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이 은폐한 염순덕 상사 피살…법원 “유족에 9천만원 배상하라”

노기섭 기자 2024. 10. 28.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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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의 부실한 수사로 10년 넘게 사망 원인이 정확하게 규명되지 않았던 고(故) 염순덕 상사의 유족에게 국가가 배상하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염 상사의 유족은 2018년 9월 "망인이 B, C씨한테 살해됐음에도 헌병대와 경찰의 부실 수사로 오랜 기간 사건의 실체를 파악하지 못하고 보훈보상 대상자 인정도 지연됐다"며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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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법 “헌병대·경찰이 현저히 부실 수사…중요 물증도 제외”
서울중앙지방법원 청사. 연합뉴스

군의 부실한 수사로 10년 넘게 사망 원인이 정확하게 규명되지 않았던 고(故) 염순덕 상사의 유족에게 국가가 배상하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7부(부장 손승온)는 염 상사의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피고가 원고들에게 총 9000만 원을 배상하라"고 최근 판결했다. 지난 2001년 12월 11일 육군 수도기계화보병사단 소속이던 염 상사(당시 35세)는 같은 부대 준위 B 씨, 국군기무사령부 소속 중사 C 씨와 술을 마신 후 귀가하다가 둔기에 맞아 숨진채 발견됐다. 염 상사가 발견된 곳 근처 하천 자갈밭에선 염 상사의 피가 묻은 대추나무 몽둥이가 발견됐다. 도로변에서 수거된 담배꽁초 2개에 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소 감정 결과, 각각 B·C씨의 유전자가 검출됐다.

B 씨와 C 씨가 염 상사 살인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됐지만 헌병대는 "사건 당시 함께 당구를 치고 있었다"는 두 사람의 진술을 받아들였다. "국과수 감정 결과를 믿을 수 없다"는 이유로 담배꽁초 2대를 수사단서에서 제외하기도 했다. 범행 도구로 추정된 대추나무 몽둥이는 헌병대에서 보관하다가 석연찮은 이유로 분실됐다. 그렇게 15년간 미제 사건으로 남아 있던 이 사건은, 살인사건의 공소시효를 폐지한 ‘태완이법’이 2015년 7월부터 시행됨에 따라 재수사 대상이 됐다.

경찰은 사건 당시 B, C 씨의 알리바이가 조작됐음을 확인하고 이들을 피의자로 입건했다. 하지만 수사가 본격화하자 염 상사에게 직접 둔기를 휘둘러 살해한 인물로 지목된 C 씨가 돌연 자신의 승용차 안에서 번개탄을 피우고 숨진 채 발견됐다. B 씨는 기소 의견으로 송치됐으나, 검찰은 "피의사실을 입증할 증거가 부족하다"며 불기소 처분했다.

염 상사의 유족은 2018년 9월 "망인이 B, C씨한테 살해됐음에도 헌병대와 경찰의 부실 수사로 오랜 기간 사건의 실체를 파악하지 못하고 보훈보상 대상자 인정도 지연됐다"며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헌병대와 경찰이 사건 발생 초기에 핵심 물증과 증인을 현저히 불합리하거나 부실하게 수사해 증거 확보가 매우 미흡했고, 이에 따라 현재까지도 범인과 살해 경위 등이 정확히 규명되지 않았다"며 국가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특히 "헌병대가 기무부대원이던 C 씨에 대한 추가 수사를 진행하는 데 상당한 부담을 느껴 담배꽁초 유전자 감식 결과의 증거 가치를 평가 절하했다"며 "이 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물증을 수사단서에서 제외하는 중대한 오류를 범했다"고 지적했다.

노기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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