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제네시스 GV80 블랙, 1억원 값어치는 충분하다
제네시스 GV80 블랙을 시승했다. GV80 블랙은 2025년형 GV80에 도입된 최상위 트림으로 내외관의 섬세한 디테일까지 블랙으로 마감된 것이 특징이다. 특히 실내 고급감은 동급 수입 경쟁차를 앞선다. 승차감과 외부 소음 차단도 만족스러운데, 날카로운 6기통 엔진음은 아쉽다.
GV80 블랙은 2025년형 GV80에 도입된 최상위 신규 트림이다. GV80 블랙 가격은 2.5 가솔린 터보 9440만원, 3.5 가솔린 터보 9860만원이다. 참고로 AWD가 기본이다. 시승차는 3.5 가솔린 터보에 전동식 사이드 스텝과 2열 디스플레이 등을 갖춘 풀패키지로 가격은 1억960만원이다.
시승차와 같은 옵션으로 구성한 일반 GV80 풀패키지 가격은 1억560만원으로 400만원 추가 비용에 부담이 없다면 블랙이 나을 수 있다. GV80 블랙 3.5 가솔린 터보 풀패키지에 1000~2500만원을 투자하면 BMW X5, 벤츠 GLE도 노려볼 수 있는데, 옵션 구성은 GV80가 압도적이다.
GV80 블랙은 사실상 풀패키지 구성이다. 선택 옵션은 파노라마 선루프와 빌트인캠 패키지뿐이며, 2열 디스플레이와 전동식 사이드 스텝은 액세서리로 분류된다. GV80 블랙은 뱅앤올룹슨 사운드, 2열 컴포트 패키지, 헤드업 디스플레이, 최신 ADAS, 컨비니언스 패키지 등이 기본이다.
차량 관리 비용 측면에서도 GV80가 유리한데, GV80 신차 구매자는 3년/6만km 이내에 엔진오일/오일필터/에어클리너 6회, 에어컨 필터 3회, 전륜 브레이크 패드 및 브레이크 오일 1회, 전방 와이퍼블레이드 2회, 홈투홈 픽업&딜리버리 서비스 6회 등 다양한 무상 서비스를 받는다.
물론 GV80는 X5, GLE와 비교해 에어 서스펜션 부재는 아쉬울 수 있다. 다만 제네시스는 지속적으로 GV80 승차감 개선에 투자했다. 2023년형 GV80 출시 당시 후륜 하이드로 G부싱을 추가했는데, 부분변경때는 흡차음재 보강, 테일게이트 차음 성능 개선 등 업그레이드가 이뤄졌다.
이번 2025년형에는 전륜 서스펜션에 하이드로 G부싱이 적용됐다. 하이드로 G부싱은 부싱 내부에 유체를 봉입해 충격 에너지를 더욱 효과적으로 흡수하는 기술로 일반적인 고무 G부싱보다 특정 주파수(진동)에 대한 감쇠력을 높여준다. 2025년형 GV80 승차감은 확실히 좋아졌다.
2025년형 GV80는 저속과 중속에서 승차감이 극대화됐는데, 저속으로 과속방지턱을 넘어가면 BMW X5의 에어 서스펜션과 유사한 감각을 전달한다. 고속에서도 요철과 고르지 못한 노면을 부드럽게 소화한다. 또한 고속에서는 차체가 지면으로 낮게 가라앉는 느낌이 매력적이다.
서스펜션 컴포트 모드에서는 차체 좌우 롤링과 상하 바운싱을 일부 허용하는데, 예상 가능한 수준으로 불안하지 않다. 서스펜션 스포츠 모드에서는 승차감이 생각보다 단단하게 변경된다. 고르지 못한 노면이나 요철을 빠르게 통과하면 운전자에게 미세한 충격을 전달한다.
연속된 코너링에서 롤링 현상이 최대한 억제되며, 고속 코너링에서는 차체가 한쪽으로 쏠리는 움직임이 적어진다. 고속 주행에서 범프 구간 등을 통과하면 두 번 정도의 상하 움직임으로 불필요한 출렁임 없이 자세를 잡는다. 차체를 지면으로 강하게 끌어내려 안정감을 준다.
