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한 농구 영화인 줄 알았는데, 의외의 한 방이 있었다

▲ 영화 <리바운드> ⓒ (주)바른손이앤에이

[양기자의 영화영수증 #740] <리바운드> (Rebound, 2023)

글 : 양미르 에디터

"농구에서 슈팅한 공이 득점으로 연결되지 않고, 림이나 백보드에 맞고 튀어나온 공을 다시 잡는 행위."

농구 용어인 '리바운드'는 실수와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 다시 한번 기회를 얻는 것, 나아가 실패를 성공으로 바꿀 수 있는 기술을 의미하기도 한다.

최근엔 예능 활동으로, 또는 작가 김은희의 남편으로 더 알려진 장항준 감독이 침체한 극장가에 <리바운드>라는 영화를 들고 돌아왔다.

<라이터를 켜라>(2002년), <기억의 밤>(2017년) 등을 연출했고, <끝까지 간다>(2014년)의 각색에 참여한 그가 선택한 <리바운드>는 믿기 힘든 '실화'였으며(물론 각색된 부분이 있긴 하지만), 덕분에 뭉클한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완성도 높은 상업 영화가 태어났다.

공익근무요원 '강양현'(안재홍)은 과거 전국대회 MVP까지 했던 이력 덕분에 모교인 부산중앙고 농구부 코치가 되지만, 경력도 없었고, 프로 2군 출신이라는 꼬리표로 선수들에게까지 무시당한다.

못다 한 선수 시절의 열망을 꽃피우고 싶었던 '양현'의 목표는 차기 대회 본선 진출.

'양현'은 학부모의 전화번호가 빽빽한 명단을 들고 농구부 합류를 권유하기 시작한다.

그중에는 한때 '천재 가드'라고 불렸지만, 키가 자라지 않아 슬럼프에 빠졌고, 진학할 고등학교조차 막막해진 '기범'(이신영)이 있었다.

농구를 그만둬야 하나 싶은 순간에 '키 2m 특급 센터'가 입단한다는 '양현'의 말에 농구부에 합류했지만, 그 특급 센터는 앙숙이 된 '규혁'(정진운)이었다.

'규혁'은 발목 부상으로 농구를 그만두고 길거리 내기 농구를 전전하던 중 '양현'의 눈에 띄어 농구부에 합류했었고, 내심 제대로 다시 농구를 할 수 있다는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하지만 이해할 수 없는 전술만 강요했던 '양현'과 과거의 사건으로 인해 감정의 골이 깊어진 '기범' 때문에 폭발한다.

한편, 농구부에는 유난히 큰 키와 남다른 점프력으로 축구 선수를 꿈꾸던 센터 '순규'(김택), 각종 운동부를 섭렵하다 '양현'을 만나 농구부에 정착해 '순규'와 절친이 되어 매일매일 농구에 대해 알아가고 배워가던 파워 포워드 '강호'(정건주) 등이 있었다.

이들을 데리고 간신히 전국 대회에 올랐지만, 그들의 상대는 고교농구 최강팀 중 하나인 용산고였다.

조직된 용산고와 달리 최악의 팀워크를 보여준 부산중앙고는 몰수패라는 치욕의 결과를 얻게 되고, 학교는 농구부 해체까지 논의한다.

하지만 '양현'은 고교 시절을 떠올리면서, 다시 선수들을 모은다.

그리고 초등학생부터 농구부였지만 만년 벤치 신세였던 '재윤'(김민), 마이클 조던을 꿈꾸는 열정 소년 '진욱'(안지호)을 신입 농구부원으로 받아들인다.

그렇게 간신히 6명의 선수로 구성된 부산중앙고는 2012년 전국 고교농구대회에서 불가능에 가까운 도전에 나선다.

<리바운드>는 2012년 대한농구협회장기 전국 중·고교 농구대회에서 부산중앙고 농구부가 단 6명의 선수를 출전해(당시 농구부원은 9명이었으나 3명은 규정상 출전이 불가했다) 준우승을 차지했다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물론, 그 뒤에는 한국 농구가 처한 씁쓸한 현실도 있었다.

수도권 일부 농구 명문고의 무작위식 스카우트(영화에도 이와 관련한 에피소드가 등장한다)로 인해 농구부를 운영하는 것이 힘들어진 지방 학교들이 늘어났다는 보도가 당시에 있었고, 이것이 연쇄 도미노 현상처럼 대학 농구를 비롯한 프로 농구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보도도 훗날 등장했다.

그렇지만, 모두가 불가능이라고 말하는, 영화도 이렇게 만들면 각본에 개연성이 없다고 할 상황에서, 오로지 열정과 패기로 토너먼트 대회를 연거푸 이기며 기적을 이뤄냈다는 점은 분명 박수받아야 할 일이고, 그것이 스포츠가 주는 진정한 가치임에 틀림없다.

사실, <리바운드>는 전형적인 스포츠 영화의 공식을 답습한다. '좌천된 코치'가 '오합지졸의 선수들'을 만나 사건을 겪고, 그로 인해 얻어진 시련 속에서 성장하며, '언더독'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준다는 것.

<리바운드>는 이 공식을 잘 따르는 대신, "제대로 보여준다"는 것에 의외의 한방을 준비했다.

장항준 감독은 실제 선수와 비슷한 신장, 생김새를 가진 배우를 찾기 위해 400여 명의 오디션을 한 농구 체육관에서 빌려 진행했다.

이 오디션을 통과한 배우들은 합숙 훈련을 통해 농구의 기본기를 다지며, 실제 경기의 합을 맞춰나갔다.

촬영도 코트 밖에서 선수들의 동선을 방해하지 않고 한 호흡으로 잡아낸 덕분에 농구 중계 화면을 떠올리게 하는 느낌도 들었다.

이는 최근 40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한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몇몇 작화를 떠올리게 하는데, 문용군 촬영 감독은 800fps의 초고속 카메라를 동원해 슬로우와 정속, 고속을 넘나드는 촬영을 진행하면서 박진감 있는 화면을 만들어냈다.

덕분에 화려하고 현란한 촬영 기법이 아닌, '진짜 농구'를 관람하는 인상을 받게 됐다.

게다가 지금은 사라진 당시의 공인구나, 유행했던 스포츠 팔찌, 농구화 등 작은 소품도 소홀히 하지 않았고, KBL의 전폭적인 지지로 실제 심판진이 극 중 심판 역할을 맡으며 리얼리티를 더했다.

여기에 국내 유일한 동·하계 올림픽 2종목 해설로 유명한 배우 박재민, NBA 해설로 유명한 조현일이 중계진으로 참여하며 생동감을 줬다.

흥미로운 포인트들이 모인 덕분에, <리바운드>는 언더독 스포츠 영화의 줄거리를 우직하게 드리블하더니 어느 순간 덩크를 날린다.

이는 담백하게 연출하고 싶었다던 장항준 감독의 진심이 묻어나는 것이었다.

또한, 휘문고 농구선수 출신 김택, 최근 <꽃선비 열애사>에서 활약 중인 정건주, 다수의 단편 영화로 실력을 쌓아 올린 김민, 아역 배우로 데뷔해 <보희와 녹양>(2019년)에서 두각을 드러냈던 안지호 등 앞으로 충무로를 이끌 재목들도 엿볼 훌륭한 기회가 됐다.

2023/03/28 CGV 용산아이파크몰

리바운드
감독
장항준
출연
안재홍, 이신영, 정진운, 김택, 정건주, 김민, 안지호, 노경
평점
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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