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장 빼라’ 외압 있었다 들어” 해병대 전 수사관 법정 증언

박정훈 대령 항명 등 혐의 9차 공판 출석해 진술
“해병대 수사관들, 전부 마음의 병…진실 밝혀지길”

(시사저널=박선우 객원기자)

고(故) 채수근 해병대 상병 순직사건 수사 관련 항명 및 상관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이 29일 오전 서울 용산구 중앙지역군사법원에서 열리는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故) 채수근 해병대 상병 순직 당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과 함께 이 사건 조사를 맡았던 수사관이 사건의 경찰 이첩 전 '사단장을 혐의자에서 빼라'는 취지의 지시가 있었다 들었다고 법정에서 증언했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박아무개 전 해병대 수사관은 이날 서울 용산구 중앙지역군사법원에서 진행된 박 대령의 항명, 상관 명예훼손 혐의 사건 9차 공판에서 "이첩 당시 해병대 수사관들은 '사단장을 빼라'는 외압이 상부로부터 있다고 알고 있었는가"라는 박 대령의 측의 질문에 "다 알고 있었다"고 답했다.

박 전 수사관은 지난해 7월31일로 예정됐던 채상병 사건 관련 국회 보고가 돌연 취소됐을 당시 해병대사령부로 복귀한 뒤 동료 수사관이 '사단장을 빼라'는 취지의 수사 외압이 있었다는 것을 전해줘 이를 알게 됐다고 진술했다. 다만 외압을 가한 당사자가 누군인지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박 전 수사관은 이어진 재판부의 신문 과정에서도 "제 머릿속에는 '사단장을 빼라'는 (지시가 당시에 있었다는) 것이 있고, 그대서 '사단장을 빼지 않고 정상적으로 이첩하겠다'는 저희의 상반된 다툼의 사실이 있다"고 재차 주장했다.

박 전 수사관은 당시 해병대 수사단의 분위기를 묻는 박 대령 변호인의 질문엔 "넋이 나가 있었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모든 수사관과 제가 마음의 병을 앓고 있는 것 같다"면서 "영화 속에서만 보던 게 실제로 현실로 이뤄지고 있다고 생각해서 사실인지 구분을 못했다"고 회상했다.

아울러 박 전 수사관은 "제가 아니었더라도, 수사단장님이 아니었더라도 누구나 똑같이 했을 것"이라면서 "언젠가 진실이 밝혀져서 다시 정상으로 돌아갔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박 대령은 채 상병 순직 사건 조사결과의 민간경찰 이첩을 보류하라는 취지의 김계환 해병대사령관의 명령에 따르지 않은 혐의, 상관이던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재판받아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