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리튬공장 화재] 안전 성능 높은 ‘글라스울’ 쓰고도 속수무책
스티로폼 샌드위치 패널보다 우위에도
습기·내구성 약한 한계성… 불연재 대안
30여명의 화재 사상자를 낸 화성시 아리셀 공장에 스티로폼, 우레탄 소재의 ‘샌드위치 패널’이 아닌 유리 섬유를 채워 만든 ‘글라스울 패널’이 사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글라스울 패널 역시 이번처럼 대형 화재에 버티지 못하는 한계가 분명해 위험물질 폭발 위험이 큰 공장에는 불연 소재 등을 쓰도록 건축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6일 화성시에 따르면 현재까지 사망자 23명을 포함해 31명의 사상자가 나온 화성 서신면 전곡리 일차전지 아리셀 3동 화재 건물은 마감재로 준불연 성능의 글라스울 패널을 썼다. 글라스울 패널은 강판 사이 단열재로 무기물인 유리 섬유를 채워 스티로폼과 우레탄을 채운 것보다 화재 안전 성능이 높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대형 화재 때마다 피해를 키운 원인으로 지목되는 발포스티렌(EPS)이나 우레탄폼을 쓴 마감재와 같은 샌드위치 모양을 띠나, 사실상 다른 마감재로 분류된다. 지금까지 아리셀 공장 피해 규모를 키운 것도 화재에 취약한 우레탄 등의 패널을 썼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왔다.
그러나 이번 참사에서 보듯 글라스울 패널 역시 화재에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화재 발생 이후 구조대 투입이 늦어진 건 불길이 잡히지 않은 이유도 있지만, 건물 구조물이 급격히 타들어가 붕괴 위험이 컸던 점도 결정적이었다.
이 때문에 리튬이온 배터리처럼 대형 폭발 위험이 큰 재료를 다루는 사업장의 경우 불연·내화(고온에서 안정적으로 버티는 능력)구조 등의 건축자재를 쓰도록 법·제도를 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현행 건축법과 관련 규칙은 마감재(강판과 심재)로 준불연재료 이상을 쓰면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더욱이 불이 난 아리셀 3동 건물은 준공이 지난 2018년에 이뤄져, 패널 자재의 가연성 여부를 검증하는 품질인정 조항(2021년 12월 신설) 또한 적용받지 않았다. 실제 200명이 넘는 사상자를 낸 ‘경주 마우나리조트 붕괴 사고’의 피해를 키운 한 원인으로 습기와 내구성에 약한 글라스울 패널의 사용이 지목된 바 있다.
이송규 한국안전전문가협회장은 “(글라스울 패널이) 위반사항 없이 설치됐더라도 화재에 이미 무방비 상태가 아니었느냐”며 “배터리 공장 같은 폭발 위험물이 있는 공장의 경우 불연 소재를 필수적으로 쓰도록 법 규제가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도 “난연보다 성능이 좋은 준불연이라고 하지만 결국 불은 붙고 대규모 화재에는 피해를 키울 수밖에 없다”며 “불연재나 내화 구조의 철근 자재를 마감재로 쓸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수현·김산기자 joeloach@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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