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보며 일하다, 힐링포차로 퇴근… 부산으로 ‘워케이션’ 오이소![글로벌 문화 관광 도시 부산]

이승륜 기자 2024. 10. 24.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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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로벌 문화 관광 도시 부산
<下> 비즈니스 인프라 갖추고 ‘워케이션族’ 유치
하루 숙박비 5만원까지 지원
오션뷰 좌석·화상 회의실 등
‘디지털노마드’ 위한 공간 마련
올해 3월 9명이던 해외 이용객
지난달엔 445명까지 확 늘어나
원도심 빈집 고쳐 워케이션 활용
동남아 등 스타트업 유치 박차
부산 동구 아스티호텔 24층에 마련된 부산 워케이션 거점센터에서 각국의 ‘디지털 노마드’들이 ‘다람쥐 통’으로 불리는 개인 업무 부스에서 원격 근무를 하거나 북항 앞바다를 내려다보며 휴식을 취하고 있다.

부산 = 글·사진 이승륜 기자 lsr231106@munhwa.com

“세계 어디를 가봐도 이처럼 비즈니스 인프라가 잘 구축된 곳을 못 봤어요.”

세계 각지와 국내를 자주 찾는다는 한국계 미국인 마틴 정 씨는 부산의 워케이션(일과 휴가를 동시에 즐기는 근무 형태) 환경을 이렇게 극찬했다.

부산이 워케이션의 성지로 떠오르면서, 마틴 정 씨처럼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까지 부산을 찾는 인구가 늘고 있다.

지난 22일 오전 부산 동구 부산역 인근 아스티호텔 24층의 워케이션 거점센터에서 만난 정 씨는 의료용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일하고 있다. 그는 “부산은 한국의 다른 지역에 비해 공유 오피스뿐 아니라 워케이션 거점·위성센터 같은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어서 편리하다. 연계된 호텔 숙소도 취사·세탁 모두 가능한 데다가 시에서 주는 하루 5만 원의 지원금 덕분에 저렴하게 이용했다. 산과 바다 등 휴식을 위한 공간과 도심이 잘 어우러져 다양한 생활을 할 수 있는 점도 좋다”고 말했다. 이곳을 처음 방문했다는 정 씨는 부산에서 4주 정도 머물렀다고 소개했다.

부산시는 ‘글로벌문화관광 도시’를 표방하면서 부산창조경제혁신센터(부산창경)와 함께 지난해 2월 워케이션 근무자를 위한 각종 비즈니스 인프라를 갖춘 거점센터를 구축한 데 이어 인구소멸지역인 영도구 2곳과 중구 1곳에 위성센터를 운영 중이다. 제주·강원 등 전국 각지에서 워케이션 산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항공-철도-항만으로 이어지는 교통 △자연 풍광과 전시·컨벤션·도시 문화를 아우르는 관광 △첨단·제조·의료·융복합 산업 등 워케이션 3박자의 기반 위에서 ‘디지털 노마드(디지털 기기를 이용해 공간 제약 없이 원격근무를 하면서 자유롭게 떠도는 사람)’를 위한 대규모 비즈니스 플랫폼을 구축한 지역은 부산이 유일하다.

이날 기자가 거점센터에서 직접 일해보니 우선 영도와 북항 앞바다 전망을 갖춘 부스가 만족스러웠다. 부스마다 설치된 칸막이 덕분에 업무 집중도를 높일 수 있었는데, 최근 이 시설이 워케이션 근무자들 사이에서는 전망 좋은 ‘다람쥐 통’으로 불리며 부산을 다시 찾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고 한다. 이곳에는 27개의 개별 업무 좌석을 포함해 총 50명을 수용하는 업무 공간이 있다. 화상회의 공간도 4곳 마련돼 다른 워케이션 근무자를 방해하지 않고 원격 회의도 할 수 있다. 이외 별도 회의공간 2곳에서는 오프라인 모임도 가능하다. 센터 중앙의 이벤트 라운지에서는 각국에서 온 다양한 분야의 근무자들이 소파에 앉아 차를 마시면서 대화하며 정보 교류를 하고 있었다. 캐나다 온라인 보안회사 대표인 필립 카르피악 씨는 “워케이션을 통해 일하고 관광만 하는 게 아니라 여러 분야의 디지털 노마드와 교류할 수 있다. 부산은 이런 오프라인 공간을 갖춰서 좋다”면서 “온라인을 통해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부산만의 인프라를 구축하면 워케이션 족 유입에 더욱 도움이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부산 동구의 워케이션거점센터에서 해외 디지털 노마드의 교류 행사가 열리고 있다.

