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지내던 '서울 아파트' 팔고, 굳이 불편한 '시골'에서 주택을 짓고 사는 이유는..

안녕하세요 :) 저희는 동갑내기 부부와 11살 딸아이로 구성된 3인 가족입니다.

신혼 때부터 10년 동안 서울의 아파트에서 지내다가, 양평 시골 주택으로 이사를 하게 되었답니다. 아이가 어렸을 때부터 주택살이에 대한 꿈이 있었는데요. 타운하우스도 알아보고 매물로 나와 있는 주택들도 보았지만 딱 저희 마음에 드는 집은 찾기 어렵더라구요. 한동안 잊고 살다가.. 운명처럼 좋은 이웃을 만나 함께 땅을 사고 건축을 하게 되었어요.

도면

저희 집은 본채와 별채로 나뉘는데요. 사진은 본채의 도면입니다. 저희는 집을 설계할 때 공간 분리에 대해 많이 고민했어요. 아파트는 하나의 공간이 여러 목적으로 쓰이다 보니 독립성이 떨어지는 점이 늘 아쉬웠었거든요. 그래서 가족이 생활하는 본채와 저와 남편의 개인 공간이 있는 별채로 분리해서 H자 형태로 설계하였어요. 그리고 남편이 원하던 중정도 만들었어요.

집 이름은 저와 남편 이름에서 한 글자씩을 따서 <소호재>라고 지었어요. 소소하게 좋아하는 것들로 꾸민 집이라는 뜻이에요. 그럼 지금부터 간단히 건축 과정을 보여드리고 집 내부를 소개해 드릴게요. :)

건축 과정

2년 전 여름, 처음 집터가 될 땅을 만났던 날이 아직도 생생하네요! 햇살이 온화하게 들고, 노을이 예쁘게 지던 논이었어요.

가을, 겨울을 지나 복잡한 매매와 허가 절차가 진행되고.. 착공 들어가기 전 지신님께 잘 부탁드린다고 고사를 지내며 막걸리를 100병이나 뿌렸답니다.

정말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집터가 만들어지고, 골조가 완성되고, 내부 인테리어까지 무사히 마쳤어요.

집터가 조금 특이한 모양이지요? :) 저희 집은 본채와 별채로 나뉘어 있어 위에서 보면 H 모양이에요.

뚝딱뚝딱 설계대로 골조 올라갈 때 정말 신기했어요~

한창 단지 조성 중일 때 찍은 드론샷인데 아래쪽 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저희 집이네요. ^^ 자, 그러면 뚝딱뚝딱 지어진 저희 집을 차례대로 소개해드릴게요!

현관

현관은 본채와 별채를 연결하고 있어서 실내와는 이질적인 느낌을 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초록색 타일로 전체를 연결했습니다.

그럼 먼저 본채로 들어가 볼게요. 본채 1층은 거실, 주방 & 다이닝, 화장실 그리고 세탁실과 다용도실이 위치해 있어요. 전체적인 톤은 우드 & 화이트로 잡았어요. 바닥을 타일로 할까 많이 고민했는데.. 역시 우드만이 줄 수 있는 코지한 느낌이 있네요.

거실

1층 거실입니다. 남쪽으로 창이 크게 나 있어 낮에는 화사하게 햇살이 들어요. 그런 햇살을 잘 느끼고 싶어서 커튼도 심플하게 도톰한 차르르 쉬폰으로 했는데 대만족이에요.

한참 고민 끝에 골랐던 꼬냑색 천연 가죽 소파도,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의 포인트가 되어 주고 있어요.

소파 반대쪽으로는 1인용 소파를 두었는데, 은근 분위기가 좋아서 야간 독서 스팟으로 활용하고 있어요. 1층 거실은 TV를 두지 않고, 음악이나 책, 대화에 집중할 수 있는 공간으로 꾸몄답니다.

주방

거실 반대편은 주방과 다이닝 공간입니다.

주방에는 우드 상판을 시도해 보았는데, 요즘 나오는 제품은 코팅이 잘 되어 있어서 흠집도 거의 나지 않고 관리가 편하네요. 그냥 행주나 물티슈로 쓱 닦아주면 되더라구요.

ㄷ자 형태로 대면형 주방을 만들고, 넓게 넓게 사용하고 있어요. 놀러 오시는 분들마다 요리할 맛 나는 주방이라고 하시는데~ 저는 관상용이라고 주장하고 있답니다.

식기세척기는 빌트인으로 설치하고, 오븐과 밥솥도 수납장 안으로 넣어서 깔끔하게 사용하고 있습니다.

