 수 있다. 그런데 서스펜션의 기본 세팅이 탄탄하고 안락함과는 거리가 있는, 그러니까 투어러보다는 스포츠에 방점이 찍힌 세팅이다. 와인딩에서 최선을 다해 달릴 때는 타이어의 그립도 무게를 꾹꾹 실어가며 잘 써먹을 수 있지만 갑작스레 요철을 만나면 충격이 꽤 크게 전달되었다. 덕분에 브레이크 성능은 좋다. 이탈리아 바이크에 브렘보 브레이크의 조합이 안 좋은 게 이상한 것이지만 차량중량이 233kg에 달하는 제법 묵직한 무게임에도 강력한 브레이크와 탄탄한 서스펜션의 조합으로 높은 제동 한계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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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바이크는 모토굿찌다. 완전히 새롭지만, 완벽하게 모토굿찌의 매력을 가지고 있다. 아무리 기존에 없던 수랭 엔진에 초호화 전자장비를 둘렀어도 그 핵심가치는 달라지지 않았다. 그리고 그 가치를 현대적인 요구에 맞춰 더욱 견고하게 다듬었다. 만약 모토굿찌에 대해 조금이라도 흥미가 생겼다면 이 바이크를 타보길 바란다. 기분 좋은 주행 감각의 낭만적인 바이크, 그 매력에 푹 빠지게 될 것이다. 이제서야 타보게 되었다는 것이 속상할 정도로 근사한 바이크다.
V100 만델로를 타면서 아쉬웠던 점은 서스펜션이 스포츠 주행이 아닌 일상 주행 시 안락함이 부족했던 점과 그리고 퀵시프트의 부재 정도다. 그런데 이걸 딱 해결한 것이 바로 만델로 S다. 올린즈의 스마트 EC2.0 전자식 세미액티브 서스펜션과 퀵시프트를 기본으로 장착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S모델이 더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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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TOGUZZI V100 Mandello
엔진형식 수랭 4스트로크 세로배치 90° V형 2기통 DOHC
보어×스트로크 96 × 72(mm)
배기량 1,042cc
압축비 12.6 : 1
최고출력 115hp / 8,700rpm
최대토크 105Nm / 6,750rpm
시동방식 셀프 스타터
연료공급방식 전자제어 연료분사식(FI)
연료탱크용량 17ℓ
변속기 6단 리턴서스펜션 (F)조절식 텔레스코픽 도립 (R)싱글쇽 스윙암
타이어사이즈 (F)120/70 R17 (R)190/55 R17브레이크 (F)320mm더블디스크 (R)280mm 싱글디스크
전장×전폭×전고 2,126×835×미발표
휠베이스 1,475mm
시트높이 815mm
차량중량 233kg
글 양현용
사진 양현용/손호준
취재협조 피아지오그룹 코리아 motoguzzi.com/kr_K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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