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매거진=최정필 기자 choiditor@carmgz.kr>
아는 맛이 무섭다고 했다.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 속에서 최신의 무언가가 탑재된 신제품이 매일같이 쏟아진다. 하지만 그렇다고 꼭 새 것을 고르진 않는다. 특히 안정성, 안전성, 완성도를 추구한다면 더욱 그렇다. 시장에 나온지 약간의 시간이 흘렀어도 믿을 수 있는 것, 검증된 것을 추구하는 이들이 있기 마련이다.
푸조 5008은 그런 이들과 궁합이 좋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지난 해부터 STLA 미디움 플랫폼을 사용한 3세대 모델이 판매되고 있다. 하지만 현재 국내 판매 중인 모델은 2세대 부분변경형이다. 국내에는 2021년 6월 출시됐고, 2022년 4월 1.2 퓨어테크 가솔린 터보 엔진을 탑재한 모델이 추가됐다. 트렌드에 민감한 국내 소비자 입장에서는 아쉬움이 있을 수 있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진국’으로 평가받는다.
2세대 부분변경형에서는 3세대 모델을 위한 포석을 여러 부분에서 찾을 수 있다. 푸조의 새 브랜드 로고, 간결하지만 강렬해진 디자인 언어 등이 추가됐을 뿐이다. 사자 송곳니를 형상화한 시그니처 주간 주행등은 날카롭고 매끄럽게 내려오고, 프레임리스 일체형 그릴은 헤드램프 사이를 부드럽게 연결한다. 범퍼 양 끝단에 자리한 블랙 사이드 스쿱은 스포티함을 강조한다. 7인승 좌석배열과 넓은 실내 공간을 확보했으면서도 둔탁한 이미지를 받기 힘든 이유다.

후면부에는 사자 발톱 자국을 형상화 한 3D LED 리어 램프가 적용됐다. 헤드램프와 마찬가지로 테일램프 역시 3세대 모델에서 한층 더 발전하며 푸조의 스타일을 이어갔다. 자연스러우면서도 매끄럽게 세대를 넘나드는 디자인 언어는 푸조의 세련미를 강조하는 요소. 볼륨감과 강인함을 동시에 표출하는 라인은 5008 특유의 스포티한 존재감을 발산한다.
다만 세월의 흐름은 어쩔 수 없는 노릇. 실내의 8인치 인포테인먼트 터치 디스플레이는 면적의 아쉬움을 전달한다. 물론 푸조의 i-콕핏 스타일은 세련되고 현대적인 디자인을 자랑한다. 콤팩트한 스티어링 휠과 그 위에 절묘하게 자리한 인스트루먼트 패널은 인포테인먼트 디스플레이와 함께 최적의 조합을 선사한다.

중앙과 좌우 시트가 모두 개별로 조절되는 2열은 가족을 위해서는 최적의 구성이다. 전후 슬라이드, 등받이 각도 조절과 폴딩까지 모두 개별 조절이 가능하기 때문에 아이를 위한 카시트도, 성장기 아이들 혹은 성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람들의 탑승 환경을 보장한다. 운전자의 편안한 주행 환경은 물론 동승자의 승차감까지 이정도로 고려해주는 차도 별로 없다.
3열 시트를 활용하기 위해선 트렁크 공간을 약간 양보할 필요가 있다. 접었을 때는 트렁크 바닥으로 깊숙이 숨어들어가지만 트렁크 수납 공간은 넉넉하게 활용 가능하다. 이 때의 수납 공간은 약 952리터 수준. 아예 광활한 수납 공간이 필요하다면 3열 시트를 탈거하고, 2열까지 접으면 해결할 수 있다. 이 경우 최대 적재 공간은 2,150리터로 두배 이상 늘어나기 때문이다. 단순히 큰 수납 공간을 넘어 긴 화물을 실어야 하는 경우에도 문제 없다. 조수석을 접을 경우 최대 3.2m까지 수납할 수 있다.

22년 4월부터 국내 시장에 선보이기 시작한 1.2 퓨어테크 가솔린 터보 엔진은 부드러움과 부족하지 않은 출력을 동시에 선사한다. 배기량의 한계를 이야기 하기엔 최고 출력 131마력의 실용적인 수치를, 연비 역시 공인 복합 연비 12.1km/L의 준수한 숫자를 선보인다.
1.2 퓨어테크 가솔린 터보 엔진의 매력은 고속도로에서 나타난다. 뿐만 아니라 각종 요철과 충격도 부드럽게 넘겨내는 5008의 서스펜션은 엔진과의 궁합이 좋은 편. 시속 100~110km 제한의 경부 고속도로를 달리는 동안 뒷좌석의 어린 조카는 금새 잠에 빠졌고, 두시간 반 이상의 주행 동안 한번도 깨지 않았다. 부드러운 가속감과 주행질감이 만들어낸 지방 장거리 주행의 행복이다.

이번 시승에서 왕복 300km의 정체 섞인 고속도로를 달렸다. 그 결과는 14.4km/L로, 공인 고속도로 연비인 14.2km/L에 준하는 숫자를 보여준다.
물론 시승을 하다 보면 신형 모델에 대한 갈망이 올라오기 마련이다. 5008 역시 마찬가지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3세대 모델이 이미 판매되고 있는 만큼 새로운, 어쩌면 당연하게도 더 발전된 신형을 바랄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지금의 푸조 5008은 ‘이미 아는 맛’이다. 아직은 ‘더 맛있겠지’라고 생각해야만 하는 상황 속에서라면 이미 아는 맛은 충분히 검증된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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