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시민들이 땅만 쳐다보고 다니는 이유 [전국 인사이드]

지금 광주광역시 사람들은 온통 땅만 쳐다보고 있다. 부동산 투자 때문은 아니다. 거대 싱크홀과 같은 재난의 이야기도 아니다. 아니, 재난이 맞다. “제발 좀 끝내달라”는 절규가 나오는 도시철도 2호선 건립 이야기다. 광주에서는 지금 시민도, 행정도 도시철도 공사와 사투 중이다. 시민에게는 ‘끝나지 않는 불편’, 행정 당국에게는 ‘돈 먹는 하마’로 전락했다. 최근에는 광역단체장의 명줄까지 걸렸다. 축복인 줄 알았던 도시철도가 어쩌다 애물단지가 된 걸까.
광주도시철도 2호선은 총연장 41.8㎞ 순환노선이다. 상무·금호·첨단·수완·일곡·봉선 등 광주 주요 생활권을 모두 잇는 구조다. 최초 기본계획 승인 시점은 2002년. 그러나 착공은 2019년이 돼서야 이뤄졌다. 그마저 당초 1·2단계 공사 구간 모두 2024년 개통 예정이었으나, 각각 2026년과 2030년으로 늘어났다. 공사 기간은 지금도 실시간으로 연장되는 중이다.
문제는 이 노선이 광주 시민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주요 대로 밑에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이다. 도시철도 2호선은 건설 비용을 극도로 아끼기 위해 ‘저심도 경전철’ 방식으로 설계됐다. 도로 바로 아래 깊이 약 10m 안팎을 파내 선로를 설치하는 개착식 흙막이 공법이 사용된다. 공사 과정에서 도로를 파헤쳐 흙을 걷어내야 해 지상을 제대로 이용할 수 없다. 이 방식은, 심각한 혼잡을 초래하기 때문에 현대 도시철도 공사에서는 거의 쓰이지 않는다. 수도권이나 대도시들이 대규모 지하철 공사를 진행해도 시민 불편이 크지 않은 것은 대부분 깊은 심도 터널을 관통하는 ‘비개착식’ 공법을 적용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광주시는 ‘시민 불편 절감’ 대신 ‘비용 절감’을 선택했다. 저심도 경전철은 일반적 건설 방식인 중전철보다 공사비가 20% 안팎 절감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광주시는 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 문턱을 넘기 위해 비용 효율성을 입증해야 했다. 광주시가 택한 고육지책은 시민의 일상을 담보로 잡는 거였다. 시민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도로가 공사장으로 변했고, 좁아진 차로와 덮개(복공판) 위에서 차량들은 곡예 운전을 해야 했다.
근시안적 선택 뒤 숨겨진 불평등
공사비를 줄이려는 선택은 오히려 공사 기간과 비용을 모두 늘리는 악수(惡手)가 됐다. 예상치 못한 암반과 지장물, 여름 폭우 등이 겹치며 공사 일정이 계속 미뤄졌다. 시민들의 원성은 고스란히 행정으로 향했다. 급기야 강기정 광주시장은 “1단계 구간 도로포장을 12월22일까지 마무리하지 못하면 시장직을 걸겠다”라고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광주 지역 언론들은 디데이(D-day)를 기다리며 도로 포장률과 공정률을 카운트다운하고 있다.

행정 당국도 답답하긴 시민 못지않다. 공사 기간이 지연된 데다 코로나19 사태로 자재비와 인건비가 폭등하며 총사업비는 1조7394억원에서 3조1449억원까지 불어났다. 당초보다 두 배 가까운 금액이다. 도시철도 건설에는 국비와 시비가 6대 4 비율로 투입된다. 광주시에서 부담해야 할 비용은 1조2581원을 넘어서고 있다. “땅속에 돈 묻느라 쓸 돈이 없다”라는 광주시의 푸념이 괜한 말이 아니다. 실제 신규 사업은 엄두도 못 내고 대표 도서관, 제2 컨벤션센터 같은 주요 시책 사업도 사실상 중단 상태다.
결과론일 수 있지만 숫자에 매몰돼 시민 불편이나 도로 혼잡, 공사장 인근의 상가 피해 등 사회적 비용을 감안하지 않은 근시안적 선택의 결과인 셈이다. 다만, 저심도 경전철을 선택한 배경에는 ‘돈줄’을 쥔 중앙정부와 그에 따를 수밖에 없는 힘없는 지방정부 간 권력관계가 작동했다는 사실도 간과할 수 없다. 도시를 위한 선택이 아니라 정부 문턱을 넘기 위한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구조다. 그 불균형은 현재도 진행 중이지 않나.
이삼섭 (<무등일보> 기자)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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