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의 플래그십 세단 K9은 처음부터 어딘가 조용했다. ‘오피러스의 후계자’라는 타이틀로 2012년 등장했지만, 시장 반응은 미지근했다. 2018년엔 풀체인지 모델로 거듭났고 성능·정숙성·고급 사양 모두 제네시스 G80과 견줄 만했지만, “기아차가 만든 고급 세단”이라는 점은 소비자에게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K9은 출시 이후 줄곧 ‘존재감 없는 고급차’로 남아야 했다.

시간이 흐르며 상황은 더 나빠졌다. 2024년 한 해 판매량은 2,200대 수준에 머물렀고, G80이 5만 대 이상 팔리는 현실과 비교되며 단종설까지 퍼졌다. EV 전환이 없다는 점은 ‘미래가 없다’는 해석으로 이어졌고, 내부적으로도 존속 여부를 고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아는 2025 더 뉴 K9을 조용히 내놓았다.
완전변경은 아니지만, 전방 예측 변속 시스템(PGS), 고속도로 주행 보조(HDA2), OTA 업데이트, 지문 인증 출입 등 첨단 기술이 총동원됐다. 하지만 정작 시장 반응은 싸늘하다. “왜 지금?”, “기아차에 8천만 원?”이라는 반응이 대다수. 차가 나쁜 게 아니라, 브랜드 인식이 벽이었다.
그러던 중 유튜브 채널 ‘뉴욕맘모스’가 공개한 K9 3세대 풀체인지 렌더링이 분위기를 뒤흔들었다. 수직형 테일램프, 매끄러운 패스트백 루프라인, 과감한 캐릭터 라인은 캐딜락 에스칼라를 떠오르게 하며 폭발적인 반응을 끌어냈다. “이 정도면 G80 안 부럽다”, “기아도 드디어 해냈다”는 댓글이 줄을 이었다.
문제는 언제나 차가 아닌 ‘기아’라는 이름이었다. 소비자들은 여전히 ‘기아는 가성비 브랜드’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 하지만 시대는 바뀌고, 기술은 진보하며, 브랜드도 진화한다. 2025 더 뉴 K9은 조용히 불씨를 살렸고, 다가올 풀체인지는 그 불을 다시 활활 타오르게 할 마지막 기회가 될지 모른다. 기아의 고급 세단 도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