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뺄셈의 미학”…골프 말고, 파크골프 전성시대

조은별 기자 2026. 4. 13.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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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에서 즐기는 간소화한 골프
하나의 채로 공을 쳐 구멍에 넣어
티~홀까지 대부분 100m 이내
카트 없이 잔디 거닐며 9홀 거뜬
타수 줄이기 위해 각자 실력 뽐내
부담없는 비용에 재미 더해 ‘인기’
봄볕이 내린 경남 진주시 사봉면 파크골프장엔 “나이스 샷~!” 하는 칭찬이 쉴 새 없이 오간다. 진주=김도웅 프리랜서 기자

점수가 높으면 이긴다. 대부분의 승부에 적용되는 규칙이지만, 파크골프는 반대다. 정해진 타수보다 적게 쳐야 승리한다. 공을 딱 한번만 쳐서 구멍에 넣으면 말 그대로 ‘홀인원’, 짜릿한 단판 승이다.

뺄셈의 미학을 품은 이 운동이 최근 화제다. 인기가 얼마나 뜨거운지 파크골프장 예약이 하늘의 별 따기가 됐을 정도다. 경기 성남에 사는 김연숙씨(70)는 3년째 파크골프를 쳐온 애호가다. 그는 “요즘은 연습하고 싶어도 골프장에 못 간다”며 “온라인 예약이 눈 깜짝할 새 마감되니 온 가족이 달라붙어야 겨우 성공할까 말까 한다”고 하소연했다. 지인 중엔 빠른 인터넷 속도와 좋은 컴퓨터 성능을 갖춘 PC방에 찾아가 직원에게 예약을 부탁한 이도 있다고.

어떤 매력이 있길래 이토록 인파가 몰리는 걸까. 그 현장을 담고자 여러 파크골프장에 자리가 있는지 문의하기 시작했다. 지방이면 빈자리가 좀 있겠지 했는데 웬걸, 대부분 4월엔 일정이 꽉 찼고 잔디 생육 관리로 휴장한 곳도 적잖았다. 닭 쫓던 개가 지붕만 쳐다보듯 파크골프 열풍을 절감했다. 그러다 파크골프 교육 전문기업 다누리인재교육컨설팅을 이끄는 이현정 대표와 연이 닿았다. 파크골프 심판 2급 자격을 갖춘 그는 10년 넘게 노인 스포츠를 지도해온 전문가다. 이 대표와 힘을 합쳐 수소문한 끝에 겨우 빈자리를 찾았다.

“오전에 자리가 났대요! 모자만 챙겨와요.”

경남 진주시 사봉면 파크골프장. 오전 10시도 채 안됐는데 와글와글 소리가 가득하다. 1만4876㎡(4500평) 부지에 80명 가까이 모였다는 말에 놀라자, 이 대표는 “이 정도 규모면 200명 넘게도 몰린다”며 “쾌적하게 야외활동을 즐길 수 있게 일부러 인원을 제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파크골프는 보통 서너명이 한조를 이뤄 경기한다. 이 대표와 같이 게임도 하고 올바른 자세까지 가르쳐줄 회원으로 파크골프지도 2년차인 김용석·이말임 강사, 파크골프지도 3년차인 남미란 강사가 참여했다.

서너명이 한조를 이뤄 경기하는 파크골프. 진주=김도웅 프리랜서 기자

파크골프는 공원에서 할 수 있을 만큼 간소화한 골프다. 채로 공을 쳐 구멍에 넣는 기본 원리는 같지만 진입장벽은 낮다. 먼저 채가 네 종류 이상 필요한 골프와 달리 하나면 충분하다. 경기장도 이동수단인 카트 없이 거뜬히 걸어다닐 수 있는 크기다. 첫 타를 날리는 출발점 ‘티’에서 구멍이 있는 ‘홀’까지의 거리도 대부분 100m 이내다. 이용료도 저렴한 편이다. 지방정부가 조성한 파크골프장 요금은 보통 5000원(4시간 기준)을 밑돈다. 파크골프가 골프보다 큰 게 하나 있는데 바로 공이다. 지름이 6㎝ 정도로 골프공보다 2㎝ 크고 어디로 굴러가든 눈에 잘 띈다. 이 대표는 “누구나 쉽게 할 수 있어 손자부터 할아버지까지 삼대가 즐기는 운동이라 불린다”고 소개했다.

“날씨가 참 좋죠? 봄볕 아래서 잔디 위를 거닐다보면 기분까지 상쾌해질 거예요. 그럼 9홀 경기를 치러볼까요?”

2년 넘게 파크골프를 지도해온 이말임 강사가 안정적인 티샷 자세를 선보인다. 진주=김도웅 프리랜서 기자

이제 파크골프의 재미를 느껴볼 차례. 김 강사가 공 뒤에 서며 입을 뗐다. 그는 “발은 어깨너비로 벌리고, 공이 왼발 뒤꿈치 선상에 오도록 서는 게 정석”이라며 자세를 잡았다. 이어 “구멍에 바로 넣겠다고 생각하면 몸에 불필요한 힘이 들어간다”며 “홀 근처에 붙인다는 느낌으로 부드럽게 휘두른다”고 덧붙여 조언했다. ‘탕!’ 하고 공이 포물선을 그리자 “나이스 샷∼!” “어유, 힘이 장사네!” 하는 추임새가 따라온다. 박수를 보내던 이 강사는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하지 않냐”며 “격려를 주고받으니 자존감이 덩달아 올라가는 것도 파크골프의 묘미”라고 웃었다.

난도가 그다지 높지 않지만 까다로운 순간도 마주한다. 바로 공이 그물망 가까이에 멈췄을 때다. 채로 망을 건드리면 벌점 2점이 추가돼서다. 남 강사가 공을 유심히 살피다가 채를 짧게 잡고 망치로 못을 박듯 내려찍었다. 공이 튀어오르며 장애물이 없는 곳으로 구르자 박수가 쏟아진다. 남 강사는 “욕심부려 크게 휘두르지 말고 짧고 강하게 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이 망에 바짝 붙었을 땐 채를 180도 돌려 뾰족한 뒷면으로 찍는 방법도 있단다. 김 강사는 “시시하다는 편견이 있지만 실력 차가 분명히 나는 운동”이라며 “어떻게 칠지 궁리하다보면 두뇌 회전도 된다”고 엄지를 척 들어 보였다.

경기장에 바람이 불자 꽃비가 내린다. 나비처럼 팔랑이는 벚꽃잎에 채 대신 카메라를 들고 선 이들의 만면에도 웃음꽃이 피어난다. 이번 봄엔 파크골프를 치러 바깥으로 나가보는 것도 좋겠다. 타수를 줄이고자 노력하다보면 그 과정에서 오히려 많은 것을 얻어갈 것이다. 저렴한 비용 덕에 지갑을 두둑하게 지켜주고 활력소까지 되니 이야말로 줄일수록 행복한 뺄셈의 역설이 아닐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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