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잡는다며 정부는 기업 옥죄고… 기업은 용량 줄여 소비자 속이고
제품가격 인상 사실상 통제해
기업들 제품용량 줄여 ‘눈속임’
보여주기 행정… 소비자 부담 가중
김주현, 8대 금융지주회장단과 간담회
‘횡재세’ 언급… “국민 요구 수준 감안”
정부가 물가 안정을 명분으로 사실상 시장에 개입하며 기업을 옥죄고 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특히 각 부처 차관들이 식품·수산·급식업계 등 업종별 간담회 형식으로 기업 관계자들을 불러모아 ‘압박’하는 형식이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실효성도 미미하다. 기업들은 원가 상승에 따른 적자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제품 용량을 축소하는 등 ‘꼼수’를 부리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정부의 보여주기식 물가관리에 기업의 편법이 더해져 소비자 부담만 계속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물가 관리를 위해 최근 각 부처 차관을 물가책임관으로 임명하고, 특별물가안정체계를 가동 중이다. 기재부를 중심으로 교육부, 행정안전부 등 10개 부처가 참여하는 일종의 물가 현장 대응팀이다.
지난 6월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라면값 발언’ 역시 대표적 가격 개입으로 꼽힌다. 당시 추 부총리는 “국제 밀 가격이 떨어졌으니, 라면값을 내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나 ‘상생금융’ 규모와 관련, 국회에서 발의된 ‘횡재세’를 언급하며 “국민들이 요구하는 수준이 어느 정도라는 걸 좀 감안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횡재세 관련 법안에 따르면, 은행은 최대 2조원을 상생금융 기여금으로 내게끔 되어 있다.
정부가 기업을 옥죄고 있지만, 실제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 오히려 기업들은 이 같은 정부의 압박에 가격 인상 대신 용량을 줄이는 ‘꼼수’로 대응하고 있다. 이른바 ‘슈링크플레이션’이다. 한 봉지에 5개에서 4개로 줄어든 핫도그 제품, 50g 줄어든 바베큐바 등 소비자를 속이는 제품들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그러자 정부는 이달 말까지 슈링크플레이션에 대한 실태조사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정부의 과도한 시장 개입이 자칫 물가 불안을 더욱 조장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석병훈 이화여자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물가를 억지로 누르면 튀어 오르게 돼 있다”면서 “과거 이명박정부의 가격 개입 사례 평가를 보면, 오히려 정부가 개입한 후에 원래 소비자물가보다 1.6배 더 올랐다”고 지적했다.
세종=안용성 기자, 이도형·이강진·채명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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