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정부 돈 갚아야 하는 SBI홀딩스…韓 SBI저축은행 곳간에 눈독?

조회수 2023. 8. 19.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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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본문과 관계 없음.(사진=SBI저축은행)

일본 SBI홀딩스가 한국 자회사인 SBI저축은행으로부터 올해 첫 배당을 받아 곳간을 채웠다. 이를 두고 3500억엔(약 3조2000억원) 규모의 공적자금을 상환해야 하는 SBI신세이은행(新生銀行)의 후처리를 위한 목적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 저축은행업계가 순손실을 기록하는 등 업황 악화에 따른 자본력 저하가 예상되는데도 배당이 관철됐다는 점에서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SBI홀딩스는 지난 5월 15일부터 6월 23일까지 자회사인 SBI신세이은행에 대한 주식공개매수(TOB·Take Over Bid)를 벌인 결과 3.7%포인트를 추가 취득해 지분율을 53.74%로 높였다. 당초 SBI홀딩스는 소액주주가 보유한 26.98% 지분 취득을 노렸지만 호응이 저조했다. 공개매수가가 종전 대비 10% 높은 수준인 2800엔에 그쳤기 때문이다.

이에 SBI홀딩스는 오는 9월 1일 상장폐지를 위한 주식병합을 결의하는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TOB에 응하지 않은 소액주주를 축출하는 스퀴즈아웃(주식 강제 매입)을 실시해 SBI신세이은행을 상장폐지할 방침이다. 신세이은행의 나머지 지분은 정부가 23%를 갖고 있어 SBI홀딩스와 합칠 경우 의결권의 3분의 2 찬성이라는 요건을 충족할 전망이다.

신세이은행의 전신은 일본장기신용은행(日本長期信用銀行)이다. 1990년대 버블경제 여파로 경영이 부실화한 결과 1998년 파산해 일본 정부에 의해 국유화된다. 2000년 외국계 자본이 인수해 새출발을 했지만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당시 해외 투자로 대규모 손실을 내면서 적자 결산까지 이르렀다. 신세이은행이 오래된 업력에도 현재 점포 수가 일본 전역 32곳에 그치는 이유다. 파격적인 수수료 정책으로 고객을 인입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신세이은행이 상장폐지 수순을 밟는 건 소액주주의 경영 간섭 없이 일본 정부에 배당을 몰아주기 용이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가령, 일본 정부가 갖고 있는 보통주를 우선주로 전환할 경우 더 많은 배당을 줄 수 있게 된다. 신세이은행에 투입된 공적자금 3500억엔을 상환하려면 주가가 7500엔 수준까지 올라야 한다. 신세이은행 주가가 7500엔선을 기록한 건 2006년이 마지막이었다.

즉 신세이은행은 자본시장을 통한 공적자금 상환 방법이 사라진 이상, 수익 창출력을 개선해 배당을 높여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신세이은행이 수익력을 높이는 과정에서 SBI홀딩스의 자금 지원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SBI홀딩스가 한국에서 첫 배당을 받은 것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지난 2월 SBI저축은행은 보통주 1주당 353원의 결산 배당을 실시해 총 940억원 규모의 배당을 결정했다. 이 배당은 SBI홀딩스가 2011년 저축은행 사태로 영업정지에 처한 부실 저축은행을 2013년 인수한 후 10년 만에 처음 이뤄지는 것으로 총 투자 금액 1조3000억원 대비 약 7.4%에 해당하는 규모다. SBI홀딩스는 SBI저축은행의 지분 95%를 가졌다.

SBI저축은행은 문재인 정부 당시 집값 폭등으로 대출 수요가 급증하면서 영업이익이 2015년 166억원에서 2019년 1958억원으로 치솟으며 업계 1위에 등극한다. 7385억원에 달했던 SBI저축은행 결손금은 2021년 청산됐다. 윤석열 정부 들어 79개 저축은행은 시중은행과의 경쟁이 격화하고 연체율이 뛰면서 올 1분기 순손실 523억원을 냈다. 2분기에도 600억원 이상의 적자가 예상된다.

이런 가운데 일본 SBI홀딩스는 한국 정부의 바뀐 '특성'에 맞춰 실익을 가져가고 있는 셈이다. 세간에서는 모회사의 경영 및 자본배치와 관련한 관여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해석하지만, SBI저축은행 측은 실적이 본궤도에 오른 후에는 일본 모회사와 직접적인 교류가 줄면서 주도적으로 사업을 해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SBI저축은행 관계자는 <블로터>에 "처음에는 홀딩스와 파견인력을 주고받는 제도가 있었지만 그게 없어진지 5~6년 됐고 지금은 대표가 1년에 한 번 정도 전체 계열사 회의를 가는 것 외에는 사실상 (SBI홀딩스와) 교류가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첫 배당을 한 것은 결손금이 해소된 뒤 주주가치 제고 차원"이라며 "신세이은행 문제는 일본 안에서 해결할 문제이지 한국에 있는 계열사까지 동원할 문제는 아니"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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