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색이 잘 어울리는 자동차들

페라리 296 GTB  사진 페라리

페라리 296 GTB

누군가 레드 컬러가 가장 잘 어울리는 자동차 브랜드에 관해 묻는다면, 열에 아홉은 모두 페라리를 외칠 것이다. 자동차를 잘 모르는 이들도 페라리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색상이 붉은색임을 알고 있을 정도로 페라리는 자동차의 역사를 써내려 올 때부터 붉은색에 진심인 모습을 보여줘 왔다.

페라리와 레드 컬러 조합의 역사는 1907년 북경-파리 레이스에서 이탈리아의 시피오네 보르게세 왕자가 붉은색의 이탈라 모델을 타고 대회를 우승하면서부터 그 역사가 시작됐다. 이를 계기로 이탈리아 제조사들은 레이싱카를 붉은 색상으로 물들이기 시작했고, 1920년대에는 페라리, 알파 로메오, 마세라티 등 대다수 브랜드의 레이싱카들이 외장을 붉은 색상으로 물들이게 된다. 그리고 이 색상은 로쏘 코르사(Rosso Corsa), 레이싱 레드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100년 이상이 흐른 지금까지 그 역사를 이어오고 있다.

수많은 이탈리아 브랜드들이 레드 컬러를 이용해 왔지만, 이 정열적인 붉은색이 왜 페라리의 고유 컬러로 자리 잡게 된 걸까. 이는 페라리가 이 로쏘 코르사 색상을 가장 적극적으로 사용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페라리가 제작하고 출시한 자동차 중 70% 정도가 로쏘 코르사 색상을 사용했다고 한다. 1968년을 기점으로 국가별 레이싱 컬러가 사라졌음에도 페라리는 F1이 창설된 1950년부터 현재까지 한 시즌도 빠짐없이 자사의 레이싱카에 로쏘 코르사 색상을 사용하며 그 전통을 이어 나가고 있다.

자동차 시장 트렌드가 친환경으로 변모한 지금도 페라리의 레드 컬러 사랑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296 GTB는 페라리에서 처음으로 6기통 엔진을 얹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이다. 미드리어 엔진을 장착한 이 2인승 스포츠카는 663마력의 최고출력, 122kW의 전기모터가 조합돼 총 830마력의 힘을 발휘한다.

알파로메오 줄리아 사진 알파로메오

알파로메오 줄리아

한국에서는 그리 유명하지 않지만, 페라리와 같은 이탈리아 브랜드인 알파로메오도 100여 년 전부터 레이싱 레드를 사용했던 레드 컬러에 진심인 브랜드 중 하나다. 1910년 피아트 계열사로 시작한 이 브랜드는 스포츠성을 내세운 차량들을 개발 및 생산하고 있으며, 역삼각형의 특이한 라디에이터 그릴이 브랜드를 상징하는 시그니처 디자인으로 자리 잡았다.

이런 알파로메오를 상징하는 모델이자 레드 컬러를 현재까지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모델 줄리아는 1950년대 출시됐던 줄리에타의 DNA를 물려받은 후속작이다. 1962년 출시를 알린 이 차량은 네잎클로버 문양의 엠블럼과 함께 쿠페, 스파이더(컨버터블) 등 다양한 파생 모델을 선보이다 1978년 단종됐다.

그리고 40여 년이 지난 2016년, BMW 3시리즈의 경쟁 모델로 다시 부활하며 현재까지 생산되고 있다. 레드 컬러를 상징하는 차답게 이 차량은 첫선을 보일 때부터 일반 모델보다 고성능 모델인 콰드리폴리오가 먼저 출시됐으며, 같은 해 열린 제네바 모터쇼에서 일반 모델을 느지막이 선보였다. 특이하게도 세로배치 후륜구동 플랫폼을 사용하고 있으며, 여기에 페라리의 V6 2.9 트윈 터보를 동력계로 사용해 510마력의 최고출력을 내뿜는다.

폭스바겐 골프 GTI 사진 폭스바겐

폭스바겐 골프 GTI

레드 컬러의 원조 격인 이탈리아 자동차 회사가 아니지만, 폭스바겐에서 만든 핫해치 골프 GTI도 상징색으로 레드 컬러를 사용한다. 물론, 페라리와 알파로메오만큼 긴 역사를 지니고 있진 않다. 하지만 골프 GTI의 레드 컬러 사랑도 꽤 오래전부터 이어져 오고 있다. 해치백의 대명사이자 폭스바겐의 아이콘인 골프는 1974년 당시 스타 디자이너였던 조르제토 주지아로의 손에서 탄생한 모델로 유명하다. 하지만 레드 컬러의 역사는 다른 디자이너의 손에서 만들어졌다. 이는 골프의 고성능 버전 GTI의 디자인 디렉터였던 할버트 샤페르가 처음 레드 컬러를 입히며 시작됐고, 이후 폭스바겐 최초의 여성 디자이너였던 군힐드 릴리제퀴스트가 지금의 시그니처 색상인 레드를 정착시켰다.

그렇게 골프 GTI의 상징색이 된 레드는 8세대를 거친 지금도 시그니처 색상으로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핫해치의 대명사인 골프 GTI는 한국 시장에는 인증 문제로 인해 올해 중순이 되어서야 출시를 알릴 수 있었다. 앞선 두 차량에 비해 스펙이 단출하지만 골프 GTI도 경쾌한 주행 재미로 대중에게 사랑받는 원조 핫해치다. 2.0ℓ 가솔린 터보 엔진과 7단 DSG 변속기가 조합돼 245마력의 최고출력, 37.7kg·m의 최대토크를 발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