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마도에서 5일 동안 뭐할까? 여유만만 대마도 여행!

닷새 동안 대마도에 머물 거라고 했더니, 사람들은 하나같이 거기서 5일씩이나 뭘 할 게 있느냐는 의문의 눈초리를 보냈다. 하지만 나는 분명 다른 이들이 발견하지 못한 무엇인가를 찾아낼 수 있을 것이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에 차 있었기에 개의치 않았다.

지나치게 큰소리를 쳤던 걸까? 비가 오는 하늘 아래 여행을 시작하게 되었다. 여행에서 유일하게 돈으로도 사지 못하는 것이 날씨 아니었던가? 무척 아쉬웠지만 무성하게 자란 나무가 맑은 공기를 내뿜는 숲을 거닐며, 구름 가득한 운해를 감상하기에는 더없는 적기라는 생각으로 즐겨보자는 마음을 먹었다.

날씨가 좋았던 어느 날

운전석이 오른쪽에 있는 게 익숙하지 않아 매일 역주행은 기본이었고, 좌회전을 할 때마다 좌측 깜빡이가 아닌 와이퍼를 켜는 바람에 실소를 터뜨리기 일쑤였다. 지루할 틈 없이 적당한 스릴과 함께 대마도의 좁다란 거리 곳곳을 차로 누볐다.

차로 다닌 대마도의 이곳저곳

며칠 뒤 한창 비가 내리던 오후, 일본식 고택을 개조한 카페를 찾았다. 촉촉한 날씨와 어울리는 곳이었다. 높은 습도 때문인지 커피 로스터에서 원두 향이 진하게 풍겼다. 덥수룩한 턱수염에 잔잔한 미소를 띤 남자가 우리를 맞이해주었다. 앞치마를 두른 일본식 복장에 야구 모자를 쓰고 있는 모습이 독특하면서도 재미있다고 생각했다. 한국에서 온 우리를 반겨주는 그의 호의에 기분이 좋았다.

고택 카페

알고 보니 그는 직업 군인 출신이었다. 훈련 도중 이곳에 왔다가 반해 터를 잡고 살기 시작했다고. 옆에 있는 예쁘장한 여인은 아내란다. 자신은 커피를 볶고 아내는 손수 디저트를 만든다고. 직접 볶은 원두로 내린다는 커피 맛이 궁금해 디저트와 함께 종류별로 골고루 주문했더니 이걸 다 먹을 수 있겠냐며 그는 넉살 좋게 웃었다.

고즈넉한 료칸에 들어온 듯 거실 한가운데 놓인 낮은 테이블에 자리를 잡으니, 창밖으로 먼 산과 나무, 마당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가는 빗줄기가 차분한 분위기를 한층 더했다. 테이블 위에 놓인 생화, 부부의 소개를 담은 캐리커처 카드, 일본식 소품들로 가득하던 장식장과 책장으로 아기자기하게 꾸민 내부는 일본 현지에 사는 친구네 집같이 아기자기하고 친숙한 느낌을 주었다.

카페 내부

카페 구경에 한참 정신이 팔렸을 때쯤, 일일이 정성 들여 만든 커피와 디저트가 큰 쟁반에 담겨 나왔다. 맛이 좋은 커피와 디저트를 먹으며, 조그만 섬에 살면서 어찌 이런 기술을 익혔을까 생각했다. 가장 기억에 남았던 건 쑥으로 만든 쌀 케이크. 푹신푹신하고도 쫄깃한 쑥 향이 나는 빵에 함께 내준 팥과 버섯 크림을 곁들여 먹는다. 달지 않은 맛이 묘하게 어우러지는 것을 입안 가득 느낀다. 대마도에 정착해 ‘진심을 담을 수 있는 일을 즐기는 삶’을 가꾸고 있는 이들 부부의 생활이 부러웠다.

다 먹을 수 있겠느냐고 주인이 놀랄 만했다.

여행을 하다 보면 매번 번뇌에 빠지곤 한다. 너무나 좋은, 누구나 좋아할 만한 스폿을 발견했을 때 이를 널리 알릴 것인지, 아니면 조용히 입을 닫을 것인지 말이다. 사실 지금 소개하는 카페 또한 그러하다. 한참을 고민한 끝에, 이제 막 영업을 시작한 카페의 미래를 위해 기꺼이 작은 도움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어 카페 정보를 공유하기로 결정했다. 구글 맵에서는 아직 찾을 수 없는 이 카페의 이름은 ‘쓰시마 로스터리’. (일본인들은 여전히 야후 재팬을 많이 쓴다고.) 주인장이 직접 운영하는 인스타그램 계정은 @Tsushima_Roastery이니 관심 있는 분은 찾아가 보길 바란다.

쓰시마 로스터리

대마도에서 두 번째로 좋았던 건 숲길 달리기. 섬의 위쪽과 아래쪽 지역으로 구분되는 ‘히타카쓰’와 ‘이즈하라’를 매일 차를 타고 오갔는데, 어쩜 그리 나무가 많고 숲이 울창하던지. 달리는 내내 지루하지 않았고 눈과 마음이 편안해서 좋았다. 대마도를 오기 전에는 낚시로 유명한 섬이라고 해서 바다 구경이 전부가 될 줄 알았다. 하지만 막상 여행하면서 가장 오랜 시간 눈에 담게 된 건 예상외로 나무와 숲이었다. 역시 인생도 여행도 직접 경험해봐야 진가를 알 수 있음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당일치기나 1박 2일처럼 짧은 기간으로는 대마도 여행의 진가를 알기는 힘들다. 긴 호흡으로 여행지를 엮는 여유를 가진 자만이 비로소 숨 쉬는 섬 대마도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바다를 내다보며 숲길을 달리다가, 접어든 산길에서 피톤치드를 기분 좋게 들이쉴 수 있었던 대마도.

아래는 대마도박물관

누군가 내게 대마도에서 꼭 방문해야 할 여행지를 묻는다면, 앞서 소개한 고택 카페와 숲길을 이야기할 것이다. 자연 속에서의 안락함을 느끼는 여행을 선호한다면 꼭 대마도로 떠나보기를. 바닷물을 잔뜩 머금은 신선한 가리비, 굴, 오징어, 붕장어 등 해산물도 꼭 맛보기를. 대마도는 부산에서 배를 타고 가야 하니 부산 여행도 덤으로 따라와 일석이조가 아닌가.

글·사진 | 조은정(루꼴)

최소 2개월에 한 번은 비행기를 타줘야 제대로 된 행복한 인생이라고 믿는 여행교 교주. <미국 서부 셀프트래블>, <뉴욕 셀프트래블> 외 여러 권의 저서가 있는 베스트셀러 직딩 여행작가. 현재 뉴욕에서 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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