GV80 블랙은 전용 22인치 휠이 고정인데, 20인치 휠을 선택할 수 없는 것은 아쉽다. 20인치 휠이 일반적인 주행에서 승차감은 훨씬 더 좋을 것으로 예상된다. 브레이크 페달 답력은 단단하다. 브레이크 페달에 압력이 가해지는 만큼 제동하는데, 제동력을 세밀하게 조절할 수 있다.
GV80 3.5 가솔린 터보는 3.5리터 V6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가 조합됐다. 최고출력 380마력, 최대토크 54kgm를 발휘한다. 복합연비는 블랙 기준 7.7km/ℓ(도심 6.8, 고속 9.2)다. GV80 3.5 가솔린 터보 풀 발진 가속감은 경쾌하다. 2230kg에 달하는 공차중량을 출력으로 밀고 나간다.
비교적 낮은 1300rpm부터 최대토크가 나와 6기통 엔진 특유의 풍부하면서도 여유로운 가속도 가능하다. 100km/h를 넘어서는 고속 영역에서의 펀치력도 만족스럽다. 100km/h에서 선행차 추월을 위해 재가속시 빠르게 속도를 높이는데, 출력에 대한 부족함을 느끼기 어렵다.
다만 3800rpm을 넘어서면 들려오는 날카로운 엔진음은 호불호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4기통 엔진인 2.5 가솔린 터보와 크게 다르지 않다. 8단 자동변속기는 무단변속기 수준으로 변속이 부드럽다. 기어 체결 반응은 무난하다. 스포츠 모드를 제외한 변속 충격은 크게 없다.
패들 시프트를 활용한 수동 모드시 고회전 rpm에서 기어 단수 고정은 안된다. 외부 소음 차단과 고속 주행시 A필러를 통해 유입되는 풍절음 차단 등 전반적인 실내 정숙성은 만족스러운데, 22인치 휠 타이어를 타고 올라오는 노면 소음은 80km/h 이상에서 생각보다 크다.
GV80 블랙은 내외관의 섬세한 디테일까지 블랙으로 마감된 것이 특징이다. GV80 블랙 외관은 전면부 그릴과 범퍼 가니쉬, 전면부 엠블럼, 윈도우몰딩(DLO), 루프랙, 후면부 범퍼 몰딩, 헤드램프 내부 사이드 베젤 등이 블랙으로 도색됐다. 후면부 레터링은 다크 메탈릭 컬러다.
테일게이트에는 레터링만 있으며, GV80 차명 등은 삭제됐다. 실내는 질감과 반사율이 다른 여러 내장재를 온전한 블랙으로 조화롭게 표현됐다. 블랙 컬러 특성상 빛을 흡수하는 양이 소재에 따라 큰 폭으로 달라지는데, 제네시스는 다양한 노력을 통해 최상의 블랙으로 완성됐다.
블랙 전용 리얼우드 가니쉬, 가죽 시트, 시트 퀼팅 및 파이핑, 카매트 등으로 일반 모델과 차별화됐다. 노브 및 스위치류, 전자식 변속 다이얼 글라스 내부 장식, 글로브 박스 개폐 버튼, 블랙 스웨이드 내장재, 블랙 알루미늄 스피커 그릴, 블랙 도어 스텝 등도 블랙으로 마감됐다.
전자식 변속 다이얼 글라스 블랙 내부 장식과 블랙 노브는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하지만 자주 사용하는 것들로 지문이 잘 남는다. 시트 착좌감 자체는 좋지만 퀼팅이 묘하게 단단하다. 가죽으로 제작된 스티어링 휠 혼 커버는 운전자에게 고급감을 주는 대표 요소다.
GV80 블랙은 가죽 시트, 도어트림 리어 가죽 퀼팅 등이 폐타이어에서 추출한 카본 블랙을 염색재로 사용하는 등 자원 선순환이 고려됐다. B필러 하단부 트림도 가죽이다. 27인치 통합형 디스플레이에 구현된 새로운 웰컴 및 굿바이 애니메이션, 블랙 스마트 키가 제공된다.
GV80는 부분변경과 연식변경을 거치면서 완성도가 상당히 올라갔다. 여기에 블랙으로 수입 SUV 이상의 실내 고급감이 구현됐다. 수입 SUV는 프로모션을 반영해도 GV80 블랙과 약 1000만원 이상 차이가 나는데, 이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1억원의 값어치는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