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세계백화점이 자사 애플리케이션에 결제 서비스를 도입하며 그룹 온라인 플랫폼 SSG닷컴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있다. 업계는 ㈜신세계 계열사들의 온라인 전략 변화와 그로서리 중심으로 재편되는 플랫폼의 방향성이 맞물리며 SSG닷컴이 이마트에 편입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보고 있다.
15일 신세계백화점에 따르면 8월부터 자사 앱으로 상품 검색부터 결제까지 가능한 통합 쇼핑 서비스 ‘비욘드 신세계’를 선보인다. 기존에는 백화점 상품을 온라인으로 구매하려면 SSG닷컴 앱을 별도로 설치해야 했지만 앞으로는 자체 앱에서 검색 및 구매가 가능해진다.
회사 관계자는 “비욘드 신세계는 고객 편의성과 프리미엄 쇼핑 경험을 모두 갖춘 서비스”라며 “백화점 앱에서 상품 검색부터 결제까지 가능한 원스톱 쇼핑 환경을 제공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자체 서비스 출시는 ㈜신세계가 온라인 전략으로 전환한 점을 보여준다. 앞서 회사는 5월 온라인추진단을 신설하고 계열사 간 플랫폼 시너지를 강화하며 독자적인 온라인 경쟁력 확보에 나섰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브랜드 인지도를 키우기 위해 디지털 플랫폼 ‘에스아이빌리지’를 ‘신세계V’로 변경했고, 신세계사이먼은 이달 4일 아울렛몰 앱을 리뉴얼 오픈했다.
이는 SSG닷컴과의 결속을 점진적으로 약화시키려는 신세계백화점의 전략적 행보와 맞닿아 있다. 당초 이마트와 ㈜신세계는 온라인 사업을 각각 운영했지만, 2019년 3월 SSG닷컴 출범 이후 백화점과 마트 등 주요 계열사 상품을 해당 플랫폼에서 통합 유통했다.
신세계백화점이 약 2년간 준비해온 신사업인 '여행업'에서도 이 같은 방향성이 확인된다. 회사가 8월 선보일 프리미엄 여행상품은 SSG닷컴이 아닌 비욘드 신세계 앱에서 단독 판매될 예정이다. 기존에 SSG닷컴이 운영하던 여행 카테고리 및 라이브커머스 채널 ‘쓱라이브’와 별도로 백화점 독자 콘텐츠로 분리 운영하는 셈이다.

업계에서는 향후 SSG닷컴이 이마트에 편입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지난해 신세계그룹의 계열분리 작업이 공식화됐지만 SSG닷컴은 여전히 이마트와 ㈜신세계 간 사업 연계성과 함께 지분구조가 얽혀 있다. 현재 이마트가 45.6%, ㈜신세계가 24.4%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사업 방향성도 이마트 쪽으로 기울고 있다. SSG닷컴은 최근 프리미엄 식품전문관 ‘미식관’을 전면 개편하고 인공지능(AI) 기반의 상품추천 기능과 사용자 커뮤니티를 도입했다. 6대 식품 테마를 중심으로 전문관을 세분화하고 새벽배송 권역도 전국 6대 광역시로 확대했다. 오프라인 연계 행사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흐름은 상품용역거래액 지표에서도 확인된다. 지난해 SSG닷컴의 이마트 관련 거래액은 약 5812억원으로 ㈜신세계(약 932억원)의 6배에 달했다. 매출 비중 역시 이마트가 9%, ㈜신세계는 1.4%로 격차가 컸다.
올해도 이마트 중심 구조는 더욱 견고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SSG닷컴이 공시한 2025년 예정거래 계획에 따르면 이마트와의 상품용역거래 총액은 약 1조398억원으로 전체 매출 대비 분기별 최대 18.5%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신세계와의 거래는 연간 774억원에 머무를 것으로 보인다. 매출 비중도 1.1~1.3%에 불과하다.
유통 업계의 한 관계자는 “신세계백화점의 자체 앱 강화는 단순한 플랫폼 확장을 넘어 그룹 온라인 채널의 역할을 재정립하려는 시도”라며 “SSG닷컴이 이마트 쪽으로 무게를 싣는 가운데 신세계백화점이 독자노선을 강화하려는 흐름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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