거점·위성센터에서는 이용객이 프리랜서 생활과 창업에 도움될 만한 강연과 교류 행사뿐 아니라 휴식에 도움되는 명상·꽃꽂이·힐링포차·스포츠단체 관람 등의 하루짜리 프로그램도 수시로 열린다. 또 센터와 연계한 숙소를 운영하면서 열흘간 하루 5만 원의 숙박료와 최대 3만 원까지 쓸 수 있는 관광 쿠폰도 제공한다. 그 결과 부산 워케이션 센터를 찾은 이용자는 지난해 2월 144명이었다가 지난달 788명까지 급증했다. 센터 운영을 담당하는 부산창조경제혁신센터가 지난해 2월부터 올해 7월까지 워케이션을 위해 부산을 찾은 2289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1인 평균 114만 원을 지출해 총 13억 원의 직접 소비효과가 난 것으로 집계됐다. 또 워케이션 참여 기업 7곳이 부산으로 이전해 153억 원의 생산 유발효과와 71억 원의 부가가치 유발효과도 생겼다.

특히 시는 지난달 워케이션 사업을 하는 지방자치단체 최초로 글로벌 에이전시인 ‘호퍼스’와 해외 디지털 노마드를 상대로 한 ‘한 달 살기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행사 참가자들은 매주 수요일 다른 국가의 근무자와 교류하며 여행·비즈니스 경험을 공유할 다양한 기회를 얻었다. 같은 달 27∼29일 여성 여행자에게 정보 제공을 하는 해외 신생창업기업(스타트업)인 ‘노마드 허’와 해운대·송정해수욕장 일대에서 축제를 열었다. 이런 노력이 반영돼 센터를 찾는 해외 방문객은 매달 9∼30명으로 적다가 지난달 445명까지 급증했다. 이후 입소문이 퍼지면서 현재도 외국인 워케이션 족의 부산 방문은 계속되고 있다. 센터 관계자는 “다양한 서비스와 함께 수요일마다 교류 행사를 연 결과 지난달 센터를 찾은 외국인 445명 중 38%가량이 열흘 이상 부산에 머물렀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성과가 알려지면서 다른 지자체에서도 해외 디지털 노마드를 상대로 한 행사 기획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는 내년 말에도 외국인의 한 달 살기 프로젝트를 확대할 예정이다.

시는 부산형 워케이션 산업의 최종 모델로 ‘타운형 워케이션’을 구상 중이다. 현재 부산을 찾는 디지털 노마드들은 워케이션 센터에서 일한 뒤 별도의 공간에서 여가를 즐기고 생활을 한다. 이에 시는 인구 소멸이 가속화하는 중·동·서·영도구 등 원도심의 골목 내 비어 있는 주택을 장기 임차한 뒤 리모델링해 직장(업무)과 주거, 오락 기능이 가미된 타운형 워케이션 인프라를 구축할 예정이다. 이곳에서 해외 워케이션 족들이 일과 놀이, 생활을 하면 거리에 활기가 생기고 상권이 살아날 것으로 예상된다. 센터 행사를 대행한 업체 관계자는 “각국을 돌면서 워케이션하는 노마드들은 체류 도시에 스며들어 주민과 교류하면서 최소 3개월 이상 지낸다”며 “이들을 위한 온·오프라인 공간을 마련하면 효과적”이라고 조언했다.

시와 부산창경은 워케이션 산업을 매개로 해외 스타트업을 부산으로 대거 끌어들이겠다는 복안이다. 특히 자본력이 약한 동남아 쪽 기업인이 서울이나 수도권에 비해 임대료와 물가가 저렴해 초기 진입이 쉬운 데다가 다양한 산업 생태계가 마련돼 기술 이전 등을 받을 수 있는 부산에 매력을 느끼는 것으로 파악했다. 김용우 부산창조경제혁신센터장은 “이미 워케이션 센터를 주축으로 국내 기업 10곳이 본사·지사를 이전했다”며 “북항 글로벌 창업 허브나 스타트업 파크 사업과 연계해 해외 스타트업 유치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예고했다.

이처럼 해외 디지털 노마드 산업을 확대하기 위해 시는 외국인의 센터 입소 때 필요한 프리랜서 입증 등의 절차를 간소하게 바꿀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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