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감동 주고 떠난 '일용 엄니' "곡소리 대신 춤추면서 보내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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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마지막 하루에는 가장 먹고 싶은 음식을 먹을 것이고, 내 일기장을 보고 싶다."
6년 전 방송에서 언급한 바람 같은 하루를 보내고 떠났을까.
역시 '전원일기'에 함께 출연했던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오랜 세월을 같이 보낸 가족 같은 분이었다"며 "남들이 흉내 내기 힘든 독보적 개성을 가진 배우"라고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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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전 '웃는 장례식' 당부 회자
30대에 '전원일기' 출연 당시
60대 할머니 연기로 인정 받아
뛰어난 음식솜씨 예능도 활약
올 5월까지 뮤지컬 무대 올라
최불암 "창의적인 배우" 추모
"인생의 마지막 하루에는 가장 먹고 싶은 음식을 먹을 것이고, 내 일기장을 보고 싶다."
6년 전 방송에서 언급한 바람 같은 하루를 보내고 떠났을까.
괄괄한 어머니와 할머니 역할로 TV 드라마와 예능, 영화, 홈쇼핑 등에서 대중의 사랑을 받았던 배우 김수미 씨(본명 김명옥)가 세상을 떠났다. 향년 75세. 그는 25일 자택에서 의식을 잃은 채 발견돼 서울성모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사망 판정을 받았다. 사인은 혈액 속 포도당 농도가 급격히 오르는 고혈당 쇼크로 알려졌다.
1949년 군산에서 태어난 고인은 '내털리 우드 닮은꼴'로 불릴 정도로 이국적인 미모와 출중한 연기력 덕분에 1971년 MBC 공채 3기 탤런트로 데뷔했다. 대중적 인기를 얻은 작품은 1980년부터 22년간 방영된 대한민국 최장수 드라마 '전원일기'다. 31세에 시골에서 농사를 짓는 60대 할머니 일용 엄니 역할을 맛깔나게 연기해 신스틸러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고인은 아들 일용이 역을 맡은 배우 박은수 씨보다도 두 살이 어렸다. '전원일기'에서의 열연과 드라마 '남자의 계절'(1985~1986)에서의 활약을 인정받아 1986년 MBC 연기대상을 받았다.
자신을 인기 배우로 만들어준 배역이지만 고인은 일용 엄니를 연기하기 싫어 잠적하기도 했다. 삭발을 하고 제주도로 숨어들어 3개월간 드라마에서 일용 엄니가 사라졌는데 자신 때문에 박은수(일용이 역), 김혜정(일용이 처)까지 배역을 잃는다는 말에 복귀했다. 일용 엄니로 각인된 인상 덕분에 고인은 주로 거칠지만 따듯한 어머니, 구수한 욕을 구사하는 할머니 역을 연기했다. 1980년대 들어 영화계에 진출해 '슈퍼스타 감사용'(2004), '마파도'(2005), '맨발의 기봉이'(2006), '사랑이 무서워'(2011) 등 수많은 작품에 출연했다.
70대에 접어든 고령에도 활동을 쉬지 않고 최근까지도 연기를 계속했다. 2022년에는 tvN 드라마 '연예인 매니저로 살아남기'에 본인 이름과 같은 역할로 특별출연했고, 지난해 개봉한 영화 '가문의 영광:리턴즈'에서도 주연을 맡았다. 건강이 악화하기 직전인 올해 5월까지는 뮤지컬 '친정엄마'에서 주인공 봉란 역을 소화했다.
요리 솜씨가 뛰어났던 고인은 음식 예능 프로그램에 자주 출연했다. '수미네 반찬'(2020~2021)에서 최현석, 여경래 등 셰프들에게 요리 비결을 전수했고, '밥은 먹고 다니냐?'(2019) 등에 고정 출연했다. 자신의 이름을 걸고 간장게장 사업을 하기도 했다.
고인은 지난 5월과 7월 피로 누적으로 서울 한양대병원에 입원하며 활동을 중단했다. 공연과 방송 활동이 겹치면서 피로가 누적돼 휴식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별세 소식에 추모가 이어졌다. '전원일기'에서 고인과 호흡을 맞췄던 배우 최불암 씨는 "김수미 씨는 어린 나이에 자기 외모를 내려놓고 노인네를 묘사해낸 창의적 배우였다"며 "주변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려고 애쓰던 싹싹한 후배, 좋은 배우이자 좋은 어머니였다"고 말했다. 역시 '전원일기'에 함께 출연했던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오랜 세월을 같이 보낸 가족 같은 분이었다"며 "남들이 흉내 내기 힘든 독보적 개성을 가진 배우"라고 회상했다.
빈소는 한양대병원 장례식장 특6호실에 마련했다. 발인은 27일 오전 11시이며, 장지는 용인아너스톤이다. 유족으로 남편 정창규 씨와 딸 정주리, 아들 정명호 등이 있다. 며느리는 탤런트 서효림이다.
고인은 생전에 한 방송에서 이렇게 말했다.
"장례식장에 곡소리가 나는데 나는 '웃으며 갔구나' 하며 춤추고 웃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애도하는 자리가 아니라 김수미를 추억하는 공간이길 바란다."
[김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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