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민폐 되고 싶지 않았다" 고준희의 2막, 눈물로 전한 진심 [창간20주년 인터뷰]
고준희는 이달 12일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 서울에서 올해 스타뉴스 창간 20주년 기념 단독 인터뷰를 진행했다. 데뷔 첫 연극 '엔젤스 인 아메리카'로 한창 무대에 서는 중인 만큼, 공연장 백스테이지에서도 하퍼 피트 역할 그 자체로서 마주한 고준희다.
사실 최근 인기 웹예능 '아침 먹고 가'·'워크맨2'·'짠한형' 등을 휩쓸며 크게 주목받은 고준희이지만, 떠들썩한 관심이 무색하게 그의 시간은 온통 '엔젤스 인 아메리카'에 맞춰 돌아가고 있었다. 대본을 손에 꼭 쥐고 나타난 고준희는 "제 시간은 지난 6월부터 멈춰 있다"라며 훌쩍 다가온 가을마저 체감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그의 작품 사랑은 혀를 내두를 정도. 몸에 무리가 갈 정도로 투혼을 발휘 중이니, 말 다 했다. 고준희는 인터뷰에 앞서 "갑자기 손을 번쩍 들 수도 있다"라는 양해를 구해 의아함을 자아냈다. 이유를 묻는 말에 그는 "목디스크와 허리디스크 때문"이라며 "원래도 있긴 했는데 최근엔 손 저림 현상까지 왔다. 병원에 가서 MRI와 CT를 찍고 왔는데 신경을 누르고 있어서 저린 것이라 하시더라. 목디스크 통증이 심할 때 손을 들고 있는 포즈를 취하면 좀 낫더라"라고 전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여기에 위염, 장염을 앓아 고생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연극 첫 도전으로서 부담감과 책임감이 컸기에, 연습 돌입과 동시에 체중은 10kg 넘게 빠졌다. 결국 링거를 맞아가며 컨디션 회복에 힘썼던 고준희. 하지만 '무대 공포증'이라는 큰 산을 넘어야 하는 자신과의 싸움이 쉬울 리 만무했다.
그는 "저도 제안을 주신 이유가 궁금했다. '저한테 왜 주신 거냐' 물었더니 저랑 하퍼 캐릭터가 잘 어울리기도 하고, 연출님 전작인 연극 '와이프'(2023) 때부터 함께해보고 싶었다더라. 하지만 저는 '제가 연극을 안 해봤는데 이런 중요한 역할을 해도 괜찮을지 모르겠다, 그 걱정이 크다. 그리고 무대 공포증도 있고 이렇게 많은 대사를 다 외울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라는 말씀을 드렸었다"라고 신중하게 접근했다.
이에 고준희는 "아무래도 영어를 번역한 시나리오가 처음이다 보니 어색한 면이 있었다. 번역 버전도 계속 바뀌었다. 지금 가진 대본이 6번째 버전이다. 그리고 제일 어려웠던 거, 처음 연습할 때 헤맨 게 드라마나 영화는 오디오가 물리면 안 되는데 연극은 상대방 대사가 끝나기 전에 들어가야 한다는 거였다. 그래야 정속도로 전달이 된다는 거다.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시작했다. 그래서 초반엔 저랑 같이 처음 하는 유승호만 쳐다봤다. 서로 어리둥절해하며 따라갔다"라고 회상했다.
이어 그는 "데니스 고프가 대사를 어눌하지 않게, 너무 똑바로 치는 거다. 마치 래퍼가 랩을 하듯, 정신이 똑바로 든 사람처럼 연기해서 놀랐다. 이걸 대체 어떻게 표현해야 하나 싶어, 유튜브에 약물 중독자 영상을 찾아본 적이 있는데 실제로도 늘어지지 않고 혼잣말을 하는 것처럼 중얼거리더라. 그래서 저도 첫 등장신을 래퍼처럼 다다다 표현한 것이었다. 근데 인터넷을 찾아보니 '고준희 책 읽는 것 같다'라는 반응이 일부 있더라. 속상했다. 연출님도 그렇게 해도 상관없을 거 같다고, 혼잣말이니까 혼자 중얼중얼한 거였는데. 어떻게 보면 본인이 약에 중독된지도 모르고 하는 독백이기도 했고. 그래서 저는 과하게 늘어져 있는 포즈를 한다거나 몽롱해 보이게 연기하는 건 아니다 싶었다"라고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이에 고준희는 "연기할 때는 항상 여유가 없는 거 같다. 제가 극내향형에 A형이다. 다른 때는 아무 생각이 없다가, 일할 때는 예민해진다. 평소엔 매니저랑 점심 먹으면서 '저녁에 뭐 먹지?' 하는데 연기하면 달라진다. 오히려 첫 공연 때가 제일 괜찮았다. 핀 조명 때문에 관객들이 한 명도 안 보여서. 밝기가 너무 세서 눈에 보이는 게 없더라. 그렇게 5일쯤 하면 무대가 익숙해지지 않을까 했는데 첫 신을 할 때마다 늘 심장이 터질 것 같다. 그리고 앞이 까맣던 게 점점 보이기 시작해서, 결국 세 번째 공연쯤에 '블랙아웃'이 왔다. 식은땀이 막 나고 관객들 눈이 고양이 눈이 돼서, 저를 야광 눈빛으로 쳐다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더라. 처음으로 공황증세가 온 거다. 정말 그때는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랐다. 일단 여기에 있으면 안 될 것 같아서 양쪽을 쳐다보기만 했다. 그전에는 한 번도 이런 적이 없다가 갑자기 그날 하루 그렇게 된 거다"라고 아찔했던 순간을 고백했다.