접시 수납장은 꼭 만들고 싶어서 계단 아래 자투리 공간에 딱 맞춰 세모 형태로 제작해서 넣었어요. 접시는 포개놓는 것보다 옆으로 세워두는 것이 꺼내기가 더 편하더라구요.

주방 건너편으로는 다이닝 공간이에요. 별채와 마주 보는 창으로 벽돌담이 보이니 꼭 레스토랑에 온 기분이 들어요.

식탁이 조리대와 가까운 것도 장점이구요.

테이블과 의자는 따로 샀는데, 꼭 맞춘 것처럼 어울려서 기분이 좋네요.

다이닝과 주방 사이 아치문을 통과하면, 왼쪽은 수납장 / 정면은 세탁실 / 오른쪽은 화장실이랍니다.

화장실

1층 화장실은 주로 집에 오는 손님들이 많이 쓰는 공간이라 손 씻는 세면대와 화장실/샤워실을 분리하여 좀 더 편하게 쓸 수 있도록 구성하였습니다.

세면대는 어디에선가 본 이미지가 모티브가 되었는데요, 나름 저희 집 포토존이랍니다. :)

2층 도면

본채 2층의 도면이에요. 부부 공간과 거실, 계단 등이 표기되어 있는데요. 부부 공간은 철저하게 저희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춰서 나누었습니다. 남편은 아침잠이 없고 출근이 빨라 5시-6시 사이에 일어나는데, 저는 상대적으로 늦게 일하는 경우가 많고 아침잠이 많은 편이거든요.. 남편이 일어나서 씻고, 옷 갈아입고 준비하는 잠이 깨버리는 애로사항이 있었어요. 그래서, 안방을 침실/샤워실/파우더룸/드레스룸으로 쪼개고 순환형 구조를 만들었습니다.

이제는 남편이 아침에 일어나면 문을 살포시 닫고, 씻은 후에, 옷을 갈아입고 바로 1층으로 내려가서 출근을 하고 있어요. 공간이 나뉘어 있으니 아침뿐 아니라 저녁에도 서로 방해하지 않고 생활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2층 거실

2층 거실입니다. 2층은, 저희 가족의 프라이빗한 공간이에요. 전원주택은 아무래도 손님이 자주 올 수밖에 없는데요. 주로 별채나 1층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고, 2층은 가족만의 공간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2층 부부의 공간과 아이 방 사이에 소파와 티비를 두어, 함께 영화도 보고 휴식하는 공간으로 쓰고 있어요.

거실에는 별채와 이어지는 작은 발코니가 있어서 가끔 광합성을 하러 나가기도 한답니다. 야외 테이블을 둘까 말까 고민 중이에요~

2층 부부 침실

침실은 딱 침대가 들어갈 공간만 두었는데, 오히려 그래서 더 아늑하게 푹 잘 수 있게 되었어요. 창문 높이에 맞춰서 침대 헤드를 제작했고, 각자의 사이드 테이블과 콘센트, 조명도 달아주니 살짝 호텔 느낌도 나구요.

이렇게 빔프로젝터를 틀어주면, 방구석 1열!

안방에서 들어가면 파우더룸 - 건식 세면대가 있고, 그 안쪽으로 샤워실이 있어요. 세면대도 호텔 느낌으로 우드에 탑볼 세면대를 올려두었어요. 거울은 따로 구매했는데 색깔이 잘 맞지요?

샤워실은 심플하게 600각 타일로! 샤워 부스와 수전은 블랙으로 맞춰주었습니다.

드레스룸이에요~ 양쪽으로 수납장을 꽉꽉 채웠고, 스타일러도 두었습니다. 안쪽에는 작은 테이블을 만들어서 화장대로 쓰고 있어요.

마당

마당은 집 뒤쪽 북향으로 두어, 잔디밭과 수영장, 긴 야외 다이닝 공간을 만들었어요.

낮과 밤, 시간에 따라 분위기가 달라진답니다.

가끔은 이웃들과 친구들과 이렇게 분위기도 내 보구요~

그리고 수영장은 지금 계절에 빼놓을 수 없는 주택 생활의 가장 큰 메리트이지요.

저녁에 이렇게 발만 담가도 얼마나 시원한지 몰라요. 수영장은 구획을 나눠서 온수를 받을 수 있게 만들어 두었습니다. 아가들이 왔을 때나, 겨울철 어른들은 위한 자쿠지로도 활용할 계획이에요~

마치며

저희 가족이 좋아하는 것들로 꽉꽉 채운, 저희 집을 같이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주거 환경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일상이 달라진다는 걸 정말 너무 크게 느끼고 있어요. 다가오는 주말이 설레고, 이 집에서 앞으로 맞이하게 될 사계절이 벌써부터 기대되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