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로운 기회 vs ‘어차피 국내주식’
국내 최초 대체거래소(ATS)의 출범이 코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넥스트레이드(NXT)라는 이름이 붙은 이 거래소가 개장하면, 이제 3월 4일부터는 하루 12시간 동안 주식을 거래할 수 있게 됩니다. 퇴근 이후 저녁 시간에도 거래를 할 수 있어 직장인들의 투자 기회도 늘어날 전망입니다.
다만, 한국거래소가 70년 이상 독점해 온 시장에 최초로 등장한 대체거래소의 존재는 투자자들에게도 낯선 인상이 강합니다. 넥스트레이드(NXT)를 이용할 때 유의사항이 있을까요?
넥스트레이드(NXT) 3월 4일 개장… 08:00~20:00 거래
‘대체거래소’는 자본시장 선진화의 일환으로 도입된 ‘다자간매매체결회사’에서 제공하는 서비스입니다. 증권시장 인프라를 다양화하고 투자자의 거래편의를 개선한다는 차원에서 추진된 제도로, 최초의 성과가 넥스트레이드(NXT)입니다.
넥스트레이드와 한국거래소의 가장 큰 차이는 거래시간입니다. 9시부터 3시 30분까지 정규 거래시간을 운영하는 한국거래소와 달리, Pre마켓(08:00~08:50)과 After마켓(15:30~20:00) 시간을 추가로 제공합니다.
단, 정규시간을 전후해서 10분씩 거래가 중지되는데요. 한국거래소의 단일가매매 시간을 활용하는 시세조종을 방지하기 위해서입니다. 한국거래소도 이에 맞춰 시가 단일가매매 시간(30분)의 예상체결가 표출시간을 10분간으로 단축했습니다.
매매체결대상종목은 3월 4일 기준 코스피 5개, 코스닥 5개로 시작합니다. 첫 날에는 △롯데쇼핑 △제일기획 △코오롱인더 △LG유플러스 △S-Oil과 ▲골프존 ▲동국제약 ▲에스에프에이 ▲와이지엔터테인먼트 ▲컴투스를 거래할 수 있습니다.
종목은 4단계에 걸쳐서 단계적으로 확대할 예정입니다. 3월 17일(2단계)에 110개로 늘리고, 3월 24일(3단계)에 350개를 거쳐 최종적으로 3월 31일(4단계)에는 총 800종목(코스피 380, 코스닥 420)을 거래할 수 있게 됩니다.
매매체결 수수료는 한국거래소 대비 20~40% 저렴할 전망입니다. 투자자는 증권사가 양 거래소를 모두 지원할 경우, 간단한 동의절차를 거치기만 하면 기존에 이용하던 MTS나 HTS로 두 거래소를 모두 이용할 수 있습니다.
거래소는 자동·수동으로 자유롭게 지정할 수 있습니다. 투자자는 KRX와 NXT 중 어디든 지정해서 거래할 수 있고, 따로 거래소를 지정하지 않더라도 증권사가 ‘최선집행의무’에 따라 최선의 거래조건으로 처리하게 됩니다.
넥스트레이드에는 새로운 호가유형도 추가됩니다. 종목 및 수량을 지정하되, 가격은 최우선매도와 최우선매수호가의 중간값으로 간주되는 ‘중간가호가’와 사전에 정한 스톱가격이 일정한 조건에 해당하는 때에만 거래에 참여하는 ‘스톱지정가호가’입니다. 두 가지 호가유형이 추가된 만큼 매수·매도전략도 다양해집니다.
뉴스로 애프터마켓 매매중단도 가능… 복수 가격 위험도
넥스트레이드가 다양한 기회만 제공하는 건 아닙니다. 기존 거래소와 운영시간과 방침 등에 다른 부분이 있는 만큼, 차이점과 위험요소를 숙지할 필요가 있습니다.
넥스트레이드의 애프터마켓에서는 외부 요인으로 주식 매매가 갑자기 중단될 수 있습니다. 넥스트레이드에서는 운영 중에 투자 관련 주요 정보가 보도되면, 해당 종목의 주식 거래를 즉시 정지시킬 예정입니다. ‘투자자 보호를 위한 고육지책’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당분간 거래는 주식에 한정됩니다. 현재 한국거래소에서 거래되고 있는 상장지수펀드(ETF)나 상장지수증권(ETN) 외에 파생상품 등은 거래가 불가능합니다. 다만 이후 금융위원회 의결을 받아 점차 늘려갈 계획이라고 합니다.
IPO로 상장한 주식의 거래도 일부 제한됩니다. 금융투자업 규정에 따라 IPO로 상장한 주식은 첫 날에는 KRX에서만 거래할 수 있고, 다음 날부터 넥스트레이드에서도 거래할 수 있게 됩니다.
시세조작의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도 지목되고 있습니다. 넥스트레이드는 시장 전체 거래량의 15%, 종목별 거래량의 30%만 감당하도록 규정되어 있어 상대적으로 거래량이 적을 전망입니다.
여기에 한국거래소와 거래 시간에도 차이가 있고, 호가 방식에도 차이가 있어 한 종목에 복수 가격이 형성될 수 있죠. 그만큼 외국인·기관의 고빈도 매매(HFT, high frequency trading)로 인한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겠습니다.
넥스트레이드의 출범이 이제 열흘 남짓 남았습니다. 국내 주식시장이 투자자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지, 혹은 6.5시간의 고통을 12시간으로 늘릴 뿐일지는 조금 지나봐야 알 수 있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