다행히 동료들의 따뜻한 위로로 극복할 수 있었다고. 고준희는 "다들 '그럴 수 있다'고 얘기를 해주는 거다. 특히 (민)진웅이는 사랑이 가득한 배우라, 눈물이 났을 정도다. '누나가 대사를 못하면 내가 대신해줄게, 걱정하지 마' 하더라. 그리고 진웅이를 비롯해 유승호, 양지원, 권은혜 등 '우리 모두의 작품'이라고 '우리는 서로를 믿고 해야 해', 우리 애들이 이렇게 따뜻한 말을 해준다. 방주란 선생님께도 많은 도움을 받았다"라며 울컥했다.
최근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으며 예능계 등 곳곳에서 러브콜이 이어졌지만, '엔젤스 인 아메리카'를 위해 정중히 고사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고준희는 "한 예능은 미팅까지 했는데 녹화를 이틀이나 해야 한다고 해서 못하게 됐다. 화보 촬영도 그렇고, 이런 스케줄을 소화하려면 연습을 빼야 한다. 그럼 함께하는 친구들한테 민폐가 되는 것이지 않나. 이 친구들한테는 몇 달씩 월화수목금토 매일 연습하는 게 익숙한 일일 텐데 내가 빼먹어서 다른 사람이 대신 읽는다면 피해가 가는 것이니까, 그렇게 연습하는 건 아니다 싶었다. 괜히 연극 안 해본 사람이 껴서 이 친구들의 패턴을 깨고 싶지 않았다. 또 진도 나가는 것도 너무 불안했고. 그럼 나만 손해인 거니까, 계약된 광고 일정 말고는 다 아예 못한다고 했다. '짠한형' '워크맨2'는 반나절만 찍어도 된다고 해서, 연습 시간에 큰 차질이 안 생겨서 한 거였다. 기왕 하기로 한 거 잘하고 싶었다"라고 연기 열정을 불태웠다.
부쩍 높아진 관심에 대해선 어떤 생각일까. 고준희는 "'아침 먹고 가'는 작정하고 출연한 게 아니라 그냥 '이왕 나가는 거 조회 수 많이 나오는 채널에 나가자' 하는 마음이었다. 그런 질문을 받을 줄도 몰랐고, 이렇게 큰 관심을 받을 줄도 전혀 예상 못했다. 마음먹고 뭘 해야지 이런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나눈 대화였고 그것도 잠깐 얘기한 거였으니까. 근데 저랑 연관 자체가 없던 일인데, 아직까지도 제 기사에 '논란'이라는 표현이 쓰인다는 게 속상하긴 하다"라고 솔직한 심경을 말했다.
20년 뒤의 '배우 고준희'를 묻는 말엔 끝내 눈물을 왈칵 쏟았다. "아마 그때도 연기는 하고 있지 않을까 싶다. 저는 진짜 단순하고 긍정적인 사람이다. 그렇게 살다 보니 이런 좋은 일이 생겼다. 이 좋은 일은 연극에 출연한 일을 말한다. 정말 우리 배우들에게 큰 감사함을 받았다. 이들처럼 저도 대중에게 좋은 에너지를 주는 배우가 되고 싶다"라고 동료들의 고마움을 되새기며 흐느낀 고준희. 필기 빼곡한 대본 파일 케이스 한편엔 동료 배우들의 증명사진이 꽂아져 있던 바, 이들을 소중히 소개하는 진정성이라니 그의 앞으로의 행보에 '꽃길'이 예상되는 이유다.
LG아트센터 서울=김나라 기자 kimcountry@mtstarnews.com
Copyright © 스타뉴스 & starnewskore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왕따 논란' 이나은, 곽튜브 등에 업힌 최후 - 스타뉴스
- 박봄, 다이어트로 성형? 리즈 외모+당당한 노출 - 스타뉴스
- 화사, 12살 연상 사업가와 열애설 후 "결혼은.." - 스타뉴스
- "나영석·김태호도 아닌데" 김구라, PD들 인성 폭로 해명 - 스타뉴스
- "싹 정리하고 싶었다" 한혜진, 전현무와 결별 후 속내 - 스타뉴스
- 방탄소년단 지민, 2년 연속 美 베스트셀링 K팝 주인공..'K팝 프론트맨' - 스타뉴스
- 방탄소년단 진, 야구장 시구 보고 싶은 스타 1위 - 스타뉴스
- 방탄소년단 진, '월와멘탈'이었네! "저를 좋아해주시는 분들이 행복하면 좋겠다"(살롱드립)[종합]
- 방탄소년단 뷔, 군백기에도 fire!..'12월 생일 아이돌' 1위 - 스타뉴스
- 방탄소년단 뷔, 구글트렌드 10월 최다 검색 K팝 스타 - 스타뉴스